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의송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
현의송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

교토(京都) 기요미스(淸水)절에 가기위해 산넨(山寧)언덕의 계단을 오르면 바로 앞에 완만한 언덕길이 있다. 그 오른편 모퉁이 집이 360년 전에 창업한 시치미본포(七味本捕)다. 현재는 13대 사장인 후쿠시마히토시(福島仁祀)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이 곳이 창업 초기에는 가와우치야(河內屋)라는 찻집이었다고 한다. 기요미스 절에 불공드리러 오는 분들이 들리는 찻집으로 유명했다. 그때 절을 찾는 참배객들에게 추운 몸을 녹이도록 고추 가루를 넣은 따뜻한 물을 무료로 제공했다. 이 것이 연유가 되어 차 대신 시치미고추가루 제품을 제조해서 판매하게 되었다고 한다. 시치미본포는 지금도 변함없이 관광객의 왕래가 많은 히가시야마(東山)에서 인기 있는 노포로 유명하다.

시치미본포는 동경 아사구사 절 앞에 있는 야하다야이소고오로, 나가노현 센코지앞에 있는 야겐보리와 함께 일본의 3대 시치미 고추가루 집으로 알려져 있다. 기요미스 절은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 되었다.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철의 밤 야경이 유명하다. 입구의 산넨언덕길은 임신한 부인들의 순산을 기원한다는 의미로 출산의 `産`과 안녕의 `寧`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시치미본포 매장에 들어서면 짙은 산초향이 코를 자극하고 시치미를 담은 다양한 색의 도자기 용기가 눈을 즐겁게 한다. 마치 도자기 전문점에 온  것 같다. 보기만 해도 즐겁고 아름다운 분위기의 시치미 판매점으로 알려져 있어서 사시사철 언제나 고객들로 꽉차 있다.

관광이나 시찰목적으로 일본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우동이나 스시 같은 일본요리를 먹으면서 고춧가루를 찾았는데 고춧가루 대신 시치미를 가져와서 다황한 적이 있을 것이다. 시치미집은 뿌리고 넣고 혼합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새로운 맛을 내는 비밀을 발견했다. 후쿠시마히토시 사장은 “시치미를 넣어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잠시 한 순간의 미학`을 얻을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시치미집은 동해도(東海道) 오사카에서 동경까지의 도로가 완성되기 전 부터 이 곳에서 영업을 했다. 그 당시 교토에서 동경까지는 이 언덕을 지나서 기요미즈 절에 불공을 드리고 오쓰(大洲)방향을 경유해서 동경까지 가는 코스다. 이 시치미점은 처음에 가와우치야라고 해서 여행객이나 절 내에 있는 폭포에서 불공을 드리는 신자를 상대로 약이나 짚신을 파는 찻집이었다. 그 뒤 고춧가루에 산초, 참께, 삼씨 등 약초가루를 혼합해서 오늘날의 시치미 제품을 창안했다. 시치미본포의 시치미고추가루는 신초의 효과로 고추의 매운 맛을 조절한 것이 이 가게만의 비법이다. 1806년부터 시치미 전문점으로 전환 했다.

이 회사의 시치미고추가루 제품은 고춧가루, 산초, 흰 참께, 검정 참께, 자소, 청 김, 대마씨를 절묘하게 조합해서 특유의 산뜻한 향과 혀끝에 닿는 고상한 맛과 향기를 내도록 만든 것이 대대로 전해오는 영업 비밀이다. 주원료인 고추와 산초는 자가 농장에서 재배하거나 계약재배 한 것만 사용하고 산초나무는 6만 본을 직접재배해서 항상 양질의 산초열매를 얻을 수 있도록 연구 노력하고 있다.

교토는 지리적으로 산이나 바다의 식자재를 얻기가 어려운 지역이라서 해산물은 오사카에서 가져오고, 임산물은 동해 쪽 단파에서 운송해 왔다. 따라서 결코 살기 좋은 곳이 아닌 이곳에서 좋은 식재료를 어떻게 구하고 맛있게 요리할 것인가를 여러 가지로 시도하게 되었다. 시치미도 그러한 방법의 하나로 개발 사용하기 시작했다. 생선식품이 부족한 북 구라파나 러시아에 스파이스가 발달한 것과 같은 이유이다.  한마디로 교토의 시치미는 향이 최고이고 동경의 시치미는 매운맛이 최고라고 하지만 이것은 요리 방법의 차이에서 온 것이다. 담백한 맛의 교토요리는 산초와 청김의 향을 내고 뒤에 매운맛이 약간 나는 정도의 시치미가 적당했다. 동경처럼 얼얼한 매운 맛으로는 모처럼의 감칠맛 나는 맛이 없어지게 된다.

시치미는 일본 주요도시의 백화점에서도 판매하고 있으나 이것은 겨울철에만 가능하다. 습기가 많은 여름철 6월1일부터 9월31일 까지는 모두 재고를 회수하고 판매하지 않는다. 여름철에는 향과 품질관리가 어렵고 품질의 보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요미스 도자기 용기의 제품도 본점에서만 판매한다. 명품은 그 지역의 토지와 기후 그리고 인정(人情)이 함께 어우러져야 최상의 제품이 만들어 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집의 시치미 제조 방법은 대대로 장자 한 사람에게만 전해지고 있고 기본적으로 창업당시와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장은 “노포의 전통을 계승하고 일본의 훌륭한 식문화의 발전과 보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 종업원들이 할 일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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