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우리나라는 위암 발병률이 매우 높은 나라다. 남녀 암 발병률 1위가 모두 위암이다. 그리고 대장암은 얼마전부터 폐암을 제치고 발병률 2위에 올랐다. 한국사람들의 위와 장 건강이 좋지 않다는 증거다. 기능의학에서는 위암과 대장암의 발병원인을 위와 장이 하는 소화와 흡수 역할에 생리적 불균형이 생기면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래서 치료와 예방은 위와 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면역력을 높여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균형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병원 내과 진료실에는 하루에도 몇 명씩 노인들은 물론이고 20,30대 젊은이들이 찾아온다. 병원을 찾는 많은 이유가 변비, 설사, 과민성 대장 증후군, 속쓰림 등이다. 위장의 질병은 대부분 식습관에서 시작된다.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하고 붉고 기름기가 많은 고기와 튀김류를 좋아하는 식습관 때문이다. 먹방도 위장에 좋지 않은 식습관을 만드는데 일조한다. 젊은이들은 먹방이 위장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데도 재미 있고 유익한 놀이문화 쯤으로 받아들인다.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위장장애 환자들에겐 위산분비억제제나 제산제, 지사제, 항생제를 처방한다. 하지만 이런 약들은 당장의 불편한 증상만 해결할 뿐 근본적인 체내의 생리적 불균형을 해소하지는 못한다. 이렇게 해결되지 못하고 쌓인 불균형들은 결국 더 큰 증상이나 질병으로 나타난다.

위장은 몸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은 한다.많은 사람들이 위장은 음식의 소화와 흡수만을 담당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위장은 우리 몸 최대의 면역기관이자, 신경전달물질의 생성기관이다. 그래서 요즘은 장을 제2의 뇌라고 부르기도 한다.

음식물 전달 과정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음식을 먹으면 입 안에서 충분히 씹고 넘겨진 덩어리가 식도를 타고 내려와 위로 들어온다. 위에서는 위산과 펩신이라고 하는 효소가 나와서 음식을 살균하고 녹인다. 위산은 염산이다. 이 염산의 산성도(pH)가 충분히 낮아서 강한 산성을 띄어야 외부에서 들어오는 음식에 묻어있는 균을 충분히 살균할 수 있다. 또 펩신은 펩시노겐에 붙어있는 아미노산이 강한 위산에 의해 떨어져 나가면서 활성화되어 단백질을 소화시킬 수 있는 효소로 작용한다.

위산과 펩신에 의해 위에서 소화된 음식은 십이지장을 통해 소장을 지나 대장으로 간다. 이때 이자와 담즙액이 음식물죽 덩어리와 섞이게 되는데 이 때도 위산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담즙액의 소화효소는 알칼리성으로, 위에서 넘어온 음식물죽이 충분한 산성을 가지고 있을 때 그걸 중성화 시킬 만큼의 충분한 양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만약 위에서 내려온 음식물죽이 충분한 산성이 아니라면 다른 소화효소가 분비되는 양도 적어지는 것이다.

위산은 음식에 묻어있는 균을 살균 작용을 할 뿐만 아니라 소화효소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만약 위산이 부족하거나, 위산의 pH가 충분히 낮지 않으면 이런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덜 소화된 음식이나 덜 살균된 음식이 장으로 넘어오게 되면 부패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가스가 생성되고 체내에 유해한 세균들이 자라난다. 이런 일이 소장에서 일어나면 SIBO(small intestinal bacterial overgrowth) 소장내세균과증식이라고 부르고 대장에서 일어나면 장내세균불균형이라고 부르게 된다.

하나의 질병은 결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불균형들은 반드시 연결되어 있고 그 불균형이 차곡차곡 쌓여 각자 취약한 부분에서 증상과 질병을 유발한다. 위산저하와 소장내세균과증식과 장내세균불균형이 연결되어 있듯이 말이다.

만약 위산저하와 소장내세균과증식, 장내세균불균형이 지속되게 되면 유해균들이 장의 점막을 갉아먹고 염증을 유발해 장벽 세포의 단단한 치밀결합을 파괴한다. 이렇게 벌어진 틈으로 각종 병원균과 환경 독소, 가공식품과 알레르기 유발 물질들이 침입하게 된다.

건강한 장에서는 유익한 장내 세균들이 체내 유익한 물질들을 생성하고 장 점막을 두껍게 하며 장벽 세포의 결합도 튼튼해서 외부 독소에 노출된다고 해도 신체를 보호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장누수와 장내 세균 불균형이 동반된 장은 장내 투과성이 증가해 쉽게 외부 독소에 노출되어 만성 염증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상태가 바로 장누수 상태다.

장은 우리 몸의 최대 면역기관이자 신경전달물질의 생성기관이라고 했다. 장누수 상태에서는 이런 기능이 파괴되면서 단순히 소화와 흡수에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여드름, 건선, 아토피 등의 각종 피부질환과 지방간, 만성피로, 만성 비염, 축농증, 수면장애, 류마티스 관절염, 우울증, 과잉행동장애, 불면증 등 수많은 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모든 질병은 위장에서 시작된다는 제목이 절대 과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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