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 대중가요 평론가·한국콜마 연수원장
유차영 대중가요 평론가·한국콜마 연수원장

스승의 은혜를 되새김하는 5월이다. 선생님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이런 노래를 부르던 시절이 엊그제 같다. 21세기 대한민국 젊은이들, MZ세대로 불리는 그들, 독립 개체로서의 꿈과 세대연대(世代聯隊)의 꿈은 무엇일까. 이들은 1980~2000년대에 출생한 세대를 통칭한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 속에서 성장하면서 모바일에 익숙하고, SNS를 기반으로 하는 유통시장에서 소비의 주체로 우뚝하다. 이들은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소유보다는 공유를, 지식보다는 경험을 중시한다. 그래서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보다는 경험을 공유하는 강연과 글귀에 귀를 기울이고 눈길을 집중시킨다, 이들의 스승은 누구이어야 할까. 살아 있는 사람은 누구나 꿈을 먹고산다. Spero Spera,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다. 키케로(BC 106~43)의 설파다. 철저한 개체주의 에너지 근원에 대한 명제, 꿈의 씨앗은 누가 뿌려주고 싹은 누가 틔워서 키워야 하는가. 스승의 달 5월에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기성세대, 노래하는 CEO들이 명찰해야 할 화두다.

선생님~/ 꿈 많은 내 가슴에 봄이 왔는데/ 봄은 왔는데/ 알고도 모르는 체 알면서도/ 돌아선 선생님 선생님/ 아~ 사랑한다 고백하고 싶어도/ 여자로 태어나서 죄가 될까 봐/ 안녕 안녕 선생님/ 이 발길을 돌립니다// 부풀은 이 가슴에 꽃은 피는데/ 꽃은 피는데/ 알고도 모르는 체 모르는 체/ 돌아선 선생님 선생님/ 아~ 임이라고 불러보고 싶어도/ 여자의 마음으로 죄가 될까 봐/ 안녕 안녕 선생님/ 이 발길을 돌립니다/ 선생님~.

한국대중가요 100년사에 선생님을 모티브로 하는 노래가 더러 있다. 조미미의 <선생님>,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 이선희의 <선생님께>, 김흥국의 <선생님 마음> 등등. 이 중에서 학창 시절의 잘랑거리는 로망을 머금은 절창은 단연코 조미미의 목청을 타고 이 세상에 나온 <선생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노래를 부르면, 누구이건 금방 가슴 자락이 새파랗게 콩닥거린다. 단발머리에 하얀색 칼라가 달린 교복을 입고 깔깔거리던 여학생 시절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까까머리에 검정색 교복을 입고, 학교 수업을 파한 후에는 나팔바지를 늘려 입고 뒷골목을 서성거리면서 컹컹거리던 시절로 되돌아간다. 이 껄껄한 감성의 노래에는 남녀학생이 따로 일 수 없다. 섬세한 노랫말이 그러하고, 애절하게 이어지는 가락의 팔락거림이 그러하다. 그 시절 대학을 마치고 갓 부임한 총각 선생님(처녀 선생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콩닥거리는 로망을 품어보지 않은 학생이 있었을까. 꿈 많은 내 가슴에 봄이 왔는데, 봄은 왔는데, 아~ 사랑한다 고백하고 싶었던, 그 시절을 실은 내 인생의 돛단배는 유장한 역사의 강 어디쯤 흘러가고 있을까.

<선생님> 노래는 1960~70년대 시대 상황을 잘 아물고 있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연정도 품고 있다. 스승이 좋으면 그 선생님이 가르치는 과목도 좋았던 기억이 새롭다. <선생님> 노래는 해방광복과 미군정에 뒤이은 6.25 전쟁과 미8군 주둔(1945~1948), 베트남 파병(1964~1973)과 귀국 등등으로 이러진 그 시대의 현재였으니까. 이러한 시류는 낭만 물결을 몰고 와서 자유연애·신여성문화·여성 상위·부권상실·남녀 차별완화·양성평등 등등의 새 물결을 일렁거리게 했다.

우리나라의 근대(1876년 강화도조약~1945년 해방광복)와 현대사 사이에는 식민지(1910~1945)와 미군정(1945~1948)이라는 특이한 역사의 토막이 끼어 있다. 동족상잔의 6.25 전쟁, 3년 1개월 1,129일 간의 총포성과 화약 내음이 품고 있는 역사는 아픔을 넘어 쓰라리다. 그 뒤에 매달려 있는 오늘날의 현실이 민족 동질성과 이념 상극성이라는 풀어야 할 과제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탄생하고 성장한 이들이 MZ세대들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보면 우리나라 선생님들의 사명과 소명은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더 냉철(冷徹)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그분들이 길러낸 인재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중추가 되고, 우리 기업의 주인공들이다. 이들 저마다의 꿈을 향한 머리를 쿨(cool)하게 해주고, 사회적인 관계를 위한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이들이 선생님들이다. 오늘날 기업 구성원들 대다수는 MZ세대다.

이러한 역사의 끈에 매달린 세월의 질곡들이 한국대중가요 100년사의 허리와 같은 1960년대에 트로트라는 장르의 물길로 자리 잡았었다. 그 시기에 매달린 노래가 조미미의 <선생님>이다. 그 컬컬하고 따끔거리는 정과 한을 노랫말과 가락으로 얽어서, 꺾고 뒤틀고 굴리는 간들거리는 목소리로 부르면서 감흥을 더하는 노래. 이런 가락은 1990년대 전통가요 부활 정책으로 활활거리다가 21세기 트로트 열풍으로 폭발하며, 그야말로 우리 화(化)된 것이 글로벌로 전이되었다. 이런 과정의 징검다리와 같은 <선생님> 노래는 대중들의 가슴속 감성을 밖으로 표출한 시대적인 예술품이다. 오늘날 기성세대들의 감성이 자유분방하게 싹이 터서 자라던 시대의 유물 같은 유행가 곡조다. 1969년 이호가 작사 작곡하여 조미미가 부른 이 노래에는 애절함이 묻어난다. 고향을 떠난 서민의 애환도 있고, 사랑하는 님을 떠나보내고 잊지 못하는 가슴 아림도 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가수 조미미의 이름 뒤에는 늘 남진(1946~. 목포 출생. 본명 김남진)의 그림자가 서성거린다. 남진의 <가슴 아프게>, 조미미의 <바다가 육지라면>, <먼 데서 오신 손님>, <단골손님> 등 노래가 그렇다. 이들 노래는 어딘가 속(안)으로 사랑(연정)의 끄나풀이 연결되는 통로가 있는 듯하고, 두 사람 삶의 솔기를 맞춰보면 어느 정도 맞물리는 면이 팬들의 애정 어린 관심 온도계를 더욱 달군다. <선생님>을 열창한 조미미(본명 조미자)는 1947년 영광에서 출생 목포에서 성장하였다. 남진과 같은 목포북교초등학교를 다녔으며 나이는 한 살, 학년은 2학년 후배이다. 그녀는 목포여고 1학년 때 목포방송국 콩쿠르에서 1등을 하였으며, 2학년 때 서울 동아방송 콩쿠르에서 1등 하면서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녀가 <선생님>을 발표할 때는 22세였고, 이승을 등진 때는 2012년 오류동 자택에서다.

스승은 제자들 가슴에 꿈의 씨앗을 뿌리는 농부다. 대한민국 초중고 35만여 선생님들과 대학교수님들, 그들의 하나같은 꿈은 제자를 자기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키워내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이다. 그 씨앗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다. 스승이라는 말은 원래 중(스님)을 높여 부르는 말이었다. 《훈몽자회》에는 중을 스승(師)이라고 기록하였다. 옛날에는 중을 존경해서 부를 때 사승(師僧) 혹은 사(師) 님이라고 호칭했다. 대한민국 선생님들이여~ MZ세대들이여 야망(꿈)을 가지시라. Boys, Be Ambitious를 주창했던 윌리엄 스미스 클라크(William Smith Clark. 1826~1886)를 되새기시라. 꿈을 머금고 손과 발에 땀이 저미도록 노력을 하면, 개천의 미꾸라지도 하늘을 나는 용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슴속에 품으시라. 2022년 5월, 스승의 날이 유난히 빛나기를 빈다. 오늘날 기업은 사회적인 학교와 같다. 이런 면에서 노래하는 CEO들도 존경받아야 하는 스승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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