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의송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
현의송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

2019년 8월 일본 규슈 미야사키(宮崎)현의 중서부에 위치한 아야읍을 방문한 적이 있다. 30년 전 필자가 농협 동경사무소장으로 근무할 때부터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그러나 일본농협중앙회의 직원들로부터 아야읍 농협조합장이 공산주의자이니 만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듣고는 실천에 옮기지 못하다가 뒤늦게 방문기회를 잡은 것이다. 파스토랄 호텔의 가네사키 사장과 함께 방문해 아야읍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아야읍은 유기농업과 자연생태계 농업으로 유명하다. 상록 활엽수림이 좋아 사림이 살기에 최적인 지상낙원이다. 아야읍 인구는 1960년대에 1만 명에 달하다가 1970년에는 인구가 7000명으로 감소했으나 그 뒤로는 지금까지 50년 동안 인구가 줄지 않는 일본에서 유일한 농촌지역이다. 그동안 이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2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인기 있는 농촌지역이 된 것은 1964년 읍장으로 취임한 고다미노루(鄕田實)씨의 역할이 컸다. 자연을 지키고 유기농업을 실천한 것이 주효했다.

아야읍에는 읍사무소와 농협이 함께 설립한 농업지원센터가 있다. 20명의 지역농업협력대가 있고 고령으로 농사 일이 어려운 농민들의 일손을 대행해 주고 농산물의 판로개척을 도와준다. 상록활엽수림을 활용해 천연 염색한 염직공예품과 지역 산 목재를 활용하는 목죽공예, 지역의 흙을 활용한 도자기, 자연을 활용한 유리공예 등 공예품 생산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장기판 바둑판은 일본에서는 최고급품이 여기서 생산된다.

아야읍에 들어가면 자연생태계농업의 읍이라는 입간판이 곳곳에 서 있다. 읍사무소 앞 도로변에는 맑은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도랑이 있고 잉어 붕어 등 물고기들이 유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본 내 명수의 백선 상을 받았다는 푯말과 함께 자연생수가 파이프를 통해 중단 없이 흐르고 주민 모두가 마음껏 물통에 생수를 담아가는 모습이 풍요롭고 아름답게 보인다.

아야읍은 일본정부와 단체로부터 다양한 상을 받았다. 1) 인구감소지역 활성화 우수사례 촌 상. 2) 고향 만들기 대상. 3) 일본의 명수(名水) 백선 상. 4) 일본에서 별이 가장 잘 보이는 지역상. 5) 물의 고향 상 등 농촌지역의 모든 상을 다 받았다는 느낌이다.

일본의 산은 삼나무 편백나무로 수종갱신을 많이 했으나 아야읍은 읍장의 주도로 오래전부터 상록활엽수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키로 하고 보전하고 유지하는데 주력했다. 이러한 노력이 종합적으로 평가되어 아야읍의 자연 상록활엽수림이 2012년 7월12일 유엔이 인정하는 유네스코에코파크로 등록되었다.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생물권보전지역`을 일본에서는 에코파크라고 부른다. 현재 117개국의 610개 지역이 에코파크로 등록되어 있는데 일본에서는 4개 지역이 지정되었다. 유네스코 에코파크는 귀중한 생태계의 보전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두 가지를 양립시킬 수 있는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자연생태계로부터 받을 수 있는 은혜인 생태계서비스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도 진행했다. 즉 이지역의 특산품인 `휴가나쓰`라는 감귤은 꿀벌의 화분운반이 중요한데 이들 꿀벌이 자연 상록활엽수림에 대량 서식하므로 자연경관의 보전은 물론 고품질의 밀감 특산물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아야읍은 일본에서 유일하게 매월 16일을 지산지소(地産地消)의 날(즉 신토불이의 날)로 정하고 미야사키 식생활 르네상스운동을 한다. 태양과 신록의 고향으로 불려 지며 온난한 해류의 영향으로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식(食)생활의 보고라는 점을 어필한다. 지역 내 전주민이 참여하여 농산물 생산 가공 유통 소비 교육의 모든 현장에서 지산지소와 식육(食育,식생활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지속적 실천을 하고 있다.

아야읍사무소 앞에 목판에 새겨진 50여 년 전 제정된 읍의 헌장도 매우 인상 적이다. “풍요로운 자연과 전통을 살려서 모두의 지혜와 협력으로 미래가 있는 읍을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헌장을 선포한다.1)자연생태계를 살리고 육성하는 읍 2)건강, 풍요, 활력 있는 읍 3)청소년에 자긍심과 희망을 북돋아주는 읍. 4)생활문화의 창조와 연구를 집중시키는 읍. 5) 주민 상호 배려와 교류소통으로 명랑한 읍.”이라는 글이다.

아야읍의 가장 큰 자랑은 상록활엽수림이 만들어준 생활문화를 오랫동안 지켜왔다는 것이다. 읍의 곳곳에 다양한 전통공예품을 만들고 판매한다. 견직물, 목공예품, 유리공예품 ,도자기, 죽세공품, 천연염색품 등이 주민의 손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수작업 공예품을 보존하고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공예의 전당인 `아야 읍 국제공예품 성`을 1986년 건설했다. 여기서는 지역 내에서 제조된 수작업공예품의 전시와 공방의 안내, 공예교실 등의 체험학습과 국내외 교류 전 등을 연중 실시하고 있다. 공예품 도자기 등을 만드는 분들은 이 지역 분들도 있지만 지역행정이 지원하기 때문에 일본의 모든 지역에서 목공예, 유리공예 ,초공예등 도예인 들이 자연스럽게 아야읍으로 이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고다 읍장 사망 후에는 그의 딸 고다미키코(鄕田美紀子)씨가 농민약제사가 되어 고다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약국 옆에 <약선다방(藥膳茶房)유기농 고다>를 개점 운영하고 있다. 모든 질병을 약과 병행해서 식생활로 치유할 수 있도록 요리교실을 열어 주민들을 지도해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00년부터는 풀이나 곤충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자연농업`을 실천하는 학교를 만들어 자연농생활실천을 내용으로 하는 식양강좌(食養講座)의 강사를 맡았다.현재는 식생활과 삼림세라피를 함께 생활하면서 만성질병을 치유하는 약선숙사(藥膳宿舍)를 경영해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고다씨는 읍장을 6번에 걸쳐 24년동안 했다. 그가 쓴 <협동의 마음(結의 心)>이라는 책은 지방자치단체 장과 지자체 공무원의 필독서로 읽히고 있다. 삼림을 벌채하고 목재를 팔아서 지역경제를 유지하던 일본의 다른 지역은 지역경제가 파탄에 이르자 이를 견디지 못하고 야반도주가 일어나는 지역이 많았다. 고다라는 지도자 한 사람의 노력으로 숲과 환경, 공예와 전통문화를 지키며 협동의 정신으로 살기 좋은 지역으로 성공한 아야읍의 사례는 지방자치의 성공사례로 유명하다.

더욱이 그의 딸 고다미키코씨와 자녀들도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시대흐름에 맞게 약선다방, 약선숙사, 약선요리교실 등 다양한 활동으로 3대째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천직의식은 일본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지구촌 환경 문제가 떠오르면서 아야읍은 SDGs(지속가능한 발전목표)의 선진사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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