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기업경영이나 정치에서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공통적인 키워드를 하나만 선택하라면 무엇일까?

우선 기업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례를 들어보겠다. 신제품을 개발하면서 그 제품을 실제 사용할 고객에게는 한번 물어보지도 않고 상품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시제품을 만들어 품평회를 하면서 회사 내부에 있는 관련부서 직원들끼리만 모여서 품평회를 하기도 한다. 또한 원가절감을 강조하면서 싸구려 부품이나 원재료만을 열심히 찾아 사용한다.

이처럼 기업 현장에서는 철저하게 자기중심, 메이커 중심으로 일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러니 기업성과가 제대로 나지 않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영자의 생각이 고객입장이 아닌 생산자 입장으로 굳어있는 경우에는 기업 전체가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 실제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중소기업 경영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최고경영자의 독선적 사고’로 나타난 경우도 있었다. 이는 체계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서 경영자의 독단적인 자기 중심 사고가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기업 전체에도 나쁜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모든 회사 업무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기준이 내부적인 비용이나 이익이 아닌, 외부 고객이 느끼는 편익이나 가치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원가절감이 중요하지만 품질 떨어뜨리는 원가절감은 안 하는게 더 낫다. 왜냐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품질이 중요하지 원가절감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경영자의 행동 하나하나가 쉽게 전체 조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영자가 솔선해서 업무의 목적이 고객이고, 업무의 우선순위가 고객가치 제고와 고객만족이라는 것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고, 실제 일상 업무에서 그런 기준으로 의사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회사 전체가 고객 중심으로 바뀌게 되고, 기업성과도 높아지게 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치인의 고객은 국민이다. "민심이 천심이다"는 말도 있듯이 정치도 철저하게 고객중심, 즉, 국민 중심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 정치는 말로만 국민 중심이지, 실제는 철저하게 국민을 외면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

이번에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패배했다. 그러면 기존의 민주당 의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가 책임을 통감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이다. 그리고 패배했으면 원인을 분석하고, 그 원인에 따라 당을 혁신할 사람을 패배 책임이 있는 내부 사람보다 외부에서 찾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금 국민이 선거에서 보여준 의사와는 상관없이 고객중심이 아닌 내부 중심의 정치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6월 지방선거가 또 한번 우려된다.

국민의힘은 당선자가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탈피하기위해 청와대를 용산으로 이전하겠다고 한다. 그러면 최소한 이해관계가 있는 용산 주민들 대상으로 여론조사라도 한번 해보고 그 결과를 갖고 소통하는 게 진정한 국민과의 소통일 것이다. 하지만 용산구청장도 모르게 갑자기 발표해버리는 것은 제왕적이 아니라는 뜻인지 묻고 싶다. 또한 국민들이 특별히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요구하지도 않고 있다. 그냥 일방적인 공약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성공적인 기업경영이나 정치에 있어서 공통적인 핵심 키워드는 '고객중심'이지만 실제는 전혀 다르게 실행되기 때문에 성과도 잘 나지 않고, 고객으로부터 지지도 받지 못하게 된다.

'고객'은 내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해주는 사람만이 아니다. 기업이나 개인에게 직.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모든 사람이 고객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이 투표권이 없어도 인터넷에 어떤 정치인이나 기업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면 그 정치인이나 기업에 영향을 준다. 즉, 이 초등학생도 정치인이나 기업의 중요한 고객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나를 제외한 상대방 모두가 나한테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중한 고객이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고객은 우리가 늘 만나는 사람들이고, 고객중심은 곧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역지사지'와 같은 것이다.

지금 현정부와 정권을 이양받을 새정부간의 대립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왜 그럴까?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상호간의 화법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 집무실을 이전한다고 하면 "안보 때문에 안된다"가 아니라 "집무실 이전에 적극 협조하겠다. 다만, 안보 문제도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다." 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무슨 안보 걱정이냐? 역겹다."라고 말하는 것도 상대를 자극하는 표현이다. 회동을 제안하는 것도 "서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나눠보자"라고 말했으면 어땠을까? "남의 말 듣지 말고 당선자가 판단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것도 당선자뿐 아니라 다른 참모들까지 화나게 하는 표현이다. 한마디로 상대에 대한 표현상의 배려만 있어도 이렇게 꼬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베풀며 살아라’는 얘기를 자주 한다. ‘베푼다’ 는 의미는 물질적인 것을 주는 것만 베푸는 게 아니고, 이런 말 한마디도 상대에 대한 배려이고 베푸는 것이다. 신제품 하나를 만들어도 나중에 그 제품을 사용할 고객을 위해 품질을 가장 좋게 만드는 게 고객에게 베푸는 것이다. 원가절감을 위해 싸구려 원료나 포장재를 사용하는 것은 고객을 배신하는 것이다. 요즈음은 카톡같은 SNS로 소통을 많이 한다. 그런데 문자를 보내도 회신도 없는 분들이 많다.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행복해지기위해서 산다고 한다. 행복해지려면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좋아야 한다. 가족간의 관계가 좋으면 가정이 화목하고 내가 행복하다. 형제간에 우애하면 내가 행복하고, 친구들과의 관계가 좋아도 내가 행복하다. 직장에서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가 좋으면 그 기업은 경쟁력이 있고 역시 내가 행복하다.

그렇다면 이처럼 인간관계를 좋게 만드는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고객중심, 즉, 역지사지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정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여.야 정치인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칭찬하는 고객중심이 아니고, 오로지 내로남불식 비방 정치만을 반복해서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인간 관계에서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은 것이 더 중요하다. 소통하는 화법도 상대가 싫어하거나 상처 주는 표현을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단법인 한국강소기업협회 나종호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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