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통계사이트인 Worldometer에 의하면 2021년 4월 9일 오후 10시 기준 세계인구는 약 79억 명이다. 그런데 이 많은 사람들은 서로 모두가 다르다. 어떤 두 사람도 똑같은 사람이 없다. 생김새만 다른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도 서로 다르다. 한국의 인구는 약 5200만 명인데 우리도 생각하는 바나 용모가 모두 각양각색이다. 북한은 약 2600만 명으로 남북한 총 인구는 모두 7800만 명이며, 세계 20위로 독일 바로 다음이다.
우리가 제일 먼저 인식해야 할 사실은 사람은 모두가 각양각색이라는 것이다.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드리는 것이 당연하며, 서로가 다른 중에도 조화를 이루면서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분열’이 아니라 ‘통합’의 리더십은 구성원들이 모두가 서로 다르다는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나 우리 역사를 보면 국민들이 서로 모두가 다르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생각이 다르다고 서로 다투고 싸우는 것이 흔하였다. 즉, 서로 간의 차이를 부각시켜서 다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내우외환’은 한국 역사에서 주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임진왜란은 정유재란을 포함해서 1592년부터 1598년까지 7년 동안이나 계속되면서 전(全) 국토를 거의 초토화시킨 참혹한 전쟁이었는데, 중요한 것은 전쟁이 발발한 그 날 아침까지도 사전에 전혀 몰랐다는 사실이다. 이는 6.25사변의 경우에도 똑같다. 즉, 항상 ‘눈을 밖으로’ 돌리고 있어야 했는데, 국내에서의 소모전에 함몰되어 전체 해외 동향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면 항상 49:51 등 민주당과 공화당이 득표율이 거의 비슷하다. 공화당은 보수적(conservative)이며 민주당은 자유주의적(liberal)인데, 전 국민의 구성비가 거의 동일하다. 그래서 미국을 대략 50:50의 나라라는 의미로 그렇고 그런 나라(so so nation)라고도 부른다. 이는 50:50을 영어로 쓰면 so so처럼 보이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기를 들면 보수적인 공화당은 경제성장(growth)을 우선시하며, 자유주의적인 민주당은 더 공평한 소득분배(equity)를 중요시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성장과 분배는 상호 대립적이라기 보다는 양자를 조화롭게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장기적으로는 성장과 형평의 증진을 조화롭게 추구하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
우리는 잔혹한 일제 식민지 체제에서 해방된 후 6.25사변이 발발하고 남북 분단이 된지 이미 70년이 넘었다. 그 결과로 한국에서의 진보, 보수는 이념적인 좌파, 우파의 함의까지 내포하고 있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 진보・보수라는 말은 했으나, 이념적인 색채를 띠는 좌파・우파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면 통합보다는 분열의 정치(divisive leadership)가 더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내편 네편 가르기가 정도를 넘어서서 국익에 큰 해를 끼칠 정도가 되었다. 한동안은 지역별로 동서간 갈등・대립이 위험수위를 넘나들 정도로 심하였다. 남북이 분단된 것만도 안타까운데, 남한에서 다시 동서로 갈라서 4분5열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한국 내에서 동서가 대립, 갈등하는데 남북이 통일되는 것을 바라기는 어렵다.
바람직한 방향은 한국 내에서 분열・갈등의 정치 현실을 극복하고 남북통일을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의 대립・갈등이라는 국력을 소진하는 행동을 자제하고 ‘눈을 밖으로’ 돌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내에서의 소모전으로 국력을 탕진하지 말고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각계의 지도자들이 힘과 정성을 쏟아야 할 과제이다.
우리는 긴 세월 동안 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는 관심을 두지 않고, 국내에서 우리끼리 편을 갈라 다투고 싸우는데 너무 많은 국력을 탕진하였다. 지금부터라도 밖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며, 국내에서 편을 갈라 다투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역사의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정창영 연세대 명예교수·15대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