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부자비즈 운영자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부자비즈 운영자

하루 확진자수가 몇 십만에 달하면서 걱정도 많지만 희망을 갖는 사람도 많다. 머지 않아 집단 면역으로 방역이 해제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상공인들은 방역해제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다고 모든 어려움이 물러갈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일시적인 보복 소비로 오프라인 상점가에 사람이 넘치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과거의 어려움이 반복될 것이다.

언택트에 익숙해진 고객들은 여전히 비대면 구매를 강화할 것이고,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인건비나 원재료값 인상은 여전한 부담이다. 밀키트나 간편식은 계속 식당 고객을 뺏아갈 것이고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경쟁 과열도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포스트코로나, 코로나엔데믹시대가 되면 무조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보다는 그 이후의 상황을 좀더 정밀하게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정책 추진

중소벤처기업부는 코로나시대 소상공인 지원 정책의 해법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찾았다.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정책의 일환으로 소상공인 매장에 스마트상점 기술 보급 사업을 전개하고 있고 2만여 매장에 스마트 기기가 보급되었다. 소상공인이 신청하면 점포당 500만원부터 1500만원대까지 지원이 된다.

현재 공급되는 기술은 디지털 사이니지니, 스마트오더 등 디지털 전환에 기본적인 솔루션이 대부분이지만, 로봇이나 AR/VR콘텐츠제작, AI스마트미러 등 고도화된 기술도 포함돼 있다.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비대면 언택트 트렌드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고 인건비 절감, 매장 운영 효율화, 방역 강화 등이 목적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고 소상공인들의 사업모델을 고도화하며 국내 ICT 산업의 발전과도 깊이 연관돼 있다.

중국은 소상공인은 물론 노점상까지 포함해 전세계에서 가장 앞선 ICT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과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으로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에 관한한 전세계에서 가장 유리한 환경을 갖고 있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이제 겨우 시작되는 단계이다.

◆ICT 기술로 세계 1위를 굳히는 글로벌 브랜드

현재 정부의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정책은 주로 전통시장 같은 상점가나 개인 자영업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책의 수혜자는 아니지만 소상공인들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역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스타벅스, 도미노피자 등 글로벌 브랜드들은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가맹점에 디지털 사이니지와 셀프오더 키오스크를 입점시키는 기초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프랜차이즈가 가진 조직화의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남들이 하니까 따라서 하는 수준이 대부분이고 진지하게 시장 관점에서 전체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 관심을 가진 가맹본부는 많지 않다.

개인자영업자와 맛집들은 오프라인의 가치를 극대화기 위해 디지털 전환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경우도 많다. 마케팅은 사이버 공간에서 진행하되 매장은 철저하게 휴먼터치를 강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기업은 그렇게 하기 힘들다. 전국에 있는 많은 가맹점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리딩하려면 유니크함 못지않게 ICT시스템을 활용해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을 갖춰는 게 중요하다.

고객이 커피숍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고객이 커피숍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에도 축적과 선도자의 법칙이 적용된다

최근 창업 시장에서 가장 핫한 프랜차이즈 업종은 무인점포다. 아이스크림점, 문구점, 밀키트 등 현재 확산되는 무인점포에 들어가는 스마트 솔루션은 그다지 고도화된 기술이 아니다. 이미 상용화된 간단한 기술만으로도 꽤 있어 보이는 스마트 상점을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을 활용하는 능력과 컨셉이고, 다음 단계로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사업모델 고도화에 어떻게 활용해나갈 것인가이다.

미래에는 ICT기술을 활용해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일단 ICT 기술이 접목되면 사이버 세상의 특징인 축적의 법칙이 적용되므로 후발주자들은 선발주자를 이기기 어렵다. 선도자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상점마다 간단한 스마트 기기를 공급하는 건 쉽지만 스마트 기술의 고도화에는 조직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조직화의 주체는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을 가진 스트타업기업이나 네이버 같은 빅테크기업,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될 것이다.

◆도미노피자의 디지털 전략, 과도한 걸까?

글로벌 도미노피자는 2008년 위기에 처하자 맛과 디지털 혁신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피자헛을 몰아내고 전세계 피자시장에서 1등을 차지했다. 도미노가 10여년간 추진해온 디지털 전환 정책을 보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2015년에는 애니웨어AnyWare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해 이후 순차적으로 트위트, TV, 스마트워치, 아마존에코, 애플워치, 페이스북메신저, 제로클릭 등 소비자가 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채널을 망라해 텍스트 음성 이미지 등으로 손쉽게 피자를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2016년에는 스타십테크놀로지스Starship Technologies와 협업으로 피자 프랜차이즈업계 최로로 배달로봇 드루(Domino’s Robotic Unit, DRU)를 선보였으며 2016년에는 드론을 이용한 상업적 피자 배달에 성공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포드와 협업을 통해 피자 배달을 위한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시험을 했으며, 2018년에는 특수한 장소를 핫스팟Hotspot으로 지정해 원하는 지점의 핫스팟으로 피자를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2019년에는 뉴로Nuro라는 로봇회사와 함께 R2라는 피자배달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시범 배달서비스를 시험하기도 했고, 뉴로R2는 미국 도로교통안전청 승인을 받은 최초의 무인차량으로 인도나 자전거 전용도로가 아닌 도로에서 주행이 가능하게 됐다.

◆휴먼서비스를 지원하는 스타벅스의 ICT 기술

스타벅스는 아예 IT전문가를 최고 경영자로 영입해 딥 브루라는 운영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이 탑재된 딥 브루를 기반으로 사물인터넷(IoT)이 연결된 에스프레소 머신을 통해 재고 수요 조사와 머신 관리, 유지보수를 하고 모바일앱의 주문 데이터를 분석해 30분마다 필요한 인력 수요를 예측하고 고객의 지리적 위치와 생일 주문내역을 기록한다.

매장이 바쁘면 고객에게 라떼 대신 아메리카노 쿠폰을 발급하고 스타벅스 매장이 출점할 상권을 선정하기도 한다. 지난 몇 년간 딥 브루가 처리한 모바일 결제는 애플 페이Apple pay와 구글페이Google pay보다 더 많다고 한다.

스타벅스는 인간 중심의 서비스를 더 잘 하기 위해서 IT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말에는 고객에게 보다 혁신적인 매장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뉴욕에 아마존 고와 협업한 픽업 매장을 열기도 했다.

커피에반하다라는 국내 커피 브랜드는 커반24라는 브랜드로 24시간 운영하는 무인카페 모델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고피자는 고븐과 AI토핑 시스템 등을 개발하며 2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GS25는 편의점용 치킨로봇 개발을 위해 로봇회사와 협약을 맺었다.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주방에 자동화 설비나 로봇 시스템을 도입하는 외식 프랜차이즈도 하나씩 늘어나고 있다.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에서 상생의 해법찾기

코로나 타격은 차치하고서라도 소상공인들은 우리 사회에서 최소한의 노동인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적자 상태에서 살인적인 노동량과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한다. 세금을 내면서도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국민이 바로 소기업, 소상공인들이다. 무려 3년 가까이 지속된 코로나팬데믹 기간 동안 가장 큰 피해자였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쥐꼬리만한 지원금을 받았을 뿐이다. 모든 피해는 오롯이 개인 사업자들의 몫이었다.

스몰비즈니스의 디지털 전환은 글로벌 트렌드다. 누가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의 주체가 되든지 ICT기술을 활용해 단순반복 노동과 소상공인들의 수고를 줄이고, 인건비를 절감하고, 매출을 높이고, ESG경영을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다.

그런 측면에서 네이버의 소상공인 동행 전략은 눈여겨 볼만하다. 요즘 MZ세대들은 네이버를 통해 미용실을 예약한다. 하지만 미용실은 네이버에 중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네이버를 통해 소상공인의 물건을 구매하거나 식당을 예약하면 수수료가 없을뿐더러 다양한 적립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네이버 장보기는 전통시장 디지털 전환을 돕고 있다. 서울시민이 고향의 재래 시장 물건을 구매할 수도 있다. 작은 식당 사장들은 테이블에 스티커를 붙이면서까지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과다한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고 마케팅, 결제, 배달, 예약을 통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빅테크 기업들은 수수료 수익을 올리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지나치게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소상공인들의 노력을 강요하고 착취하게 된다. 소상공인들은 빅테크기업의 첫 고객이다. 그들이 내놓은 ICT기술을 사용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첨병역할을 한다. 소상공인들은 빅테크기업들의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될 동반자인 셈이다. 빅테크기업들은 ICT기술이 소상공인들의 성공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상생이다.

이경희. 네이버,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부자비즈> 운영.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저서 '내사업을 한다는 것' '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등. KFCEO교육 과정, 부산프랜차이즈사관학교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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