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정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샅바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에다 공시가격 재조사까지 거론하며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기를 들었고, 국토부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서울시가 원하는 대로만은 안 될 것'이라는 뉘앙스의 반응을 내놓으며 신경전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오 시장은 당선 후 첫 휴일인 지난 11일 국민의힘을 찾아가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 실현을 위한 법률, 조례 개정 등에 적극 나서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려면 법이나 조례 개정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한강변 아파트 35층 높이 규제 완화와 재건축 안전진단 등 규제 개선 등을 내세웠고, 취임 후에는 부동산 공시가격 재조사 방침을 밝혔다. 

오 시장은 유세를 통해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해 주택을 조기에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주택 공급대책의 핵심 내용인 공공 주도 개발 사업을 정면에서 부인하는 것이다.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 등은 공공의 주도적인 역할을 통해 공공성을 높인다는 전제하에 용적률이나 도시계획 규제 완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민간사업이 활성화되면 조합 등이 굳이 정부의 공공 주도 사업에 기댈 이유가 없어진다.

이 때문에 정부로선 오 시장의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에 호응할 수 없다. 정부는 공공성이 확보되지 않은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는 집값 불안만 야기한다며 선을 긋고 있다.

오 시장은 부동산 가격공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앞서 제주도와 서초구청이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국토부와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일단 국토부는 공시가격 산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앞선 제주도와 서초구의 주장을 적극 반박하고 있다. 오히려 이들 지자체가 부동산 가격공시 제도를 잘 모르고 있다거나 주택의 숙박시설 불법전용 등을 방치하는 등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오류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공시가격 실태조사를 벌이며 가세한다고 해도 국토부가 기존 입장을 완화하는 등 물러설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워낙 큰 폭으로 올라 이에 대한 우려가 높고 정부 내 다른 부처와 여당 일각에서도 속도조절론이 나오는 상황이다.이에 정부가 공시가격 로드맵의 수정이나 내용 보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오 시장의 부동산 공약 중에는 서울 4대 권역 개발 사업도 포함돼 있다. 동북권에는 창동역 일대를 복합개발하고 서남권에는 구로차량기지를 이전하고 핵심 기능을 유치하는 내용 등이다. 국토부로선 서울의 개발이 지체된 지역을 개발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내용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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