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복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국경복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이스라엘 벤처 신화의 영웅인 도브 모란(Dov Moran)이 꾼 꿈이다. 이원재 요즈마그룹 아시아 총괄대표가 번역한 ‘100개의 문과 미친 아이디어'에 소개되어 있다.

2004년 말, ‘그는  자신이 개발한 디스크온키(USB메모리)가 어느 한 컴퓨터에서 불에 타고 있는 꿈을 꾸었다. 밤중이고 어두웠다. 디스크온키가 갑자기 불꽃을 일으키면서 불길에 휩싸였다. 불이 책상에 있는 서류까지 번져서 불길이 치솟았다. 그 불이 커튼에 옮겨 붙어서 집 전체가 타는데 어린아이들이 집안에 있었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깼다. 얼마전 고객으로부터 자신이 개발한 제품에 열이 가해져 타버렸다는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회사는 이미 125~150만개의 제품을 만들어 시중에 판매하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퀭한 눈으로 녹초가 된 채 출근했다. 직원들은 리콜을 실시할지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그가 개발한 디스크온키는 이미 매출이 수억 달러에 이르고 미국의 베스트바이사와도 합작사업을 추진하였다. 전화를 했던 사람은 파트너사의 한 관리자였다. “한 고객이 당신네 회사의 디스크온키 하나를 반품했습니다. 타 버렸네요. 매우 위험합니다.” “탔다는 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완전히 타서 바스러져요. 숯입니다.” 전화기를 넘어서 들려 온 대답이었다. 회사가 망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 그날 정오에 불탄 USB 플래시 드라이브가 도착했다. 살펴보니 정말로 타서 바스라져 있었다. 숯 덩어리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것은 자신의 회사가 아닌 다른 경쟁업체에서 만든 제품이었다!

도브 모란은 현대인의 필수품인 USB메모리를 세계 최초로 발명해 그 기술을 세계적인 플레시 메모리 업체인 샌디스크에 1조원이 훌쩍 넘은 돈을 받고 매각하였다.  

이 예지적인 꿈에서 등장하는 집은 사업체, 방안의 어린아이들은 자신과 동업하는 회사나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을 상징한다.

불에 관한 또다른 예지몽이다. 선경그룹 창업자인 최종건 회장이 수원에서 코오롱 그룹의 모체가 된 방직사업을 시작하려는 때였다. 그가 한참 돈이 없어 어려워하고 있을 때, 하루는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아버지가 사업자금을 대주지 않는다고 그는 자기 몸에 스스로 석유를 붓고 불을 질러 타다가 뜨거워서 놀란 꿈’을 꾸었다. 잠에서 깨어난 후, 그동안 사업자금을 못대주겠다던 부친이 돈을 대주어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 꿈에서 최회장의 몸은 자신의 사업체를 상징한다. 사업체인 자신의 몸에 불을 질러 활활 타오르게 하였기 때문에 장차 사업의 성공할 것을 암시하고 있다.

불의 상징은 동서양이 유사하다. 동양에서 불은 세차게 일어나는 기세,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위력, 빛을 내어 암흑을 밝게 비추는 현상으로 인하여 힘차게 세력이 확장하는 사업, 일, 연구 등을 상징한다. 서양에서도 불은 열정, 파괴적으로 폭발하게 될 어떤 억압된 정서 등을 상징하며, 액체나 광석도 변화시킬 수 있는 정화와 변화를 상징한다. 즉, 예지적인 꿈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의 기세는 변화와 위력, 담대한 일, 나아가서는 사업의 번창이나 소원의 성취를 암시한다.

예지적인 꿈이란 장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암시해 주는 꿈이다. 즉, 정신현상(꿈)을 통해서 실제현상(물리적 사건)이 발생할 것을 사전에 알려준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해주는 심리이론이 있는가? 대답은 ‘그렇다’이다.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융(C.G. Jung)은 동시성 현상(synchronicity phenomena)을 통해서 이 현상을 설명하였다. 동시성현상이란 어떠한 사건들이 인과적으로는 설명이 안되지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의미상으로 연결되는 현상을 말한다. 융은 이러한 동시성 현상이 인간의 무의식적 작용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는 인간의 무의식에는 의식의 제약된 시간, 공간 조건을 초월하여 이를 상대화하는 기능이 내포되어 있다고 보았다.

융이 제시한 동시성이론은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양자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Wolfgang Pauli)와의 지적인 교류를 통하여 체계화되었다. 원자 등 미시적인 물질세계를 설명하는 양자이론에 의하면 하나의 물체가 동시에 여러 장소에 공존할 수 있는 ‘상태의 공존’도 가능하다. 또한, 양자의 세계에서는 신호나 정보가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없이 상호연결되는 양자얽힘(quantum entanglement)현상도 발생한다. 꿈, 뇌과학과 양자역학의 추가적인 연구를 통하여 융의 동시성이론이 과학적으로도 입증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국경복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저서 ‘꿈, 심리의 비밀’(2019년), 이야기 꿈의 해석(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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