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올해 3번째 반도체 부족 대응회의…삼성·TSMC 등 압박
트렌드포스 보고서 “D램은 3분기 호황 이어 4분기 8% 하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CEO 서밋에서 웨이퍼를 들어 보이는 모습. /사진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CEO 서밋에서 웨이퍼를 들어 보이는 모습. /사진 AP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유례없는 반도체 부족 사태에 대응하고자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관련 업체들을 화상회의에 소집했다. 반도체 문제와 관련해 백악관이 직접 회의를 연 건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다. 회의에서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반도체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격적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내년까지 반도체 부족 문제가 우려되고 이에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없어서 못파는 시스템 반도체와는 달리 메모리 반도체는 3분기 정점을 지나 4분기에는 공급과잉이 오면서 가격이 전분기 대비 3~8%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날 백악관은 브리핑을 통해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러몬도 상무장관이 전세계 반도체 부족 등에 따른 생산 차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화상 회의를 주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백악관이 '반도체 회의'를 소집한 건 지난 4월과 5월에 이어 세 번째다.

회의에는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삼성전자, TSMC,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BMW 등 굴지의 반도체 업체 외에도 자동차·전자업체도 대거 참석했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 4월과 5월 이어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 백악관과 기업들은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칩 부족 현상에 따른 수급 전망을 논의했다. 또 반도체 제조사와 구매업체 전반의 투명성 제고와 신뢰 증진에 대한 논의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반도체 제조사와 구매업체 전반에서 투명성과 신뢰 증진과 관련한 업계의 진전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며 "반도체 부족은 취임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최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상무부는 기업에 투명성을 요청하며 관련 기업들에게 45일 내로 반도체 재고와 주문, 판매 등과 관련한 정보를 자발적으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러몬도 장관은 "정보 제공 요청은 투명성 제고를 목표로 하는 것"이라며 "병목 현상이 어디서 일어나는지 알아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업 내부 정보를 내놓으라는 상무부의 주문에 대부분 기업들이 난감해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최근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이 ‘공급사와 고객사 간 재고 미스매칭’에서 비롯된 것은 맞지만 이를 이유로 미국 정부가 글로벌 기업에 내부 정보를 제출하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바이든 행정부는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동원해 기업의 정보 제출을 강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DPA는 한국전쟁 시절 군수물자 생산을 위해 마련한 법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제조를 독려할 때 이를 활용했다.

백악관의 이번 소집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생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올해 세계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부족으로 2100억달러(약 248조원)의 매출 감소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컨설팅 업체 앨릭스파트너스는 반도체 부족이 발생하기 시작한 지난 1월말 올해 세계 자동차 업계의 매출 감소 규모를 606억달러(약 71조원)로 전망했다가 지난 5월에 1100억달러(약 130조원)으로 상향했고, 이번에 거의 두배 수준으로 다시 늘렸다.

차량용 반도체.
차량용 반도체.

◇ D램은 4분기 공급이 수요 앞지를 전망

시스템반도체 품귀 현상과는 달리 메모리반도체는 점차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만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오는 4분기 전 세계 D램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며 D램 가격 하락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1년을 넘기지 못하며 전체 D램 가격이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3~8% 떨어질 수 있다는 게 트렌드포스 관측이다. 

트렌드포스는 "D램 제품을 탑재하는 스마트폰 제조사 등 반도체 고객사들 D램 재고량이 '양호'를 넘어 과잉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D램 가격은 3분기에 정점을 찍고 4분기부터는 공급이 수요를 앞지를 것(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에도 트렌드포스를 비롯한 반도체 조사 기관들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고점론을 제기하며 4분기부터는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이는 PC용 D램에 한정된 예측이었을 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서버용 D램은 추가 상승은 쉽지 않더라도 견조한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업황 고점 우려가 과장된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최신 전망은 과거와는 달라졌다. 반도체 가격 하락이 제품을 가리지 않고 더 큰 폭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PC용 D램의 4분기 하락폭은 최대 5%"라고 예상했던 트렌드포스는 이번 보고서에서 "4분기 하락폭이 최대 10%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을 수정했으며,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주력 제품인 서버용 D램 가격도 최대 5%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폭증한 '집콕' 수요와 맞물려 반도체 가격을 견인했던 PC용 D램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D램 익스체인지 집계를 보면 PC용 D램(DDR4 8기가비트 기준)의 현물거래가격은 개당 평균 3달러72센트로, 최근 두 달간 1달러 넘게 급락했다. 올해 고점인 3월의 5달러30센트와 비교해 29.7% 떨어졌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며, 노트북컴퓨터 같은 IT 기기 수요가 4분기부터 떨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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