베이징올림픽이 개막되기 전 적지않은 서구 국가들의 선수들이 베이징 대신 인접국인 일본이나 한국 등지에 베이스캠프를 차렸었다. 중국의 악명높은 스모그 때문이었다. 베이징올림픽 개막 전의 상황은 꼭 20년 전 88서울올림픽이 처한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경우는 다소 다랐지만 우리도 올림픽을 열기까지 손가락질도 많이 받았었고 보이코트 위협도 받았다.

가장 비난받은 ‘군사독재정권의 나라’라는 문제는 6․29선언에 따른 민간정부 출범으로 가까스로 부담을 덜긴 했지만 서구의 동물보호단체들은 ‘보신탕’문제로 한국을 무슨 몬도가네 식의 미개인들이 사는 이상한 나라로 취급하면서 서울올림픽 보이코트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KAL 858기 폭탄테러와 같은 북한의 테러 가능성으로 올림픽 개최지를 바꿔야 한다는 국제여론 또한 만만치 않았다. 이처럼 서울올림픽 개최문제가 위기에 처했을 때 일본은 한국이 올림픽을 반납하면 대신 치를 수 있다는 기대감에 표정관리가 힘들 지경이었다. 그러나 서울올림픽 개최가 굳어지자 일본은 이번에는 ‘올림픽은 한국에서, 관광은 일본에서’라는 캠페인을 제빠르게 내걸었다.

호텔, 교통 등 여러 면에서 열악한 한국보다 일본에서 머물라는 노골적인 홍보였다. 아닌 게 아니라 한국은 관광 인프라 측면에서 일본보다 한참 뒤떨어진다. 일본인들은 친절하고 상냥하며 음식이나 시설은 정갈하고 깨끗하다. 호텔이나 교통 등은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한다. 실제로 서울올림픽 기간 중 많은 나라의 선수단이 일본에 머물렀다. “어렵게 개최권을 따내 일본만 좋은 일 시켜준다”는 자조가 나오기까지 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은 어땠는가? 어부지리 40%를 일본이 또 가져갔다. 적지않은 나라의 선수단이 일본보다 비행시간이 1시간이나 짧고 물가도 상대적으로 싼 한국을 외면하고 구태여 일본으로 간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숙박시설과 체육관․스타디움 등 스포츠 인프라가 일본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호텔 수는 특1급과 특2급을 합쳐 모두 117개이고, 1급~3급, 심지어 등급 미정 호텔까지 다 합쳐도 전국적으로 558개에 불과하다. 여기에 부산의 수상관광호텔과 강원 경기 전남북의 가족호텔, 인천과 제주의 전통호텔까지 합치면 21개, 그것을 더해도 총 600개도 안된다. 이러니 무슨 특수를 바랄 수 있겠는가.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호텔 수가 수만개에 이른다.

스포츠 시설은 더욱 딱하다. 올림픽 선수단이 활용할 수 있는 A급은 손으로 꼽을 정도이고 일반 국민이 여가를 즐길만한 시설도 그리 충분한 상황은 못된다. 서울올림픽을 비롯해 각종 국제경기를 치룬 세계 13위 경제대국 치고는 스포츠 시설이나 숙박시성 등 인프라가 안타까울 정도로 열악하다.

그렇다고 외국 관광객이 사시사철 몰려드는 형편도 아니어서 숙박시설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다. 스포츠 시설도 마찬가지다. 결국 문제는 국가 차원의 해외관광객 및 국제경기의 유치정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우리가 언제까지 올림픽에서 소수 정예의 엘리트 국가대표 선수들이 따내는 메달에만 환호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스포츠는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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