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영 연세대 명예교수·15대 총장
정창영 연세대 명예교수·15대 총장

과거 500여 년 동안의 세계 경제사에서 배우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사람(또는 문화)이 모든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다. “People(or culture) made all the difference.”(David S. Landes) 보기를 들어보면 아랍의 한 은행가가 옳게 지적하였듯이 아랍인의 경우 나라에 기름이 많이 나므로 돈은 많으나 부자라고 할 수는 없는데, 그 이유는 아버지로부터 상속을 받아서 돈을 많이 가진 어린아이와 같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기초나 기본이 제대로 서있지 못한 것이다. 2000여년 전 쓰여진 공자의 ‘논어’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또는 믿음이라고 지적한 것은 실로 탁견이다. 즉, 외침을 막는 ‘국방’이나 국민을 먹이는 ‘식량’도 중요하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뢰’라는 것이다. 오래전 통계와 지금은 달라졌겠으나 2006년 인구 100만 명당 사기사건 수가 일본은 583건인데 한국은 4150건이나 되었다.

나라 전체로도 국제비교에서 한국의 1인당 GDP는 상당히 높은 편이나 국민들의 행복도는 낮다. 생명존중사상도 미흡해서 자살예방, 교통안전, 산업안전을 2018년에 국민생명 3대 프로젝트로 삼았을 정도이다. 며칠 전에도 광주에서 버스정류장 바로 옆에서 건물철거작업을 하였는데, 제일 기본적인 안전수칙도 지키지 않아서 승객들이 다수 희생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였다.

국민들은 이런 사고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때마다 가슴 아파하고 안타까워하나 정부는 당시에만 부산을 떨다가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일이 수도 없이 반복되어 왔다. 경제성장, GDP, 선진국 되기도 중요하나 제일 중요한 국민들의 고귀한 ‘생명’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일이 오랫동안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생명존중사상은 우리가 기본으로 돌아가는데 첫 번째로 지켜야 할 목표이다. 박경리 선생이 지적한 대로 세상에 사람의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며, 생명존중사상의 회복이야 말로 기본으로 돌아가는데 첫 번째로 해야할 과제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2016년 ‘교육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보다 더 강화되어야 할 교육 내용으로 초.중학교는 인성교육과 창의성 교육을 들었다. 여기서 인성교육이란 핵심가치(Core Value)를 몸에 베이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한편 창의성 교육은 현재의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스스로 생각하는(think) 힘을 기르는 교육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런데 동서고금을 통해서 인류 불변의 핵심가치 또는 기본 덕목이 존재한다. 이는 지극히 인간다운 특성으로서 정직, 성실, 근면, 절약, 효도, 겸손 등이다. 성경의 ‘잠언’, ‘명심보감’, 벤자민 프랭클린의 ‘자서전’ 등이 모두 똑같이 강조하는 기본덕목이다. 동서양인은 피부색, 종교, 생김새 등이 서로 다르나 생각하는 것은 모두 똑같다. 필자는 20대 후반 미국에서 대학원생으로 있으면서 이를 깨달았다. 즉, 동서고금을 통틀어서 기본덕목은 언제 어디서나 올바른 것이다. 핵심가치를 지키는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어디서든 존경받는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인류불변의 핵심가치 또는 기본덕목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이는 흡사 든든한 기초 위에 집을 짓는 것과 똑같다. 즉, 반석 위에 집을 세우는 것이다. 기초가 든든한 집은 웬만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1인당) GDP, 국민소득, 수출액도 물론 중요하나 이보다 더 소중한 것은 기본으로 돌아가서 핵심가치나 기본덕목에 지극히 충실한 세계속의 자랑스러운 한국인(Koreans Standing Proud)을 양성하는 것이다. 앞에서 본 랜즈가 지적한 대로 모든 것은 한국인들 자신에게 달려있다. 한국인 한사람 한사람이 핵심가치, 기본덕목에 충실하며 ‘세계 속에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될 때 한국은 경제대국을 넘어서 ‘문화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인 ‘널리 인류를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이상을 현실세계에서 실현하여 문화대국의 과업을 달성하는 길이기도 하다.

정창영 연세대 명예교수·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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