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숙 한마콤 대표·호텔관광경영학박사
한태숙 한마콤 대표·호텔관광경영학박사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차원에서 모피 제품의 생산 판매를 금지하여 동물의 털로 만든 의류, 신발, 핸드백, 기타 액세서리를 판매 못하게 하자, 유명 패션 브랜드에서도 이런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모임에 가면 여성들이 다양한 디자인의 고급 모피를 입고, 거리에서도 긴 모피를 입은 여성이 부의 상징처럼 느껴져, “나도 저렇게 비싼 모피를 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길거리에 나가보면 새로 나온 옷들이 싸고 편하며, 방한 효과가 뛰어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모피 입은 여성들이 보이지 않는다. 며칠 전 어느 모임에 비싼 긴 모피를 입은 여성을 보았는데 고급스러워 보이는 데 왠지 유행에 떨어지는 느낌을 가졌다. 이렇게 유행이나 트렌드는 소리 소문도 없이 우리 삶을 바꾸어 간다.

최근 비건 열풍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고기, 생선, 닭, 계란, 우유 같은 것을 안 먹고 야채만 먹는가 하며 채식주의자가 이상하게 느낀 적이 있었는데,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Nils-Gerrit Wunsch 발표에 의하면 전 세계 비건(vegan) 식품 시장은 2021년은 160억 달러이며, 매년 증가 속도가 9%를 보여 2025년도에는 약 220억 달러로 예상한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성장 속도가 높으며, 점차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도 성장 속도가 증가하고 있다. 영국의 Sainsbury 식품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까지 완전 채식주의자와 채식주의자가 영국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영국의 맥도날드 매장에서는 이미 비건 메뉴라고 별도의 메뉴판에 햄버거 스타일의 맥프랜트, 베지디퍼, 프라이 등을 판매하며,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초코훠지와 핫초코 같은 음료와 야채 햄버거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 영국 슈퍼마켓 체인의 일부에서는 모두 식물로 만든 치즈, 치킨, 바비큐 소스, 초콜릿, 식사 키트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비건 우유는 아몬드 마카다미아, 캐슈너트 또는 귀리와 같은 견과류로 만들어 오히려 식물성 우유가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으며, 영국의 스타벅스에서는 일부 매장에서 유제품보다 더 환경친화적인 식물성 우유에 대해 추가 요금을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이케아 (IKEA)에서는 2025년까지 카페 메뉴의 절반을 비건 채식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하였고, 네슬레에서는 비건 초콜릿인 비건 밀키를 출시하였고, 영국 최대 체인인 테스코(TESCO)에서도 비건 제품을 300% 늘린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매일유업에서 귀리를 껍질째 갈아내 만든 식물성 음료 “어메이징오트” 와 동원 F&B에서는 귀리 아몬드를 넣은 식물성 음료 “그린 덴마크”를 판매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 살다보면 우리가 모피를 잘 안입듯이 일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채식을 더 많이할 것 같다.

비건이란 일반적으로 채식주의자를 뜻하며 육류 대신에 주로 과일과 채소, 완두콩,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두부, 버섯, 채식 과자 등으로 식사를 한다. 채식을 선호하는 사람 중에도 여러 층으로 나뉘어 비건은 고기뿐만아니라 계란, 우유, 유제품은 물론 가죽, 모피, 동물의 체액이나 피부 등을 넣어 만든 화장품까지 라이프 스타일 전체에 동물을 쓰지 않는 사람이다. 화장품에도 꿀이나, 콜라겐 등 동물성 원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최근 패션계에서도 파인애플 잎의 섬유나 오렌지 섬유 같은 식물을 이용한 스타일이 선보인다.

비건에 대한 인기가 상승하면서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SavorEat회사는 맞춤형 3D 인쇄를 통해 고객이 전화앱을 통해 비건 버거를 주문하면 단백질, 지방 함량 등의 사양에 따라 로봇이 주문해 6분 안에 조리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고기가 만들어지고 주문되는 방식을 통해 패티의 크기, 단백질 및 지방 함량, 조리 온도를 선택할 수 있다.

건강이나 체중관리, 동물 복지, 환경, 동물에게 투여되는 항생제에 대한 우려 등의 이유로 비건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소비자는 채식만 먹고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까 걱정한다. 일반 식사를 하는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어울려 요리하고 식사하는 기쁨을 누리기 어려워 인간관계가 제한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한국 음식은 워낙 채식이 많아서 서양식보다는 변화가 덜 하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변하는 추세를 우리가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조금씩 전세계적으로 비건 방향으로 바뀌는 것을 감지할 수 있는 2022년이 시작되었고, 올해는 어떤 비건 신제품이 출시될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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