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우리 몸에서 통증은 아주 중요한 감각이다. 가능하면 피하고 싶겠지만 생명을 유지하는 한 함께해야 하는 감각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오토바이가 내 발등을 밟고 지나갔는데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떨까? 텔레비전을 보면서 다리미로 옷을 다리다가 손을 데었는데 아무런 느낌이 없다면 어떨까? 뼈가 부러지고 화상을 입어도 모른 채 지내다가 2차 감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생명에 위험한 상황이 더 크게 발생할 수도 있다.이렇게 통증은 나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발달된 아주 정교하고 예민한 감각이다.

통증이 감각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척추 안의 척수에서 신체 말단으로 이어진 신경절과 그 이하에는 감각을 느끼는 감각 섬유들이 존재한다. 이 중에서 Aδ 섬유는 수초가 얇게 형성되어 있으면서 날카로운 자극(찌릿거림, 따끔거림) 을 전달한다. C fiber는 수초가 없으면서 둔한 통증(뻐근함, 우리함, 욱씬거림)을 전달하는 신경섬유다. Aβ fiber는 수초가 두껍게 형성되어 있으면서 가벼운 터치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Aβ fiber의 전달 속도가 가장 빠르고 C fiber는 전달 속도가 가장 느리다. 그래서 통증 이론 중 대표적인 Gate theory 는 Aβ fiber를 통해 들어온 자극이 억제성 신호를 활성화시켜 Aδ fiber와 C fiber 를 통해 들어온 통증 신호를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통증이 있는 부위를 어루만지거나 비비면 Aδ fiber와 C fiber 를 통해 들어오는 통증이 경감되는 현상이다.

그런데 Aδ fiber와 C fiber를 통해 들어오는 통증 자극이 계속 반복되고 지속되는 경우, 중추 신경계의 척수 후각에서 신호가 과다하게 증폭되면서 통증 과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것을 중추감작 (Central sensitization) 이라고 부른다.

계속 한 섬유에 반복되는 통증은 점진적으로 신호를 증폭시킬 뿐 아니라 통증의 역치를 감소시킨다. 광범위한 부위에 동시다발적으로 입력되는 통증 자극이 하나의 신경절에 동시 입력될 경우에도 그 신호가 가중되어 통증 과민을 유발할 수 있다.

정상적으로는 접합되지 않는 Aβ fiber와 Aδ fiber와 C fiber 사이에 신경접합부가 활성되어 혼선이 생기면서 통증으로 느껴서는 안되는 가벼운 터치마저 통증으로 느끼게 되는 이질통 증상도 발생하게 된다.

반복되는 통증 자극은 무조건 통증 과민을 유발할까? 그렇지 않다. 우리의 몸은 이러한 것을 예방하기 위해 뇌간에서부터 출발하는 통각 억제 경로를 갖고 있다. GABA라고 하는 억제형 신경전달물질은 이런 통증의 과민을 예방하게 되어 있다. 스트레스나 체내 다른 염증 상태, 혹은 약물 등의 영향으로 이런 하행 통각 조절 경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통증 과민이 발생하게 된다.

섬유근육통환자들에게서는 이러한 통증 과민이 뚜렷하게 관찰된다. 섬유근육통 환자들의 압통점은 이러한 중추성 과감작에 의한 2차적인 통각 과민이라는 관점도 있다.

섬유 근육통 환자들은 반드시 이러한 중추 과감작에 의한 통증 과민을 해결해야 한다. 반드시 통증을 유발하는 감각을 최소화하여 이미 과감작된 신경계의 자극을 최소화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감소시켜야 하고, 염증을 유발하는 생활 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체내의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장누수와 같은 체내 불균형이 있진 않은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식습관을 교정하고 수면장애를 호전시켜야 하며, 지속적으로 복용하고 있는 약물이 있다면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통각 억제 경로를 강화하는 신경 전달 물질을 강화시켜주는 치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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