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강호동양학자·작가
조용헌 강호동양학자·작가

이름도 없고, 주민등록도 없고, 호적도 없었던 박대양 진인. 거의 고아로 살다시피하고 오직 설악산에서 스승의 무술 지도를 받고 이 거친 세상에 내려왔으니 그 간난신고는 이루 말할수 없다. 공부라는게 몸공부도 있고, 마음 공부도 있지만, 세상 공부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세상 공부야 말로 어려운 과정이다. 산에서 공부 어느 정도 한 도인들도 세상에 내려와서 자칫 하면 깨질수 있다. 돈에 걸리고, 사람에 걸리고, 주색에 걸리고, 정치적인 풍파에 걸려서 넘어진다. 사람 사는게 90%는 돈이다. 이 돈 때문에 거의 자빠진다. 자칫 하면 사자(詐字:사기꾼)의 그럴듯한 꾐에 빠져들어 망신 당하기도 하고 조금 벌어 놨던 것도 다 털리거나, 아니면 이용만 당하기 십상이다. 산 속의 수도보다 산 밖에 속세생활이 훨씬 어려운 것이다. 이걸 도가에서는 옥단(玉丹)과 금단(金丹)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옥단은 충격을 받았을 때 깨지는 단(丹)이고 금단은 쇠붙이므로 안 깨지는 단이다. 속세의 사판을 겪으면서도 그물에 걸리지 않을 때 비로서 금단이 완성된 것이 아닌가 싶다. ‘호적도 없었다’는 상태가 여러 가지를 말 해준다. 속세의 사판에 취약한 상태였음을 가리킨다. 이 속세의 보호막 역할을 그나마 해준 사람이 바로 무당 양어머니였다. 서울 성동구 신당동에 신당을 차려 놓고 점을 봐 주던 무당이었지만 박대양 진인에게는 따뜻한 밥을 주던 어머니 역할을 하였다. 따뜻한 밥 한그릇이 문제인 것이다.

무당이란 어떤 게급인가? 우리 사회 가장 천대받는 계급이다. 밑바닥 인생이다. 이 밑바닥 계급의 눈물어린 밥을 먹고 사회생활 초년 시절을 견뎠던 것이 박대양이다. 가장 밑바닥 직업인 무당(巫堂).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글자가 ‘工’이다. 工 자 옆에 사람 ‘人’이 붙으면 ‘巫’자가 된다. 즉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사람이 무당이라는 이야기이다. 하늘세계와 땅의 세계를 연결하는 브로커인 셈이다. 브로커가 있기는 있어야 한다. 중간에 중매쟁이가 있을 때 완충 역할을 한다. 이 브로커 巫는 다시 춤출 ‘舞’가 된다. 브로커를 할 때 춤을 춰야지 연결이 되니까 말이다. 춤이 없으면 중매가 잘 안된다. 춤의 원형은 하늘과 땅을 연결할 때 수반되는 동작이라고 정의 내릴수 있다. 춤을 추던 舞에 힘이 들어가면 호반 武 로 전환된다. 武人의 칼 동작도 춤이다. 칼춤이야말로 칼과 춤이 결합된 장르이다. 칼과 결합된 武는 사람을 죽이는 용도이다. 피를 본다. 피를 본다는 것은 죽음을 본다는 것이고, 죽음을 본다는 것은 결국 無를 본다는 것과 같다. 죽음은 無 아닌가! 불교의 팔만대장경을 단 한 글자로 줄인다면 그것은 無자이다. 무자화두(無字話頭)를 든 다는 것은 팔만대장경을 씹어 먹는 것과 같다. 뭐를 먹을 때도 대강 마시거나 우물 우물 먹는 방식보다는 위아래 이빨로 씹어 먹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먹는 법이다.

그렇다면 박대양은 설악산에서 어떤 수련을 하였나? 스승으로부터 어떤 지도를 받았나? 구체적 방법과 단계가 궁금해진다. 처음 산에 들어와서 3년 동안은 아무것도 안 가르쳤다고 한다. 산에 들어오자 마자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심부름만 시켰다. 계곡 아래에서 양동이로 물을 길어다가 바위 틈에다가 물을 붓는 일이었다. 하루에도 수십번 계곡 밑에까지 내려가서 물을 길어 올렸다. 결국 계곡을 내려갔다 올라왔다 하는 훈련이었다. 양동이로 물 깃는 과정 3년을 마치고 나니까 그 다음에는 내가신장 자세를 가르쳤다. 정식 명칭은 ‘기천태양역근마법내가신장(氣天太陽易筋馬法內家神將)’이다. 풀어 본다면 하늘의 기를 흡수하기 위해서 태양이 떠 오를 때 근육을 단련하는 자세인데, 마치 말을 타는 자세를 취하는 자세와 같고, 이 자세는 결국 자기 몸 안의 신령스런 장수를 키우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두 다리를 약간 구부린채 벌리고 서서 두 팔은 앞가슴 높이에다 교차로 세우고 있는 자세이다.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서 있는 자세이기도 하다. 이 자세는 5분 정도만 해도 땀이 나는 자세이다. 쉽게 보여도 절대 쉽지 않는 자세이다. 우선 허벅지 쪽으로 힘이 들어간다. 허벅지 쪽의 경락이 뚫리는 효과가 있다. 축구 선수들이 당하는 부상 가운데 햄스트링이 있는데, 이 내가신장 자세는 햄스트링 부위 근육을 단련하는 자세이기도 하다.

여기가 문제가 오면 쥐가 난다. 쥐가 나면 뛸수 없다. 족태양방광경 은문혈(殷門穴)을 뚫어 준다. 족태음비경 혈해혈(血海穴)도 뚫어준다. 간기능과 관련된다. 음이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 혈 자리가 혈해혈인데, 내가신장 자세는 이 혈해혈을 뚫어주고 강화해 준다. 족태음비경 충문혈(衝門穴)도 강화시켜 준다. 소화를 촉진시켜주는 비장경락에 해당한다. 이 경락이 뚫리면 소화력이 증진된다. 입술 색깔이 붉어지고 보기 좋다. 10여세 무렵에 박대양은 설악산에서 아침 해 뜨는 시각에 이 내가신장 자세를 보통 2시간씩 취했다. 스승의 엄명이었다. 삼복 더위에는 계곡의 물속에 들어가서 이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그만큼 기천의 기본 자세이자 핵심자세이기도 하였기 때문에 철저한 수련이 필요했던 것이다. 요가에서 말하는 대략 10여가지 이상의 동작을 이 하나로 집약시킨 셈이다.

이 내가신장 자세를 제대로 해 내면 소주천(小周天)이 된다고 본다. 기운이 아랫배에서부터 배꼽으로 올라가 가슴을 통과하고 다시 머리 끝을 거쳐 등쪽으로 내려오는 에너지 흐름을 소주천이라고 한다. 내가신장을 하면 온 몸의 기운을 소통시켜 자동적으로 소주천이 된다. 따로 다른 방법이 필요 없다. 소주천은 무엇이냐? 기천에서 말하는 소주천은 나와 우주가 하나 되는 경지를 일컫는다. 소우주와 대우주가 만나서 회통 치는 경지가 소주천이다. 내가신장 다음에는 보법(步法) 수련도 했다. 수련 시간은 보통 한나절 이었다고 한다. 최소한 5시간 이상이었다. 어떤 동작을 수백번 해가지고는 부족하다. 수만번의 동작을 반복해야 골수에 들어온다. 동작이 골수에 들어와야만 온전히 자기것이 된다. 그럴려면 하루 종일 이라도 같은 동작을 반복해야만 하는 것이다. 너무 힘이들 때는 살며시 꾀를 부리기도 했다. 손을 들고 있다가도 살며시 손을 내려 놓으면 그때 어디에선가 돌멩이가 날라왔다. 스승은 보이지 않았지만 돌멩이가 날라와서 게으름을 피는 제자를 때린다. 돌멩이가 날아듬과 동시에 천둥치는 목소리도 들이 닥친다. “네 이놈! 왜 꾀를 부리느냐!” 어떤 동작을 할때마다 거의 숨넘어가는 단계에까지 이르러야 그만 멈춘다. 숨 넘어가는 단계에까지 이르러야만 문지방을 넘는 것이다. 문지방을 넘어야 한 단계 넘어간다. 숨 넘어가는 고통까지 이르지 않으면 문지방을 못 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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