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형 중소기업신문 기업정보분석연구소장·전 한국은행 부원장
전주형 중소기업신문 기업정보분석연구소장·전 한국은행 부원장

지난 11월 25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75%에서 1.00%로 0.25%포인트 인상하였다. 지난 8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소비자물가가 목표치인 2%를 넘어선 상태가 계속되고 가계대출의 과다한 증가로 주택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되자 물가상승을 억제하고 주택가격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였다.

기준금리의 인상에도 불구하고 이 날 채권시장에서는 3년물 정부채(국고채) 금리가 2.01%에서 1.93%로 오히려 하락하였다. 한국은행이 2년 후에는 소비자물가가 목표치 이내로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자 채권시장 참여자들이 2년 후의 기준금리 예상 수준을 3%에서 2.75%로 낮추어 잡았기 때문이다.

금리의 본질은 현재 현금과 미래 현금 간의 교환비율이라는 것이다. 오늘 1000원을 빌려주고 1년 후에 1100원을 받기로 하였다면 교환비율은 1.10이다. 교환비율에서 원금에 해당하는 1을 제외하고 나머지 0.10를 백분비로 표시한 10%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금리에 해당한다. 금리 10%는 원금에 대한 이자의 비율이기도 하다. 금리라는 연결고리를 이용해 우리는 미래 현금을 현재 현금으로 환산할 수 있고 반대로 현재 현금을 미래 현금으로 환산할 수 있다.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금융기관과 자금 거래를 할 때 대출금리 또는 차입금리를 정하는 기준이 되는 금리를 말한다. 예를 들면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경쟁입찰 방식으로 7일물 환매조건부 채권매입 거래를 할 때는 입찰최저금리로 사용되며, 자금을 흡수하기 위해 모집 방식으로 7일물 환매조건부 채권매각 거래를 할 때는 고정매각금리로 사용된다.

한국은행은 금융기관 간의 초단기자금 대여시장인 콜시장에도 참여하여 금융기관의 초단기자금 부족분을 메워주거나 여유분을 흡수해 줌으로써 콜금리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는데, 이 때 기준금리는 1일물 콜금리의 목표치로 활용된다.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를 정기예금 금리를 정하는 준거로 사용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시중은행들은 곧바로 정기예금 금리를 0.2%포인트 내지 0.4%포인트까지 즉각 인상하였다.

단기물 정부채(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의 단기 예상치를 평균한 수준에서 결정된다. 현재 기준금리가 1.00%이고, 1년 후 예상치가 1.75%, 2년 후 예상치가 3.00%, 3년 후 예상치가 1.75%이면 3년물 정부채 금리는 2.04%가 된다. 따라서 단기물 정부채 금리는 기준금리 변동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한편 장기물 정부채 금리는 단기물 정부채 금리에 기간프리미엄을 더한 수준에서 결정된다. 기간프리미엄은 단기물보다 유동성위험과 금리변동위험이 높은 장기물을 보유하는 대가로 지불되는 추가 금리를 말한다.

회사채 금리는 정부채 금리에, 회사채 발행 기업의 신용도를 반영한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이와 같이 기준금리의 인상은 콜금리, 예금금리, 정부채 금리, 회사채 금리 등의 상승을 일으키면서 금융시장 전반으로 파급된다. 그리고 예금금리의 상승은 가계의 저축에 영향을 미쳐 가계의 소비 감소를 가져오고, 회사채 금리의 상승은 기업의 자금조달비용에 영향을 주어 기업의 투자 감소를 가져온다. 이렇게 기준금리 인상은 궁극적으로 경제 전체의 수요를 감소시킴으로써 물가의 상승을 억제한다.

기준금리의 적정수준은 물가상승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잠재성장률을 달성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실질금리의 본질은 현재 생산물과 미래 생산물 간의 교환비율이다. 그래서 실질금리는 미래 생산물의 증가율인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결정된다.

명목금리는 실질금리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것이다. 따라서 명목금리 성격을 지닌 기준금리의 장기 적정수준은 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합한 수준, 즉 명목GDP 증가율이 된다. 우리나라 명목GDP 증가율의 장기 추세치에 의하면 현재의 기준금리 적정수준은 3%로 나온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률이 꾸준히 떨어지고 물가가 대체로 2%이하에서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적정수준보다 장기간 낮게 유지되면 자산시장에는 거품이 형성되고 상품시장에서는 물가가 상승하게 된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대응하여 기준금리를 0.5%까지 인하한 작년 5월부터 1년 넘게 저금리가 지속되자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에 상당한 거품이 형성되었고, 소비자물가는 목표치를 뛰어넘어 높게 상승하였다. 

금년 10월말 현재 주택시가총액의 대GDP 비율은 300%로 추세치로부터 30%포인트 넘게 벗어나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11월말 주식시가총액의 대GDP비율도 120%로 평균치로부터 30%포인트 넘게 벗어나 있는 상태이다. 금년 4월부터 목표치(2%)를 넘어서기 시작한 소비자물가는 급기야 11월에는 3.7%까지 급등하였다.

한국은행은 자산시장의 거품 형성 방지와 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내년 1월에도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의 확산 여부에 따라 그 이후의 인상 경로는 달라지겠지만 현재의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인상 시기는 더 빨라지고 인상폭도 커질 것이다. 현 시점에서 추정된 기준금리 적정수준이 3%인 점과 잠재성장률이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번 인상 싸이클은 기준금리가 3%에 도달하기 전에 끝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도 한국은행의 결정에 영향을 준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면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의 유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하순에 연임이 확정된 파월 연준총재는 근원 개인소비지출물가가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자 지난 주 의회 증언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의 가속화 논의 필요성을 언급하여 통화정책의 방점이 고용안정에서 물가안정으로 이동하였음을 알렸다. 지난 금요일에 발표된 미국의 11월 실업률도 완전고용에 가까운 4.2%까지 하락하여 향후 연준이 물가안정에 더 방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영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였다.

앞으로 미국의 근원 개인소비지출물가와 한국의 소비자물가 추이를 예의 주시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개시 시점과 함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경로를 예측해 내는 일이 한국채권 투자자에게는 투자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풀어야 할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전주형 중소기업신문 기업정보분석연구소장·전 한국은행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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