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태 카이스트 경영학 교수(전 중소기업학회장)
배종태 카이스트 경영학 교수(전 중소기업학회장)

우리나라 중소기업정책의 원년을 상공부에 ‘중소기업과’가 새로 만들어졌던 1960년으로 본다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정책은 사람으로 치면 이제 환갑을 넘긴 셈이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정책은 그간 큰 발전을 해 왔다. 그렇지만 다가올 새로운 60년을 조망해보면 중소기업들은 새로운 외부적⋅내부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요즘 중소기업 CEO들을 만나보면 사업하기가 점점 더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등장, 비대면 산업의 성장, 제반 기업규제 및 경영진의 책임 강화, 시장수요와 고객 선호의 변화, 인력 확보의 어려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새로운 요구에의 대응, 기업승계에 따른 상속세 문제, 노사관계, 반기업정서 등 여러 도전과제가 있다. 창업의 활성화와 여러 스타트업의 약진이 고무적이지만,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기업가정신은 오히려 쇠퇴했다고 걱정하는 분들도 많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중소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근원적인 해결책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필자는 그 답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며, 중소기업들의 기업가정신만이 지속가능한 성장과 미래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기업가정신을 “기업인들의 열정과 도전”이라고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업가정신은 단순히 마음가짐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기회를 바라보는 관점이고, 기회를 실현하는 경영방식이고, 마음가짐이고, 행동양식이다.

위대한 경영학자이자 실천가인 피터 드러커는 기업가정신을 “변화를 탐색하고, 변화에 대응하고, 변화를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업가정신의 핵심은 첫째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고, 둘째가 이 기회를 실현하기 위해 도전하는 것이고, 셋째가 혁신을 통해 그 결과로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꾸는 것이다. 즉 변화의 방향을 인지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도전하고, 이를 실현하는 것이 기업가정신이다.

기업가정신의 핵심이 기회 포착, 도전과 위험 감수, 혁신과 가치 창출에 있다면, 정부정책의 방향도 ① 어떻게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 더 많은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까? ② 도전과 위험 감수의 노력이 좋은 성과로 이어지도록 어떻게 생태계를 만들고 도전이 실패로 끝났을 때 재도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가? ③ 대⋅중소기업 협력이나 주체간⋅기업내 협력을 어떻게 촉진하고 동기부여를 할 것인가? ④ 기업이 사업활동의 결과로 만들어 내는,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 해결, 일자리 창출, 세금 내는 공장의 역할을 통해 더 많은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돕고 기업가가 사랑받는 문화를 만들 것인가에 맞추어져야 한다. 기존의 자금⋅기술⋅인력⋅시장 등 기능별 지원정책을 넘어 이제는 기업가형⋅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의 기업가정신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첫째, 급변하는 사업환경 속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는 어디선가 떠올랐다가 그 기회를 잡지 못하면 사라져간다.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기회에 도전할 수 있게 하려면 규제 완화가 꼭 필요하다. 물론 정부도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점진적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규제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것이다. 문제를 최소화하는 것보다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관점, 새로운 시도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면 이를 하지 않는 것보다 새로운 문제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진취적 태도가 필요하다. 물론 정부의 감사제도 등의 전향적 개선도 중요하다.

둘째, 개별 기업에 대한 기능별 지원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 활동의 실패 확률을 낮추는 인프라 구축에 더 많은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가, 예비 창업가에 대한 교육을 통한 역량 강화, 성공 가능성이 큰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민관협력에 의한 투자 확대, 실패한 기업가에 대한 재도전 기회 확대 노력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

셋째, 생산 및 혁신에서의 대⋅중소기업 협력 강화 뿐 아니라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인수합병(M&A)이나 기업벤처캐피탈(CVC) 활동을 통해 기업들이 빠르게 혁신역량을 증진시키고 글로벌화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열어야 한다. 물론 이에 따른 우려에 대해서는 다른 규제를 통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그물망 정책보다 면도날 정책이 필요해졌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시장과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큰 잠재력과 역량을 가진 그룹이기도 하다. 기업가와 직원들의 비전 공유, 역량 강화, 성과 공유를 통해 기업의 활력을 높이는 시도도 강화되어야 하고, 기업가들이 존경받는 사회 문화를 만들기 위한 다각적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정책은 지난 60여년의 장정을 거치면서 기능별⋅분야별 정책은 매우 잘 발전되어 왔다. 이제는 정책의 세부 내용보다 정책이 지향하는 관점과 방향성, 정책 수립 및 집행 과정에서의 정교성, 여러 정책들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등에 더 역점을 둘 때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만들어갈 새로운 60년의 성패는 시대정신으로서의 기업가정신에 대한 이해와 기업가정신의 확산에 있다.

배종태 카이스트 경영학 교수(전 중소기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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