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복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국경복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기원전 중국의 주나라 시대에 태복(太卜)이라는 관직은 점을 치는 업무를 관장하였다. 태복의 업무 중에는 꿈을 해몽하는 일도 포함되었다. 이때부터 동양에서는 꿈해몽을 점치는 행위와 같이 보는 관습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민가의 습속이 아직도 한국사회에 남아있어서 꿈의 해석을 점치는 행위와 동일하게 보는 분들도 꽤 있다. 내가 공직을 마무리할 무렵 그동안 틈틈이 공부해 온 꿈의 해석을 보다 심화시키고 싶다고 아내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아내는 ‘돗자리 하나 줄테니 육교 아래서 돈 벌어와!’라고 냉소적인 태도로 응수하였다. 한국사회에 남아있는 과거의 습속을 고려하면 아내의 이러한 자세도 지나친 것은 아니다.

그러면 꿈의 해석과 점치는 행위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다음의 한 예지적인 꿈을 사례로 살펴 보고자 한다. 소개할 내용은 기독교가 세계적인 종교로 발돋움하게 된 역사적인 꿈으로 에드워드 기번이 지은 ‘로마제국 쇠망사’ 등에 기록되어 있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로마에서 수많은 박해와 순교를 당했었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에서 상영된 바 있는 영화 ‘쿼바디스’에서도 잘 묘사되어 있다.

서기 312년, 당시 로마 제국은 동·서 황제들 간의 4두 정치로 분열되어 있었다. 콘스탄티누스(Constantinus; 272~337)황제는 군대를 이끌고 알프스를 넘었다. 그가 로마에 입성했을 때 로마는 찬탈자 막센티우스(Maxentius)가 정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콘스탄티누스는 찬탈자 막센티우스를 공격하기 위해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에서 남쪽으로 진군하면서 플라미니아 가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진군하는 도중에 그와 군사들은 하늘에서 십자가 표식과 ‘호크 시뇨 빈체스(hoc signo vinces)’라는 문구’를 보았다. 그 뜻은 ‘이 문장을 가지고 네가 승리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콘스탄티누스는 이 문구가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해 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그날 밤 꿈에서 젊은 남자(또 다른 기록에는 천사라고 표현되어 있다)가 찬란한 빛을 뿜으며 그 글자와 똑같은 표식을 들고 나타났다. “이 십자가 안에서 너는 승리할 것이다”라고 하더니 ‘적과 싸울 때 이와 똑같은 표식을 사용하라’고 말했다.” 콘스탄티누스는 코르도바의 오시우스(Osius)라는 에스파냐 주교를 불러 꿈 이야기를 했다. 그는 그 젊은 남자가 예수라고 확신했다.

콘스탄티누스는 기술자들을 불러 꿈에서 보았던 십자모양을 넣어 군기를 만들라고 명령했다. 이것은 예수의 십자가 상도 아니고 정십자형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리스 글자 ‘P’자를 한가운데 두고 ‘X’자를 교차시킨 것이었다.    

콘스탄티누스는 꿈에서 본 표식을 들고 막센티우스를 공격했지만 성벽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막센티누스는 두 번이나 로마의 거대한 성벽 뒤에 숨어서 콘스탄티누스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그러던 막센티누스가 어떤 일인지 갑자기 부대를 이끌고 티베르 강을 건너 벌판으로 나왔다. 무모한 전술을 택한 막센티우스는 콘스탄티누스의 공격에 대패하여 밀비우스 다리 근처에서 죽고 말았다.

그는 이날 대승을 거둔 후 로마제국을 다스리는 유일한 황제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승리를 미리 알려준 십자가와 그것을 숭배하는 기독교도들에게 보답하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서기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밀라노 칙령>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예지적인 꿈과 점치는 행위는 장차 일어날 일을 미리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려 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하다. 하지만, 꿈의 해석은 꿈을 꾼 사람의 수면 중에 경험한 내용을 가지고 꿈에서 드러난 상징을 해석하는 반면에, 점치는 행위는 신령을 불러들이는 의식을 통하거나 태어난 사주 등을 가지고 미래를 예측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하나 지적할 것은 인간이 꾸는 꿈들 중에서 이같은 예지적인 꿈은 극히 일부에 속한다.

<필자: 국경복, 경제학 박사. 저서: ‘꿈, 심리의 비밀’(2019년), 이야기 꿈의 해석(블로그),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홈페이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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