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품질이 좋은 상품은 시장에서 잘 팔리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상품을 충분히 알리는데 필요한 마케팅 자원의 한계로 좋은 상품을 내놓고도 묻혀버리고 판매확산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일수록 적은 비용으로 높은 판매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교한 마케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상품의 컨셉과 목표타켓을 명확히 하고, 상품 포장 문안이나 디자인을 컨셉과 목표타켓에 맞게 일관성있게 표현해야 한다.

판매채널도 목표타켓층이 주로 이용하는 유통채널에 선택과 집중을 하고, 영업사원 현장판매 활동시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를 차별화해서 전달해야 효율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컨셉이 명확하지 않고 타켓의 범위가 넓으면 비용을 많이 쓰고도 포지셔닝이 잘 되지 않고, 너무 많은 판매채널로 진입하면 판관비 부담이 커져 수익성이 나빠진다. 목표타켓의 범위가 넓다고해서 결코 판매가 많이 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특징없는 상품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예를들어 20대 여성을 타켓으로한 상품도 직장인, 대학생, 공장 근로여성 등으로 나누어보면 그 욕구가 각자 다르고 선호하는 디자인도 다르다. 따라서 직장인이나 대학생처럼 타켓을 좀 더 좁혀서 상품화해야 그 타켓층한테 선호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주변으로까지 판매가 확산된다.

판매 채널도 최근 소비 트렌드와 유통이 온라인, 모바일 등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소비재는 물론이고 산업재나 B2B 상품도 인터넷 상품평 댓글이 구매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 수많은 팔로어를 가진 인플루언서의 영향이 커지고 있어서 중소기업은 이제 오프라인 매장보다 인터넷, 모바일을 이용한 판매나 SNS마케팅에 집중하는 게 유리하다.

고객은 상품을 먼저 써보고 사는 게 아니고, 그냥 좋아 보이는 상품을 구매한다. 따라서 좋아보이도록 그 상품을 사야하는 이유를 간결하게 한마디로 잘 표기하고, 디자인을 컨셉, 목표타켓에 맞게 일관성 있게 표현해야 한다. 즉, 중소기업은 광고비를 많이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품 포장 그 자체가 광고 수단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 상품은 이런 표기문안이 너무 많거나 불명확하고 디자인도 컨셉과 상관없이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엔지니어출신 경영자분은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 기술, 품질만 좋으면 무조건 성공한다고 보고, 컨셉, 디자인 표현 등을 가볍게 생각하고, 표기 문안도 소비자 언어가 아닌 기술적 관점에서만 접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컨셉은 그 제품을 사야하는 이유이고, 고객의 미충족된 니즈를 해결해주는 편익(Benefit)이다. 이 컨셉과 소비자인식에 영향을 주는 품질단서가 구매에 영향을 준다. 품질단서는 제품외형, 디자인, 원산지, 브랜드명, 가격 등으로서 이런 요소 중의 하나라도 부족함이 있게 되면 판매에 영향을 주게 된다.

제품 컨셉과 상품화가 완성되고 나서 영업사원이 고객에게 자사상품을 구입해야 되는 이유를 설득하기 위한 차별화 포인트가 바로 USP이다. USP는 기존시장의 1, 2등 상품 USP와는 확실하게 달라야한다. 고객이 특정 카테고리 상품을 구입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속성을 KBF(Key Buying Factor)라고 한다. USP는 이러한 KBF와 일치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그래서 대부분 회사는 KBF를 자사 상품의 USP로 하려고 한다. 하지만 KBF는 대체로 그 시장에서 1등 상품이 이미 USP로 선점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후발업체나 중소업체가 시장에 새롭게 진입할 때, 1등 상품이 선점하고 있는 USP를 가지고, 더 좋다는 식으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지극히 위험하고 대부분 실패한다. 예를 들어 '볼보 자동차는 안전하다'라고 인식되어 있고, '안전'을 얘기하면 고객은 가장 먼저 '볼보'를 연상하는데, 후발업체가 이런 시장에 들어가면서 '볼보보다 더 안전하다'라고 광고하면 실패한다. 물론 1등 상품을 그냥 따라가는 것도 중소기업은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지만 만족스런 성과를 얻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후발업체나 중소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경우는 고객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시해서 1, 2등 상품이 가지고 있지 않은 속성을 찾아서 이것을 컨셉화하고, 이것을 다시 아주 중요한 것처럼 커뮤니케이션해서 자사만의 차별적 USP를 인식시켜 나가야 한다. 예를들어 옛날 '티코' 자동차는 전혀 안전하지 않은데도 히트상품이 되었다. 왜 그랬을까? 티코는 '주차하기 편리하다'라는 새로운 속성, 즉, 고객이 그동안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속성을 USP로 개발, 아주 중요한 것처럼 인식되게 만들어 크게 히트했다.

자사만의 차별적 강점이 있다면 그것을 USP로 강조할 수도 있다. 한국강소기업협회의 회원사인 태방파텍(정희국 회장)은 '찜팩' 포장용기 특허기술로 가정간편식(HMR)을 전자레인지에 뜯지 않고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게 한 강점을 USP로 제시해서 고객사 상품의 차별적 가치를 크게 높여주고 있다. 모바일 마케팅 전문기업 코알라이앤엠(이상엽 대표)은 '판마고'라는 특허기술을 이용한 국내 최초의 차별화된 모바일 전단으로 비대면에서도 동시에 많은 고객들에게 온라인 홍보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하나의 USP로 제시해서 판마고만의 차별적 브랜드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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