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복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국경복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마이크로소프트와 빌 게이츠, 애플과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과 마크 저커버그. IT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과 창업자들로 이들은 현대사회를 이끈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하지만 여기에 IT기반 글로벌 기업으로 2017년 기준 기업가치 세계 2위인 구글(google)을 빼놓을 수 없다. 래리 페이지(Larry Page, 1973~)는 1998년 세르게이 브린과 함께 이 회사를 설립했으며, 구글의 최고경영자이다.

깨어 있는 세상 전체의 저장고로 불리는 구글을 탄생시킨 그의 꿈에 관한 이야기는 아리아나 허핑턴의 ‘수면혁명’에 소개되었다. 래리 페이지는 2009년 미시간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구글의 탄생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음, 제가 스물 세 살에 꿈을 하나 꾸었습니다. 갑자기 잠에서 깨어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전체 웹을 다운로드하고, 그저 링크만 남겨둘 수 있다면······ 어떨까? 나는 펜을 들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중략) 놀랍게도 저는 검색엔진을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고려조차 하지 않았던 일입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참 뒤, 우리는 훌륭한 검색엔진을 만들기 위해 웹페이지에 순위를 매기는 나은 방법을 우연히 발견했고, 그 결과 구글이 탄생했습니다. 정말 좋은 꿈을 꾼다면 그것을 꽉 붙잡으세요!”

래리 페이지 만큼 극적이지는 않지만, 꿈에서 암시를 받아 컴퓨터 프로그램 설계에 성공한  이야기가 있다. 이 글은 안드레아 록의 ‘꿈 꾸는 뇌의 비밀’에 소개되었다. AT&T벨 연구소의 광컴퓨터 연구 팀장인 앨런 황은 새로운 컴퓨터용 회로를 설계하다가 난관에 봉착했다. 그 무렵 그는 마법사의 제자들이 양편으로 나뉘어서 데이터로 가득 찬 양동이를 들고 서로 마주보며 행진하는 꿈을 자주 꾸었다. 그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 행진하다가 기적처럼 서로서로 엇갈리며 무사히 지나갔다. 꿈에서 그것을 지켜보던 앨런 황은 문득 그들이 ‘빛을 통과하는 빛’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깨어났을 때 그는 그 꿈의 시각적 은유가 레이저를 이용한 새로운 컴퓨터 회로 설계법을 보여주었다고 확신했다. 마법사의 제자들처럼 레이저 광선은 서로를 통과할 수 있다. 따라서 전류와 달리 각 광선마다 따로 통로가 필요하지 않다. 그 발상은 발명의 열쇠가 되었다.

이같은 창의적인 통찰은 어디서 얻을 수 있는 것 일까? 한 물리학자가 독일 심리학자 볼프강 쾰러에게 이렇게 말했다. “흔히들 3B에 대해 이야기하죠. 과학계의 훌륭한 발견들은 버스(Bus), 욕조(Bath), 침대(Bed) 세 장소에서 이루어진다고요.” 수학자 앙리 프앙카레는 버스를 갈아타다가 버스 계단에 막 내딛는 순간 수학적 발견에 대한 영감이 떠올랐다고 한다. 아르키메데스는 목욕을 하려고 욕조에 들어갔다가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물체의 부력의 원리를 깨닫고 “유레카(eureka, 알았다)!”라고 외쳤다. 그리고 침대에서 잠을 자면서 꿈을 통하여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여기서 버스와 욕조를 한정된 장소적 의미로만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버스는 집중을 요하는 업무에서 벗어나 멍 때리면서 차안에 있거나 길을 걷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고, 욕조는 몸도 마음도 편안한 상태에서 떠오르는 좋은 생각이다. 이들 상황의 공통점은 뇌가 골똘히 집중하는 수렴적 상황에서 이탈하여 자유스러운 확산적 상태에서 창의적 생각이 떠오른다는 점이다. 나는 이러한 상황을 ‘과제이탈상태’라고 부른다. 따라서 창작자, 연구가나 사업가 등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에게 휴식은 단순한 쉼이 아니다. 이때 문뜩 기발한 생각이 떠오를 수 있는 것이다. 수면중에 꾸는 꿈도 이와 같다.

심리학자  마이클 코벌리스는 ‘딴 생각의 힘’에서 멍 때린다는 의미를 mind-wandering이나 wandering mind상태라고 한다. 이때 뇌가 휴식을 취하는 것 같지만 모든 영역이 다 쉬지는 않고 일부 영역은 활동을 한다. 2001년 신경과학자 마커스 라이클(Marcus Raichle)은 이러한 상태에 합당한 용어를 만들어 냈는데, 그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mode network)’라고 하였다. 이는 인간이 딴 생각 중일 때 활동하는 뇌의 부위들의 연결상황을 말하는데, 이 때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등이 활성화 된다.

국경복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저서 ‘꿈, 심리의 비밀’(2019년), 이야기 꿈의 해석(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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