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거래 증가·실적비해 고평가·외국인 매도 많으면 표적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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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부터 코스피200·코스닥150 대형주에 대한 공매도가 재개되면서 어떤 종목이 공매도 대상이 될지 시장 이목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공매도 금지 기간에 주가가 급등해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이 높은 종목, 최근 대차잔고가 크게 늘어난 종목을 '공매도 유력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또 1분기 실적이 기대 이하이거나 올들어 외국인의 매도가 지속된 종목도 공매도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코스피200 지수 구성종목 중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 비중(공매도 잔고수량/상장주식수)이 가장 높은 종목은 롯데관광개발(6.69%), 호텔신라(3.17%), 셀트리온(2.72%), 두산인프라코어(2.63%), LG디스플레이(1.42%) 등이었다.

코스닥150 지수 구성종목 중에서는 케이엠더블유(4.87%), 에이치엘비(4.62%), 상상인(2.21%), 톱텍(2.15%), 국일제지(2.00%) 순으로 공매도 잔고 비중이 높았다.

이들 종목은 지난해 3월 공매도 금지 조치 직전에도 공매도 잔고 비중 순위에서 상위권에 포진했던 기업들이다. 높은 공매도 잔고 비중은 일반적으로 주가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공매도 투자자의 예측이 실패로 끝날 경우 때로는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 폭을 키우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매도가 금지된 이후에도 공매도 잔고가 상당량 남았다는 것은 그만큼 공매도에 노출된 종목이라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반대로 주가가 상승 반전할 경우 해당 공매도를 청산(쇼트 커버)해야 하는 수급적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차거래 잔고 급증한 종목 체크해야

증권가에서는 대차잔고가 증가하는 종목이 공매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대차거래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을 빌리고서 갚지 않은 물량으로,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통한다. 공매도 투자자는 대차거래로 미리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사들여 갚는다. 

지난달 26일 기준 코스피200 종목 가운데 대차잔고에서 최근 20거래일의 대차 비중이 높은 종목은 △한화시스템(90.7%) △CJ CGV(80.2%) △카카오(77.2%) △하이브(45.8%) △SK바이오팜(37.6%) 등이었다. 이들의 주가는 같은 업종 대비 고평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150 종목의 경우에는 △고영 △에이치엘비 △에이스테크 △알테오젠 △서울바이오시스 등이 대차잔고 중 최근 20일 증가분 비중이 높았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선 대차거래 잔고와 공매도의 연관성이 높다"며 "무차입 공매도가 허용되지 않아 공매도를 위해서는 대차거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차거래 잔고 비중이 상승한 업종이나 기업들은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4월 들어 통신, 미디어, 필수소비재, 정보기술(IT)가전, 유통 등 업종의 대차잔고 비중 상승 폭이 컸다"고 조언했다. 

◆ 실적대비 고평가 종목 공매도 타깃 가능성

전문가들은 대차거래 잔고가 늘었다고 해서 반드시 주가가 약세 압력에 노출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만큼 주가가 기초여건(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오른 게 아닌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차거래 잔고 비중이 빠르게 상승한 종목 가운데 동종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종목이 공매도 재개의 영향권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공매도 재개 종목 중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종목은 △알테오젠(919배) △에스티팜(247배) △삼성바이오로직스(140배) △두산퓨얼셀(118배) △메디톡스(101배) △포스코케미칼(99배) △엘앤에프(88배) △카카오(76배) △한미약품(72배) △녹십자(60배) 등이다.

반면 현대차, 기아, POSCO, LG전자, 현대모비스, 삼성물산,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KB금융, LG 등은 가치주 성격이 강해 상대적으로 공매도 영향이 적을 것으로 분석했다.

◆ 1분기 실적부진·외국인 매도 종목 체크해야

올해 1분기 실적이 기대 이하로 나오거나 연초 이후 외국인의 매도가 지속된 종목들도 '공매도 후보 리스트'로 꼽힌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는 펀더멘털이 안 좋은 종목에 나올 것이고 현시점에서 가장 빠르게 확인할 지표는 1분기 실적"이라며 "이익 부진이 예상된 종목의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하다면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공매도는 지수 측면의 영향력은 제한적이지만 펀더멘털 및 밸류에이션 등 잣대로 종목별 옥석 가르기를 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공매도가 금지된 상태에선 모두가 오를 수 있지만 재개된 이후에는 종목별 수익률 격차가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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