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만성적인 피로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사람에 따라 피로를 느끼는 정도가 다르고 의사에 따라 진단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피로환자의 정의가 명확하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의학에서는 피로증후군은 잠을 푹 자거나 충분한 휴식을 취해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피로로 약속을 지킬 수 없다던가 출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고 말한다. 이러한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피로증후군이라고 한다. 만성적피로환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피로가 만성이 되기 전에 그 원인을 찾고 신체의 불균형상태를 바로 잡는 게 중요하다.

기능의학에서는 이러한 만성 피로의 원인 중 많은 부분이 부신 피로와 부신 고갈에 있다고 본다. 부신이란 2개의 콩팥 위에 붙어있는 길이 4~5cm, 높이 2~3cm, 무게 7~8g의 아주 작은 호르몬 분비 기관이다. 부신의 겉 부분인 피질에서는 코티솔, 알도스테론, 안드로겐과 같은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분비되고 부신 안쪽 부분인 수질에는 노르에피네프린, 에피네프린과 같은 교감신경이 자극되었을 때 분비되는 카테콜아민이 분비된다.

부신 피질에서 분비되는 코티솔은 스트레스가 많을 때 신체가 스트레스에 대항하기 위해 콜레스테롤을 원료로 하여 대사되어 만들어지는데, 상위 단계에서 DHEA와 성호르몬으로 대사되기도 한다. 인체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항상성을 파괴하는 모든 것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데 코티솔은 이에 대항하고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스트레스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부신에서 코티솔을 과다하게 분비하게 되고 점차 코티솔을 만들어 낼 여력이 없게 된다. 이것을 부신 피로, 부신 고갈이라고 부른다. 인체가 이런 부신 피로의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급성 스트레스 단계와 만성 스트레스 단계, 부신 고갈의 단계를 차례로 거치게 된다. 과다한 스트레스가 급성으로 오면 DHEA와 성호르몬으로 가는 대사는 저해되고 코티솔로 가는 대사만 촉진되어 체내에 코티솔이 쌓이게 된다. 과다한 코티솔은 염증을 유발하고 혈압이 상승하며 불안하고 수면 장애가 발생한다.

스트레스에 만성적으로 노출되게 되면 DHEA와 성호르몬 코티솔 모두가 점차 감소하면서 일시적으로 정상적으로 보이는 단계를 지나 마침내 부신 고갈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부종이 생기고 무기력하며 만사가 귀찮고 추위를 잘 타며 우울해 진다. 면역 기능이 떨어지면서 구내염이나 방광염, 질염이 반복되고 감기가 잘 걸리기도 하며, 기억력이 떨어진다. 또한 체내 에너지가 전체적으로 고갈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단음식을 찾게 된다. 탄수화물에 쉽게 중독되고 부실한 식단은 더욱더 부신 피로를 악화시킨다.

코티솔은 정상적으로 아침에 많이 분비되고 저녁이 될수록 분비량이 줄어드는데 부신피로가 있는 환자들은 코티솔이 아침에 충분히 분비되지 못해서 아침에 피로가 극심하고 오후가 될수록 뒤늦게 커피나 운동, 술 등으로 몸이 깨어나면서 체내 일주기 리듬 자체가 뒤로 밀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막상 잠을 자야 할 시간에는 몸이 준비가 되지 않아서 불면증으로 밤을 새우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진료실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50대 이상의 여성은 열에 여섯 이상은 부신 피로 증상으로 갖고 있고, 최근 들어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면서 20대에도 드물지 않게 부신 피로 환자를 만나게 된다.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과중한 업무, 부족한 운동과 불균형한 식단이 원인으로 예상되며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장기적으로 오남용해서 발생하는 부신 기능 저하도 종종 있다.

만약 다음과 같은 증상을 갖고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오전 8시에서 10시사이에 병원에 내원하여 혈액검사나 타액 검사를 통해 부신 호르몬 검사를 받기를 권한다. 1) 충분히 자거나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2) 아침에 일어날 때 피로가 특히 심하다. 3)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식곤증이 심하다. 4) 저녁 식후 식곤증이 심하다가 이 시간을 넘기면 잠이 오지 않는다. 호르몬 검사를 통해 부신 피로가 진단되면 부신 강화 치료를 받으면 된다, 이와함께 운동을 꾸준히 하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 검사 없이 무분별하게 부신 강화제를 복용하면 개인에 따라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반드시 의사와 상담을 거쳐 검사를 통해 부신 피로가 진단된 후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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