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4일 내년도 예산처리 지연과 관련, “금년 내에 예산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것을 희망하지만 정부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며 “준예산 집행 등 관련 대책을 철저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40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경제회복기에 특히 서민생활이 어려운 지금 상황에서 예산안이 처리가 되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고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연말까지 준예산 집행에 대비한 사전 준비 작업을 추진하고 마치도록 하라”며 “ 내년 예산이 연말까지 통과되지 않을 경우에 내년 1월 1일 임시 비상 국무회의를 소집해 여기서 준예산 집행 지침 등 관련계획을 심의하고 의결해서 부처별로 즉시 집행해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라”고 거듭 지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40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정부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준예산 집행 등 관련 대책을 철저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사진은 지난 11월 26일 열린 제38차 비상경제대책회의 모습.
준예산은 회계연도 개시전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할 경우 일부경비에 한해 전년도 예산에 준해 집행하는 제도. 준예산 제도는 의회해산을 전제로 1960년 제3차 개헌시 도입됐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운용된 적이 없어 헌법규정, 국가재정법 이외 준예산 집행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 등 하위 규정이명시돼있지 않은상태다.

이 대통령은 “준예산만으로 정상적인 국가 기능을 수행하기는 곤란할 것”이라며 “예산이 통과되지 않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사안들, 문제들도 다 살피고 각각 개별의 문제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준예산으로는 법률상 지출 의무가 없는 정책 사업은 추진이 불가한 것 아니냐”면서, “계속사업 이외에 SOC사업 추진도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법률상 지출 의무가 아닌 정책사업은 희망근로, 청년일자리, 신종 플루 항바이러스제 추가 비축, 보금자리주택 확대 공급, 4대강 살리기, R&D투자 확대등이 포함되며, 취업후 학자금상환제도, 희망키움통장제 등 신규사업도 추진이 어렵게 된다.

박선규 대변인에 따르면, 준예산을 집행하는 경우 우선 학생 학부모의 부담 경감을 위해 내년 1학기부터 도입할 예정인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 운영이 불가능해 지며, 신종플루에 대비한 항바이러스제 추가 비축, 급성 전염병 의심 환자, 국가 격리시설 건립, 사이버 테러 예방대책 추진 등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된다.

또 내년도 상반기 추진 예정인 60만 명의 공공일자리 제공이 일시 중단될 우려도 있다. 이 사업에는 희망근로사업 10만 명, 청년층 일자리 8만 명, 노인ㆍ장애인 18만 명, 가사ㆍ간병도우미 등 사회적 일자리 14만 명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동절기에 더 취약한 사회 복지시설 지원이 중단되며, 저소득층 및 근로자 서민주택 구입 자금 및 전세자금의 지원에도 차질이 생긴다.

현재 진행 중인 SOC, 즉 고속도로 국도 및 지방도, 30대 선도프로젝트, 산업단지 진입도로, 광역철도 건설 등의 공사가 지연되면서 완공이 늦어지고 이에 따라 건설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박선규 대변인은 “중환자가 회복할 때는 그 회복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지 않나”며 “ 중요한 회복기에 예산안이 처리가 안 돼서 회복세를 이어가는데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공무원 봉급은 어떻게 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이용걸 기획재정부 차관은 “준예산은 매우 엄격하게 운영돼야 하므로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설치된 기관은 지급될 수 있지만 훈령 등으로 설치된 기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은 지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이 차관의 보고에 “누구는 봉급이 지급되고 누구는 안 된다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나. 그리고 예산이 집행되지 않아 가장 어려움을 겪을 서민과의 고통분담도 고민해야 한다”며 “준예산으로 갈 경우 공무원들의 봉급 지급을 전체적으로 유보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박선규 대변인은 “대통령의 공무원 봉급 유보 발언은 지시한 것이 아니고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준예산으로 갈 경우에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말씀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청년실업 문제와 관련, “인문대 나온 학생들, 특히 지방대 나와서 취업하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 졸업자들을 대상으로 기술교육을 시켰으면 좋겠다”며 “정부가 예산을 대고 훈련기간 동안 생계를 위한 보조금을 지급해 주면서 청년실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보도록 하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취업을 못하고 있는 대학 졸업생들 개개인에게 전부 통보를 해서 ‘정부가 취업에 필요한 기술교육을 시켜주려고 하는데 나와서 받을 의향이 없느냐’ 이렇게 개별 통보하는 방법도 모색해 보자”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이와 관련, 박선규 대변인은 “1년이나 6개월 기술교육을 받은 다음, 그 사람들이 기술 인력이 필요한 현장에 가서 자기 직업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좀 더 치밀하게 준비를 해서 다음에 한번 별도로 얘기를 해 보자’고 대통령께서 지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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