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일 유통주식 40% 해외기관 몫 "얼마나 팔지가 관건"
역대급 청약에 대어급 IPO도 전무…투심·전망은 긍정적

울산 현대중공업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울산 현대중공업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세계 1위 조선사 현대중공업이 오는 17일 증시에 입성한다. 앞서 실시된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서 역대급 흥행에 성공한 만큼 상장 이후 주가도 견고한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다만, 외국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 물량이 1%에 불과해 상장일 주가가 치솟을 경우 이들이 보유한 물량 수백만주가 대거 출회될 가능성은 최대 변수다. 현대중공업의 장기 성장성과 기업가치에 대한 외국인들의 평가가 수급으로 반영되며 단기 주가 행보를 결정 지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이번 상장을 위해 공모한 주식은 총 1800만주다. 이중 일반 투자자가 450만주(25%), 우리사주조합이 360만주(20%), 기관투자자가 990만주(55%)를 각각 배정받았다. 기관투자자 중에서도 운용사와 연기금 등 국내 기관이 640만8700주(64.7%)를 받았고, 해외 기관이 349만1300주(35.3%)를 가져갔다.

현대중공업의 의무보유 확약 신청 수량은 앞서 증시에 입성한 'IPO 대어'들보다 높은 편이다. 최단 15일에서 최장 6개월 동안 주식을 팔지 않기로 약속하는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53.1%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63.2%)보다는 낮지만 카카오뱅크(45.28%)와 크래프톤(22.05%)과 롯데렌탈(14.65%)보다 높았다.  

문제는 상장일에 외국 기관들의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다. 국내 기관들은 대부분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외국 기관들의 경우 배정된 물량의 1% 정도만 의무 보유 확약이 걸려 있다. 

현대중공업의 상장 당일 외국 기관들이 매도 가능한 주식 수는 344만9800주로, 현대중공업의 상장일 유통 가능 주식 수(853만8483주)의 40%에 달한다. 

국내 기관의 의무보유 확약 물량은 592만8020주(92.5%), 미확약 물량은 48만680주(7.5%)다. 반면 해외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물량은 4만1500주(1.2%)에 불과하다.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상회할 경우 시세차익을 노린 외국 기관들이 매도 주문이 몰릴 경우 주가 하락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확약 물량이 많다는 점은 단기간에 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에게는 수익을 제한하는 만큼 부담이 되겠지만, 주식을 장기로 보유할 투자자에게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며 "외국 기관들이 현대중공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느냐가 이들의 단기 매도 물량 규모를 결정 짓는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IPO 최대어'로 꼽히는 카카오페이와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시기가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대어급 상장사가 줄줄이 나올 경우 투자자들의 유동성이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투자할 만한 공모주가 없는 상황에서 시장의 후한 평가를 받고 있는 현대중공업에 뭉칫돈이 몰릴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현대중공업의 실적개선을 견인할 핵심기술 개발 소식도 주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계열사인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업계 최초로 친환경 암모니아 연료공급시스템에 대한 개념설계 기본인증(AIP)을 한국선급(KR)으로부터 획득했다. 연료공급시스템은 항해 중에 자연 발생하는 암모니아 증발가스를 활용해 배기가스 내 질소산화물을 제거하고, 잔여 증발가스는 엔진 연료로 사용하는 고효율 친환경 설비다.

이번 기술개발로 암모니아 추진선의 상용화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된 현대중공업그룹은 무탄소 친환경 선박인 전기, 수소 추진선 개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실시된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서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역대급 성적을 냈다는 점 역시 주가 전망을 밝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 2~3일에 진행된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기관 1633곳이 참여했고, 경쟁률은 1835.87대 1에 달했다. 이는 코스피 시장에서 가장 경쟁률이 높았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1883대 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를 희망 범위 상단인 6만원으로 확정했다. 

이어진 현대중공업 일반청약에서도 증거금으로 총 56조562억원이 몰리며 지난 7월 진행된 카카오뱅크 공모 청약 증거금 58조3020억원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청약 첫날 5조5751억원, 둘째 날 50조4811억원의 뭉칫돈이 증거금으로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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