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사진/연합뉴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인구학 권위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저출산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정책으로 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고, 이제는 문화처럼 고착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작년 출생아가 3만300명(-10%)이나 감소한 것은 충격적"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에서 출생아는 27만2400명, 사망자는 30만5100명으로 인구가 3만3000명 자연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전년의 0.94명보다 뚝 떨어졌다. 2018년(0.98명) 0명대로 내려앉은 뒤 하락 속도가 가팔라졌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이다.

출산율이 급하게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조 교수는 환경적,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젊은이들의 생존본능이 극대화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인구학자인 맬서스의 이론을 토대로 보면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인구가 증가하면 경쟁은 치열해지고, 생존 본능이 아이를 낳으려는 재생산 본능보다 앞서게 된다"며 "이는 동서고금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이론이지만 지금의 우리나라에 절실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태학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초저출산 현상은 밀도 높은 사회에 청년들이 적응하는 과정이고, 그게 결국 이전 세대와는 다른 사회적 진화처럼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가 노동력, 생산력 등 경제적 관점에서 출산율 저하를 걱정하고 대책을 세워온 것에 대해선 "과거에는 통했을지 몰라도 지금 젊은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며 "정부 당국자들은 출산율 제고를 국가의 유지라는 기능적 측면에서 볼지 모르지만, 당사자들은 자신의 개인적 삶 또한 중시하기 때문에 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처음 저출산 문제가 불거졌을 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를 낳게 만들겠다는 권위적 접근이 아니라 수도권으로의 청년 집중 등 인구 변동에 대한 탐구를 심각하게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먼저 고민했어야 했는데 해외 사례를 적용하다 보니 인구 정책에 성공한 프랑스나 스웨덴이 눈에 들어왔을 테고, 그 나라들을 살펴보니 복지가 답이다 하여 복지에 먼저 초점이 맞춰진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 교수는 "국가적으로 봐서는 생산성이 높은 고급 인력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런 인재가 있다면 여러모로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우리나라보다는 다른 나라를 택할 가능성도 크다"며 "조금 더 현실적 정책은 지금 중년 이상 된 사람들을 정년 연장, 노동의 유연화, 재교육 등을 통해 노동 시장에 더 오래 머물러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그렇게 해서 청년들이 미래에 짊어지게 될 짐을 최대한 덜어야 한다"며 "'너희들이 세금을 내서 우리를 떠받치라'는 게 아니라 '우리 인생은 우리가 벌어서 알아서 할 테니 너희는 너희 삶이나 신경 써라'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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