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기업가정신의 출발은 기회에 대한 도전과 혁신이다. 그런데 기업가정신의 역설(Paradox of Entrepreneurship)이 있다. 기업가가 혁신만 강조한 나머지 조직 구성원들에 의한 동참과 혁신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에서는 연속적 혁신이 일어나지 못한다. 가수가 무대에서 한곡만 부르고 사라지는 것처럼 많은 스타트업이 한번 신제품을 만들고 후속 혁신이 일어나지 않아 사라지는 한곡갑증후군(One Hit Wonder Syndrome)이다. 스타트업은 많은데 스케일업이 잘 안되는 이유이다. 중소기업들이 성장하지 못하는 핵심 이유이다.

기업을 직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직장은 직원들이 하루의 70%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이들이 행복해야 상상과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고 혁신의 원동력이 된다. 기업 비전의 실천은 직원들에 의해서 일어난다. 공감은 직원행동의 문을 여는 출발점이다. 공감이 없는 직원에게서 아이디어 제안이나 행동 실천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가정신의 역설은 히트곡 하나뿐인 포말가수처럼 벤처기업이 별똥별처럼 반짝 빛을 보다가 사라지게 한다. 스타트업의 80%가 창업 5년내 사라지고 있다.

스타트업이 처음 시장에 진입할 때는 신기술, 신제품을 투입하지만 진입 후에 새로운 신기술, 신제품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신기술이 없는 기존 제품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율이 낮은 핵심 이유이다. 창업 후 후속 혁신이 중요한 이유이다.

후속혁신은 창업가보다 직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기업가정신을 직원의 관점에서도 잘 살펴 봐야 하는 이유이다. 기업가는 미래를 위한 비전과 꿈을 줘야 하지만, 그만큼 이 꿈을 직원들과 공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실천은 직원들에 의해 일어난다. 공감하지 않는 직원들은 실천하지 않는다. 갤럽에 의하면 우리나라 직원들의 업무몰입비율은 11%정도이다. 그러니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연속 혁신이 나오기 어렵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최대 약점은 지시형이다. 기업의 방향에 공감은 없고 지시만 있다. 그러면 시스템은 만들어지겠만 일하는 문화는 만들어지기 어렵다. 이런 조직에서는 기업가정신의 역설이 작동하고 만다. 공감이 없는 지시의 문화에서는 직원들의 업무몰입도는 현저이 떨어진다. 중소기업은 작은 직원에 몰입도가 낮으면 조직의 혁신은 일어나지 못한다.

기업이란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방향을 함께 가도록 하는 것이다. 여럿이 같은 일을 이뤄가는 곳이다. 직원들의 강점을 찾아내고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공감형 리더쉽이 필요하다. 사람이란 약점도 있겠지만 자신 나름의 강점을 가진 잠재적 인재들이다. 잠재적 인재가 고성과를 못내는 데는 그들의 역량을 행동으로 이끌어내는 공감 부족때문이다. 지시만 있는 곳에서 직원들이 몰입하고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래서 기업가의 역할중에는 직원과의 공감(empathy)이 가장 중요하다. 직원들의 공감을 불러낼수 있다면 중소기업도 일상속에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경영이란 평범한 사람이 비범한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더쉽이란 강점중심으로 업무를 배치하여 약점이 문제가 안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많은 중소기업은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현장(Disenabled Workplace)이 되어 있다. 이는 혁신만 강조하는 기업가에게서 많은 문제가 기인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대부분은 CEO에 의해 좌우된다. 기업가는 직원들에게 비전을 주어야 하지만, 직원들과 공감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이다.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은 기업의 성장과 이익을 희생해서 사람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일하고 싶고, 성장도 이끄는 기업을 만든다. 공감은 기업가정신의 역설도 해결할수 있는 에너지를 만든다. 오늘도 중소기업은 사람을 찾고, 청년들은 기업을 찾는 미스매치가 반복되고 있다. 이 답은 MZ세대가 일하고 싶은 벤처중소기업 문화로 만드는 것이다.

또 다시 우리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각 후보자들은 MZ세대, 스타트업,중소기업을 위한 전략 개발에 몰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개발된 중소기업정책이 대체로 실패했다. 지난 20여년간 모든 대통령들이 중소기업 육성을 경제의 목표로 약속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일하고 싶은 벤처중소기업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 MZ세대가 일하고 싶은 질 좋은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의 혁신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핵심이 될 수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