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 3라인 등 국내 시스템반도체에 171조 투자
SK하이닉스 파운드리 2배 확대…정부 R&D 40∼50% 공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오른쪽)이 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 참석해 '용인 클러스터 중심 메모리 파운드리 투자 확대계획'을 발표하고 자리로 돌아오며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오른쪽)이 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 참석해 '용인 클러스터 중심 메모리 파운드리 투자 확대계획'을 발표하고 자리로 돌아오며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2030년까지 국내에 세계 최대의 반도체 공급망인 'K-반도체 벨트'를 구축한다. 반도체 제조부터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첨단장비, 팹리스(설계) 등을 아우르는 반도체 제조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기업이 10년간 510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정부는 민간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세액공제 확대·금융지원·인프라 등을 패키지로 지원한다. 기업의 반도체 연구개발(R&D) 투자비에 대해선 최대 40∼50%, 시설 투자 비용은 최대 10∼20%로 세액공제율을 올리기로 했다.

정부는 1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K-반도체 전략 보고대회'를 열고 종합 반도체 강국 실현을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기업들과 함께 국내에 세계 최대·최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가 내놓은 'K-반도체 벨트'는 판교와 기흥~화성~평택~온양의 서쪽, 이천~청주의 동쪽이 용인에서 연결돼 'K자형' 모양을 띤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해 벨트 내 지역별로 제조, 소부장, 첨단장비, 패키징, 팹리스 관련 기업들이 들어서거나, 이미 있는 곳은 투자를 늘린다. 판교 부근에는 '한국형 팹리스 밸리'가 새로 조성된다.

국내 반도체기업들은 올해 41조8000억원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10년간 누적으로 510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기업들이 밝힌 올해 41조8000억원의 투자계획은 단일산업 중 최대 규모다.

이날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평택 파운드리, SK하이닉스는 용인 소부장 특화단지, 네패스는 첨단 패키징 플랫폼, 리벨리온은 판교 팹리스 밸리에 관한 투자 계획을 각각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지금보다 2배 수준의 8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 확보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 단기간 내 기술추격이 어려운 EUV(극자외선) 노광, 첨단 식각 및 소재 분야 등에선 외국인투자기업 유치도 확대한다.

첨단 EUV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네덜란드 ASML은 화성에 2400억원 규모의 교육훈련센터(트레이닝센터)를 짓기로 하고, 이날 투자 협약식을 진행했다. 세계 3위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국의 램 리서치는 생산 능력을 2배로 증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부지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이들 민간의 투자를 전방위로 뒷받침하기로 했다.

특히 기업 대상 세액공제 중 '핵심전략기술' 트랙을 신설해 반도체 R&D에 최대 40∼50%, 반도체 시설투자는 최대 10~20% 공제해주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2024년까지 투자분이 적용된다. 현재 반도체 R&D 세액 공제는 대기업이 최대 30%, 중소기업은 최대 40%다. 시설투자 세액공제는 대기업의 경우 3%에 불과하다.

금융지원도 확대한다. 총 1조원 이상의 '반도체 등 설비투자 특별자금'을 신설해 우대금리로 설비투자를 지원할 방침이다.

반도체 제조시설에 필수적인 용수 공급을 위해 용인·평택 등 반도체 단지의 10년 치 용수 물량을 확보하고, 반도체 관련 전력 인프라는 정부와 한전이 최대 50% 범위에서 공동 분담해 지원하기로 했다.

반도체 인력 양성에도 나서 10년간 산업인력 3만6000명을 육성한다. 반도체 관련학과 정원을 확대해 1500명을 배출하고, 반도체 장비 기업과 연계해 5개교에 계약학과를 신설, 학사 인력 1만4400명 등을 양성할 계획이다.

이런 전략이 차질없이 추진된다면 연간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992억 달러에서 2030년 2000억달러로 증가하고, 고용인원도 총 27만명으로 늘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하고, 반도체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엄중한 시기에 이번 전략을 만들었다"면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는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 기지가 된다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평택 3라인 축구장 25개 크기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투자를 대폭 늘려 국내에만 17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발표 당시 수립한 133조원의 투자계획에 38조원을 추가해 첨단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과 생산라인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2022년 하반기 완공될 평택 3라인의 클린룸 규모는 축구장 25개 크기다. 현존하는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팹으로, EUV 기술이 적용된 14나노 D램과 5나노 로직 제품을 양산한다. 모든 공정은 스마트 제어 시스템에 의해 전자동으로 관리된다.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로서 최첨단 제품을 양산하는 전초기지이자 글로벌 반도체 공급기지로서의 주도적 역할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차세대 D램에 EUV 기술을 선도적으로 적용해 나가고 ▲또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융합한 'HBM-PIM' ▲D램의 용량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CXL D램' 등 미래 메모리 솔루션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며 '초격차 세계 1위' 위상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서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은 "한국이 줄곧 선두를 지켜온 메모리 분야에서도 추격이 거세다"며 "수성에 힘쓰기 보다는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삼성이 선제적 투자에 앞장 서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과 지원·투자도 더욱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위해 팹리스 대상 IP 호혜 제공, 시제품 생산 지원, 협력사 기술교육 등 다양한 상생 활동을 더욱 확대하고 공급망 핵심인 소재·부품·장비 업체는 물론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한 학계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파운드리 분야는 사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국내 팹리스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많은 팹리스 창업이 이뤄지며 전반적인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기술력이 업그레이드 되는 부가 효과를 유발한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확대는 5G, AI, 자율주행 등 우리나라 미래 산업의 밑거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생산능력 2배 확대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현재의 2배로 확대한다. SK하이닉스 박정호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날 “국내 설비증설, M&A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통해 현재 대비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당사는 8인치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해 국내 팹리스들의 개발·양산은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겠다”면서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모바일, 가전, 차량 등 반도체 제품 공급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기대효과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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