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중기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서 "장관되면 입법하겠다"
중기중앙회 도입 촉구…민주당도 "중점법안 관리하겠다"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시동 거나. 사진/연합뉴스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시동 거나.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등 여파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납품단가를 둘러싼 중소기업계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이에 새 정부도 납품단가연동제 입법을 예고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납품단가연동제는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의 거래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 단가에 반영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핵심 건설자재인 철근 가격은 지난해 t당 70만원 수준이었지만, 최근 들어 110만원대로 50% 이상 급등했다. 목재와 합판류, 창호류, 거푸집에 쓰이는 알루미늄 폼과 계단 난간에 사용되는 스테인리스 등에 들어가는 건설자재 원자재 가격도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이는 건설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망 붕괴를 우려해 중국이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을 펴고 있고, 인도네시아의 팜유수출 제한 등으로 유통업계도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이에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달 4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과 만나 민생현안 간담회를 가졌다. 

유병조 한국창호커튼월협회장은 "건설사와 계약기간은 1~3년인데 창호·커튼월 프레임의 주소재인 알루미늄 가격은 1년전에 비해 2배가량 폭등해 손실을 떠안고 있다"고 호소했다.  

건설사에 원자재 인상분을 요청해도 이를 수용하지 않아 중소기업 내 폐업과 줄도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유 회장은 약 800곳에 이르는 알루미늄창호업계가 공급을 중단하는 단체행동에도 나설 수도 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레미콘 업계는 실제로 단체행동을 벌여 건설사와의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레미콘은 시멘트가 굳기까지 통상적으로 걸리는 시간이 1시간30분인 만큼 원자재와 인건비에 취약한 구조다. 여기에 레미콘 차량에 쓰이는 경유도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유류비 문제 또한 만만찮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들 중소기업계가 납품단가 인상을 이유로 단체행동에 나설 경우 산업계 전반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기중앙회이 조사한 '납품단가 제값받기' 실태조사에서 중소기업의 95.4%가 원가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특성상 매출 의존도가 80% 이르다 보니 거래가 끊기는 등의 보복을 우려하는 눈치였다. 

중소기업계는 원자재를 대량 확보해 협력사를 지원하거나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곧바로 납품단가에 반영해주는 삼성전자나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자동차 등의 사례가 재계로도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폭등해 중소기업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면서 "폭등한 원자재 가격까지 중소기업이 떠안으면 이는 중소기업의 존립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납품단가연동제를 중점 법안으로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을 공약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중소 납품업체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납품대금조정협의제도를 개선하고 납품단가에 원자재 가격 변화를 자동 반영한 연동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전날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납품단가연동제를 입법화하겠다고 못 박았다.

이 후보자는 "시장에 과도한 개입을 자제하면서도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 납품단가가 조정되는 자율적인 문화가 시장에서 형성되도록 하는 방안 등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우수 이행 실적 기업에는 각종 정책에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납품단가연동제의 법 제도화가 필요하다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제가 임명된다면 최소한 '납품단가를 연동해야 한다'는 문구가 계약서 내 명시되도록 하고, 또 '어떤 상황에서 결론을 내린다'라는 약정서를 추가하는 등을 중기부 이름으로 입법을 추진하겠다"며 "이런 증거가 있어야 논란이 됐을 때 기업이 자기를 변호하거나 지킬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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