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규 교수, 인간개발연구원 경영자연구회 조찬세미나 강연

김병규 교수는 최고의 브랜드 전략은 자신만의 '팬'을 가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규 교수는 최고의 브랜드 전략은 자신만의 '팬'을 가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고의 브랜드 전략은 ‘자신만의 팬’을 가지는 것이다. 브랜드 생존전략으로는 차별화 전략으로 '브랜드의 팬'을 만들어야 플랫폼에 대항할 수 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세계 브랜드 1위에서 5위까지는 모두 ‘테크기업’ 또는 ‘플랫폼 기업’이다. 이들 소수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결국 플랫폼의 본질은 '독점'이라는 이야기다. 거대 플랫폼에 대항하는 생존전략은 바로 ‘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김병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3일 인간개발연구원 주최로 서울 소공동 소재 롯데호텔 서울 사파이어볼룸에서 개최된 조찬세미나에서 ‘살아남는 브랜드의 생존전략’이라는 주제 강연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시장의 변화, 즉 ‘한계 민감도’가 감소하는 것을 읽어낼 것을 주문했다. 다시 말해 자극의 강도가 낮을 때는 자극 수준의 변화에 민감하지만 자극 강도가 높아질수록 자극 변화에 둔감해지는 ‘한계 민감도’의 의미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계 민감도’가 감소한다는 뜻은 ▲브랜드 가치 저하 ▲시장에 많은 브랜드 유입 ▲품질이 좋은 것 보다는 가격과 편리함을 선호 ▲오프라인 매장 가치 저하 ▲시장 양분화(고가와 초저가) ▲플랫폼 급성장을 의미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오프라인 매장은 지난 150년간 사교의 공간 역할을 했으나 이제는 제품의 품질 차이가 없어지면서 매장에 가는 것이 재미가 없고 여가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품의 힘, 즉 차별적 우수성을 보여주기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에 제조업이 어려워지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플랫폼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기존 사용자가 새로운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네트워크 효과’라면 아마존, 쿠팡, 네이버쇼핑은 ‘사업자가 소비자를, 소비자가 사업자’를 끌어들이는 ‘양면 네트워크’로 시장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플랫폼 기업들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갑자기 폭발적 인기를 끌게 되는 계기)’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의도적으로 손실을 초래하지만 각종 인센티브 제공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 다음 사업자를 '종속'시키고 소비자들을 '중독'시키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해석했다.

김 교수는 아마존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아마존의 기본 수익모델은 상품을 직접 판매하고 중계 수수료와 광고료다. 하지만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면서 ▲클라우드 컴퓨팅 ▲풀필먼트 서비스(배송·창고 서비스 등) ▲홈서비스(집수리 등) ▲콘텐츠 판매(영화·드라마) ▲조제약 판매 ▲대출 및 보험상품 판매 등으로 큰 수익을 거둔다고 봤다.

아마존은 더 나아가 판매업자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상품인 'PB제품'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아마존이 보유중인 PB제품 브랜드수만도 140~150개에 달한다고 했다. 여기에다 아마존만을 위해 만든 PB제품을 포함하면 450개를 넘어서는 등 '대형 제조사'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거대 ‘플랫폼 기업’에 한 번 들어가면 빠져 나오지 못하는 ‘개미 지옥’이 된다는 표현을 써가며 ‘플랫폼은 친구다’는 생각으로 협력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유통과 제조의 구분이 무의미하고 플랫폼이 사업자를 모으는 수단으로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플랫폼에 대항하는 생존전략은 뭘까? 김 교수는 플랫폼의 가격과 편리함에 직접 대항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만족시키려는 플랫폼 기업이 하지 못하는 것을 공략하라는 것이다. ‘자신만의 팬’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자신만의 팬’을 만드는 사례로 미국 슈퍼마켓 ‘TRADE JOE’S‘의 사례를 들었다. 이 슈퍼마켓은 크기는 대형 마트의 3분의 1, 상품수는 대형마트의 10분의 1에 불과하고 온라인 배송이나 할인 프로모션도 하지 않는 데도 면적당 매출은 대형 슈퍼의 2배, 선호도와 소비자만족은 1위라고 소개했다.

이 슈퍼마켓의 성공 비결은 나이와 성별 등을 고려한 인구 통계적 타깃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상품의 독자성 ▲선택의 용이성 ▲운영의 차별성 ▲상업적 의도가 느껴지지 않도록 한 때문으로 봤다.

상품의 차별성이 사라진 시대라고 강조한 김 교수는 “‘TRADE JOE’S‘의 성공은 결국 제품 종류는 적으나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오는 점에 착안한 ’문화적 타깃‘ 때문”이라며 “특히 종이신문을 만들어 고객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이야기와 제품에 숨겨진 스토리를 담을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인터넷 라디오를 운영하는 등 차별화를 도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플랫폼에 고객을 빼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플랫폼이 하지 못하는 것을 통해서 브랜드의 ‘팬’을 만드는 것, 즉 ‘나만의 팬’을 만드는 것이 최고의 브랜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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