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병원에서 환자가 위의 불편감, 소화불량, 속쓰림 등을 이야기하면 위산 분비 억제제를 처방 받는 경우가 많다. 위의 염증 자체가 위산의 과다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위염은 단지 위에 염증이 있는 상태일 뿐이다. 위염은 위산 과다에서도 발생할 수 있고 위산 저하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위염을 정확히 진단하는 방법은 내시경을 통해 직접 염증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매번 내시경을 할 수는 없으니 증상을 듣고 적절한 약을 써서 치료적으로 진단하는 것이 보통이다. 문제는 환자가 느끼는 증상만으로 위산 증가와 위산 저하 상태를 알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속이 쓰리고 타는 듯한 증상으로 내원한 두 환자의 결과가 완전히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만약 식사 후 불편감이나 명치 부근에 공이 들어있는 것 같은 답답한 느낌, 역류하는 듯한 느낌 등으로 상복부의 불편감이 있다면 위 기능 검사를 해봐야 한다. 검사는 공복시 채혈을 통해 펩시노겐1과 펩시노겐2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런 검사를 통해 위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하게 되면 증상은 빠른 시일내에 좋아진다.

장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인간의 장 속에는 우리 몸속 미생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생물이 존재한다. 종류만 4000에서 1만 개에 이른다. 숫자로는 약 38조개에 달해 인간을 이루는 세포의 숫자보다도 많다고 한다.

같은 약을 먹어도 사람마다 다른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누구는 살이 찌고 누구는 날씬한 이유가 모두 장내 미생물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하루에도 수십개씩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장과 전혀 관계가 없을 것만 같았던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장내미생물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식이요법 치료에 적용된 지 오래다. 쉽게 말해 건강한 유익균들이 유해균보다 많아야 몸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장 속의 미생물들 생태계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 요즘 의료계에서 가장 뜨거운 토픽이 되고 있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검사다. 검사 방식은 대변을 채취하여 보내면 대변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의 유전자를 분석하여 그 조성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유해균이 과다하면 이를 죽이는 치료를 하면서 유익균을 보충하고 손상된 장벽세포와 장점막을 재생하는 치료를 해야 한다. 장 건강을 위해 유산균만 맹신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장점막을 정상화 시키는 것은 몸 전체 불균형이 개선되어야 한다. 그래서 락토페린이나 글루타민 등을 보충하는 것도 필요하다.

음식물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체크도 중요하다. 가능의학에서 강조하는 지연성 음식 IgG 알레르기 검사가 있다. 무언가에 급성으로 노출되어 발생하는 알레르기 발진이나 가려움, 부종의 원인을 판단하는 검사가 아니다. 지연성 알레르기는 반응 자체가 음식을 섭취한 후 많게는 72시간이 흐른 후에 나타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소화 장애나 피부 습진, 가려움, 기분 장애, 만성 염증과 부종 및 비만 등이 이런 지연성 음식 알레르기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누수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지연성 알레르기가 있는 음식을 섭취하면 발생하는 염증이 장누수를 악화시키고 장누수에 의해 헐거워진 장벽세포의 결합 사이로 지연성 알레르기가 있는 음식물의 항원이 유입되면서 더 큰 면역학적 공격이 발생한다.

이런 지연성 알레르기가 있는 줄 모르고 그 음식을 지속적으로 섭취하게 되면 이런 증상이 반복되고 그 사이 염증과 생리적 불균형이 쌓이면서 더 큰 질병이나 증상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지연성 음식 IgG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 원인 물질을 찾게 되면 적절한 제한 식이요법을 통해 이런 악순환을 예방할 수 있다.

모든 질병은 위와 장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또 모든 생리적 불균형은 반드시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질병이나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단순히 증상만으로 약을 처방하는 것 보다는 이를 잘 이해하는 의사와 상담하고 적절한 검사를 통해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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