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인 통증, 그것도 이유를 잘 알지 못하는 통증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게다가 병원을 갈 때마다 여기저기 치료를 해봐도 효과는 신통치도 않고 통증 부위가 계속 돌아다닌다면. 아마도 누구라도 삶의 질이 추락하고 불안하고 우울해질 것이다. 이런 질환은 가능한 빨리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만성 통증 질환인 섬유근육통이다.
섬유근육통은 특별한 다른 원인이 없이 3개월 이상 몸 전체에 걸쳐 나타나는 만성적인 통증, 뻣뻣함, 그리고 여러 개의 압통점 (눌렀을 때 통증이 발생하는 지점), 그리고 피로감, 수면장애, 인지 기능 장애, 우울증과 같은 다양한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현재 가장 아픈 곳만 이야기하기 때문에 의사들은 그 국소 부위에 집중해서 치료를 진행하지만, 섬유근육통 환자들의 통증은 만성적이고 다발적이기 때문에 국소 부위의 치료로는 효과가 크지 않다. 또한 통증이 아니더라도 피로감, 인지 기능 장애, 경련, 복통 등이 더 심한 환자들도 있다. 결국 이런 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오랜 기간 전전하면서 의료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우기 십상이다.
2016년 이러한 환자들의 증상을 반영하여 섬유근육통의 진단 기준을 대폭 개정했다. 예전에는 11개 이상의 압통점이 반드시 있어야만 진단되었지만 2016년 진단 기준에 따르면 5군데 이상의 통증과 더불어 피로,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개운하지 않은 느낌, 기억력 집중력의 장애, 두통, 아랫배의 통증, 경련 등의 증상여부로 진단이 가능해졌다. 통증만큼 피로감과 인지 기능 장애가 중요하다는 뜻이디.
안타깝게도 섬유근육통의 정확한 발생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중추 신경 즉, 뇌가 과도하게 예민해져 있는 상태거나 통증 역치가 떨어져서 발생하는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IL-10, IL-8, TNF-a와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substance P나 glutamate의 농도가 정상인에 비해 섬유 근육통 환자들에서 증가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근골격계의 장기적인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율 신경 기능의 부전으로 인해서도 섬유근육통의 다양한 증상이 유발 가능하다고 생각되고 있다.
섬유근육통은 유전적으로도 연관성이 있다. 부모가 섬유근육통이라면 자식은 8배, 형제자매 간에는 13배 정도 발병 위험이 높다. 후천적으로는 외상, 감염, 호르몬 이상, 스트레스 등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
치료로는 약물치료로 항간질제, 삼환계 항우울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 등을 사용하게 되지만 그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편이고, 비약물 요법으로 운동, 인지 행동 요법 등이 권고된다.
섬유근육통은 다양한 증상이 혼재되어 발생하고, 구조적 화학적 이상이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진단이 미루어지고 치료 방법이 명확하지 않아 그동안 환자의 고통은 가중되는 사례들이 많다.
따라서 초기에 국소적인 증상에만 집중하지 않고 몸의 유기적인 관계와 전체적인 불균형 상태를 볼 수 있는 기능의학적인 검사와 치료를 가능한 빨리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장누수, 통증의 과민성을 증가시키는 부신 피로, 교감 신경의 과도한 항진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검사하여 평가하고, 개인마다 모두 다른 불균형의 원인을 교정함으로서 스스로 최적의 균형을 찾아 원활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섬유 근육통에서 가능한 기능 의학 치료 방법이 되겠다.
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