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게놈' 암부터 당뇨·관절염·자폐증 해결의 열쇠
시장 커지는데 CDMO 적어…수요 비해 공급 부족해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가 11일 서울 코엑스 '바이오 코리아' 컨퍼런스에 초청 연사로 참여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편지수 기자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가 11일 서울 코엑스 '바이오 코리아' 컨퍼런스에 초청 연사로 참여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편지수 기자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에서 한국 벤처들이 상위권에 포지셔닝하고 있고, 우리가 리더로 이끌어갈 수 있는 산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지난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 코리아’의 컨퍼런스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을 주제로 열린 이날 컨퍼런스에는 김명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홍광희 씨제이바이오사이언스 상무 등이 초청 연사로 나섰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서식하는 수십 조 개의 미생물들이 구축한 생태계를 일컬으며 ‘제2의 게놈’이라고도 불린다. 면역체계와 신경계, 대사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며 연관성이 있다고 알려진 질병은 당뇨, 아토피, 관절염, 자폐증, 치매 등 다양하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인체 유래 균주를 토대로 개발하는 치료제로, 기존 신약에 비해 안전성이 높으면서도 임상 기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은 약 74억 8,440만달러(한화 약 9조원)로 추정된다. 미국 세레스 테라퓨틱스가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감염성 장염 치료제에 대한 임상3상을 마치고 FDA 품목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배지수 대표가 이끄는 지놈앤컴퍼니는 글로벌 면역항암제 기업으로, 독일 머크·화이자, 미국 MSD 등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고형암, 위암, 담도암 등의 공동 임상을 진행 중이며, 싸이오토 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하고 자폐증 치료제를 개발해 임상1상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자폐증 환자는 인구의 4%에 달하지만 대부분 대증치료에 머물러있으며,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물질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반감기가 짧아 약으로 개발하기 어렵다. 배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접근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 대표는 “세레스가 FDA 품목허가 승인을 받게 되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산업의 마일스톤(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단 마이크로바이옴이 아직 떠오르는 시장이니만큼 CDMO(위탁생산개발) 확보에 시간이 걸리고, 한동안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놈앤컴퍼니는 미국의 마이크로바이옴 CDMO기업인 ‘리스트 랩스’를 지난해 인수하기도 했다.

배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 CDMO가 전세계적으로 호주,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 미국 등에 7개 정도 있다”며 “마이크로바이옴 벤처기업들은 임상 연구를 진행하면서 대규모 수요들이 생기는데 따라오는 데 시간이 지연된다”며 CDMO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여한 김명희 책임연구원은 최근 식약처에서 생균치료제 임상시험 품질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기는 했지만,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있어 규정 또한 명확하지 않아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기술,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표준화, 국제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 홍광희 상무는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류 디스커버리 플랫폼 기반 헬스케어 및 LBP 치료제 개발에 대해 밝혔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천랩의 이지바이오클라우드를 토대로 글로벌 스탠다드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국내 굴지 대학병원과 20가지 질환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신약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NGS서비스, 감염병 진단 서비스까지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제휴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사업 영역을 점점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홍 상무는 “마이크로바이옴 기업들이 상당히 저평가받고 있어 공격적인 임상 개발도 어려운데, 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는 M&A를 포함해 더 큰 규모에서의 딜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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