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0평 공간 온더룩·헬로우젠틀 등 유명 브랜드 즐비
상품기획·원단지원·제품출시 컨설팅 등 올인원시스템

무신사 스튜디오 작업실에서 디자이너들이 의류재단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손원태기자
무신사 스튜디오 작업실에서 디자이너들이 의류재단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손원태기자

#1. 패션 브랜드 데이터앱 '온더룩'은 2019년 12월 무신사 스튜디오에 입주, 24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입주 당시에는 동갑내기 친구와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현재 11명의 직원을 둔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온더룩은 TPO(시간·장소·상황)에 맞는 옷에 대한 브랜드별 사이즈와 가격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머리(모자)부터 발끝(신발)까지 체형별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정리돼 패션 문외한도 패셔니스타로 거듭날 수 있다. 무신사 스튜디오는 이와 같은 패션 트렌드를 익히는 데, 가장 적합한 토양이었다. 

#2. 남성 의류 쇼핑몰 '헬로우젠틀'은 2020년 12월 무신사 스튜디오에 입주, 시니어를 꾸며주는 신사업 '더뉴그레이'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더뉴그레이는 메이크오버 서비스를 진행하는 스타일링 사업으로, 중년 남성들을 화려하게 변신시켜준다. 패션 디렉터 닉 우스터에 영감을 받아 시작한 사업으로, 우리 일상의 평범한 아버지나 삼촌 등을 패셔니스타로 만들어주는 작업을 한다. 이를 성공하게 한 요인은 무신사 스튜디오만의 협업 체계였다고 한다. 

무신사 스튜디오 사무실 쇼룸. 사진/손원태기자
무신사 스튜디오 사무실 쇼룸. 사진/손원태기자

4일 찾은 서울 중구 현대시티타워. 동대문 의류시장 바로 옆에 위치한 이 건물에는 지하 3층과 4층, 지상 12층과 13층에 무신사 스튜디오가 있다. 총 2200여 평 규모의 무신사 스튜디오는 향후 K-패션을 주도할 인재들이 모여 제품의 원단부터 디자인, 라벨, 패킹, 콘텐츠, 판촉 등 의류산업 관련 다양한 꿈을 펼쳐나가고 있다. 

검은색과 흰색계열 바탕의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는 무신사 로고 자체를 쏙 빼닮은 듯한 느낌이었다. 은은한 조명마저 더해지면서 마치 편집숍에 온 것 같은 기시감도 자아냈다. 신인 디자이너들이 만든 세련된 느낌의 옷들이 스튜디오 내 곳곳에 전시됐고, 마치 패션쇼의 한 장면처럼 런어웨이를 하는 착각도 주었다. 

무신사 스튜디오에는 현재 270여 개 기업과 1100여 명이 입주해있다. 이곳은 패션 공유 오피스로, 총 1200여 명의 사람을 수용할 수 있다. 제품 원단실부터 디자인실, 재봉틀실, 디스플레이존, 사무실, 미팅룸 등 옷 한 벌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작업실이 갖춰져있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처럼 무신사가 키우는 거대한 의류공장을 본 것 같았다.

층별로는 지하 3층과 4층에 스튜디오 11개와 의류 창고 역할을 하는 패킹존이 있다. 지상 12층과 13층은 재봉틀실, 라운지, 회의실, 작업실, 전시 역할을 하는 디스플레이존 등이 있다. 지난 2018년 6월 처음 생긴 후로 지금까지 재계약률이 80% 가까이인 만큼 패션 맞춤형 공유 오피스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우리 무신사 스튜디오 팀장은 "패션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모든 예비 창업인들에 맞춤형 공간을 제공하고자 시설을 마련했다"며 "제품의 원단부터 라벨까지 다양한 업체들도 입주해있어 디자이너들이 각 개인의 역량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 관련해서 노무나 세무, 판촉 등의 입주사 컨설팅도 병행하고 있다"면서 "판촉의 경우 유명 인플루언서도 함께 입주해 이들이 신인 브랜드가 만든 옷을 입고 자신의 SNS에 올림으로써 홍보도 하는 등 판로 기회까지 넓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신사 스튜디오 내 패턴실에서 디자이너가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손원태기자
무신사 스튜디오 내 패턴실에서 디자이너가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손원태기자

실제로 무신사는 온라인 동호회에서 출발한 만큼 패션 브랜드와의 동반성장을 기업 최우선 가치로 내걸고 있다. 무신사 스토어에는 6200여 개의 브랜드가 입점했으며, 무신사 스튜디오를 거쳐 300여 개의 브랜드가 무신사 스토어로 진입했다.

'동반성장 프로젝트'는 무신사가 지원하는 브랜드와의 대표 상생 프로그램으로, 2015년 첫 시행 후 지금까지 약 700억원의 지원금이 적립됐다. 무신사만의 독자적 지원금으로, 무신사 스토어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의 사업에 필요한 생산 비용을 무이자로 지원한다. 제품 생산 후 나오는 판매 이익을 돌려받는 식이다. 

이 밖에 무신사는 패션 관련 전문 콘텐츠를 제공하는 '무신사 매거진'과 '무신사TV', 중소 브랜드들을 홍보해주는 옥외광고 서비스, 브랜드 팝업 행사인 '무신사 테라스' 등을 통해 이들 중소 브랜드의 판로 기회를 넓히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박윤수 무신사 팀장은 "많은 디자이너들이 생산에 필요한 자본금을 마련하지 못해 변방으로 뛰어다니면서 정작 작업할 시간을 놓치는 것을 많이 보게 됐다"며 "무신사 특성상 패션 브랜드가 잘돼야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성장할 수 있기에 향후에도 이들 브랜드를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더룩 이대범 대표. 사진/손원태기자
온더룩 이대범 대표. 사진/손원태기자

◆패션 스타트업에 뛰어든 MZ세대 창업인들

그렇다면 무신사 스튜디오에 입점한 기업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대체로 패션에 특화된 공유 오피스로서의 인프라에 사업 입지를 더욱 발현할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이대범 온더룩 대표(34)는 "IT업계에서 재직하던 중 패션 매거진에서 근무하던 친구와 함께 패션앱으로의 창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패션산업의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무신사 스튜디오에서 업계 트렌드를 빨리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온더룩은 패션 브랜드 데이터앱으로 개성을 중요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 태어난 세대)에 맞춤형 옷 스타일링을 제공한다. 체형별 디자인부터 브랜드, 가격 등을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019년 3월 창업해 이제 막 3년차에 접어 들었지만, 회원 수가 24만명에 달해 MZ세대 사이에서는 패션앱으로 정평이 나 있다. 월 10만명가량이 이용하며, 사용자가 생산자가 되는 구조로 4500여 명의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옷 스타일링을 앱을 통해 타인에 공유한다. 

특히 회원 중 80%가 20대이며, 그중 60%가 남성일 정도로 패션 플랫폼에서 남성의 창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무신사 스튜디오에 입주한 2019년 12월 후에는 사업 규모도 커지면서 2명이 시작하던 사업이 11명으로 크게 늘었다. 최근에는 패션 유튜버와의 협업으로 콘텐츠 생산에도 박차를 가했다. 직원들도 2030세대로,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독특한 개성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대표는 "패션업은 트렌드가 시시각각으로 돌변해 그 사이클을 알아야 혁신을 할 수 있다"며 "그중에서도 패션 데이터 산업은 구성원이 중심이 돼 일궈나가는 상생형 플랫폼으로서 향후 AI산업에서도 블루오션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정현 헬로우젠틀 대표. 사진/무신사 스튜디오
권정현 헬로우젠틀 대표. 사진/무신사 스튜디오

권정현 헬로우젠틀 대표(33)도 남다른 사업 아이템으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가고 있다. 헬로우젠틀은 2014년 창업한 기업으로, 한때 사업을 중단할 정도로 시련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2019년 초 한국형 중년 아저씨들을 위한 '메이크오버'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재기의 발판을 삼게 됐다. 정년 퇴임을 하거나 가족 간의 소통에 어려워하는 중년 남성들에 자신감을 불어넣은 것이다. 또 시니어 모델 시장이 비대해지는 것과도 적합하게 맞물렸다. 기성층과 청년층 간의 세대 갈등을 봉합하는 데 역할을 하기도 했다. 

권 대표는 2020년 말 무신사 스튜디오에 입주했다. 1인 스타트업으로 혼자 사업을 시작했으나 현재 4명의 사람들과 사업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자영업을 하거나 정년 퇴임을 한 60대 시니어 모델 8명의 에이전시로도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시니어 모델들이 K팝에 맞춰 춤을 추는 '댄스 커버' 영상을 찍거나 MZ세대가 운영하는 SNS에 동반 출연하는 등의 콘텐츠 제작도 시작했다.  

권 대표는 "시니어 모델 시장이 커지는 만큼 등산복이나 양복에 특화된 한국형 중년 남자들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며 "사업을 멈춰야할 정도로 어려웠던 시기도 있었으나, 메이크오버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주위에서 중년 남자들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평가도 종종 듣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또 무신사 스튜디오를 이용하는 CEO 입장에선 "대한민국의 모든 공유 오피스를 다녀봤지만, 대부분 IT산업에 특화된 공간이었다"며 "패션에 특화된 이곳의 공유 오피스는 한 공간 안에서 옷에 대한 여러 시각을 공유할 수 있어 다양하게 시너지를 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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