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강호동양학자·작가
조용헌 강호동양학자·작가

반도체는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업종이 되었다. 미중의 패권경쟁도 반도체에서 판가름이 나는 형국이 되었다. 한국은 이 반도체 산업에서 우위에 있는 나라가 되었기 때문에 21세기 다른 나라에 꿇리지 않는 나라가 될수 있다. 역대 예언자들이 한국의 운세를 어변성룡(魚變成龍)이라고 예언하였는데, 그 핵심 단초는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까 반도체였다. 반도체가 한국을 龍으로 만들어주는 단약(丹藥)이자 불사약(不死藥)이었던 것이다. 한국 반도체 업종의 대표는 삼성이다. 삼성의 창업자 이병철. 그 이병철 밑에는 함양 서상면 출신의 박도사가 있었다. 이병철의 이판참모(理判參謀) 역할을 하였다. 박도사가 삼성 신입사원 채용할 때 관상,사주를 보고 채용한 직원의 숫자가 대략 1,800명쯤 된다. 박도사는 살아 생전에 필자에게 고백한바 있다. “내가 1,800명을 삼성에 집어 넣었는데, 이제 생각하니 그게 잘한 일인지, 잘 못한 일인지 모르겠어!. 그 사람들 삼성 가지 않았어도 대부분 중소기업 사장은 할수 있는 재복이 있는 팔자들이었는데 내가 모두 월급쟁이 만들었으니까 말이야!”  오늘날 반도체 기업 삼성의 밑바탕에는 박도사가 사주,관상 보고 채용하였던 1,800명 인재들의 피와 땀이 깔려 있는 셈이다. 이병철의 영발경영. 그 영발의 한 축은 박도사가 담당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박도사의 영발은 어디에서 왔을까. 천둥벼락 신으로부터 왔다는게 필자의 결론이다. 

천둥벼락 신? 박도사의 영발은 도가의 옥추경(玉樞經) 주문을 외워서 얻은 것이다. 옥추경은 천둥벼락 신을 모시는 경전이다. 주문을 외우면 천둥벼락신으로부터 파워를 얻게 되어 있다. 도사열전 서두에서 이 벼락신을 요즘 신세대의 표현인 ‘토르’로 불렀다. 북유럽의 바이킹들이 숭배하던 신이 바로 토르신 아닌가. 망치가 심볼이다. 망치파 신이기도 하다. 망치는 다 부셔 버리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신이다. 바이킹들이 배 타고 쳐들어가 해적질할 때 이 망치들고 가서 적군을 부숴 버렸다. 그만큼 막강한 신이다. 이 벼락신은 바이킹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한민족들도 오랜 기간동안 벼락신을 모셨다. 그 전통이 옥추경에 집약되어 있는 것이다. 이 벼락신의 한자적인 표현은 ‘雷聲普化天尊(뇌성보화천존)’이다. 조선후기에 계룡산 일대에서 출판한 옥추경 판본을 보면 맨 앞장에 기린을 타고 있는 문태사(聞太師)가 나온다. 용이 아니라 기린을 타고 있는 장면이다. 수염을 기른 산신령처럼 생긴 노인이 기린을 타고 있는 모습이다. 이 기린은 아프리카 기린이 아니다. 흔히 아프리카 기린으로 착각한다. 동양에서 말하는 영수(靈獸)인 기린은 뿔이 하나 달린 해태 비슷하게 생긴 동물이다. 이 문태사가 돌아가신 후에 벼락대신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즉 뇌성보화천존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문태사는 동이족이었다는게 계룡산파인 봉우 권태훈(1900-1994) 선생의 설명이다. 봉우 선생은 생전에 문태사가 우리 한민족의 어른이자 스승이었다고 말씀해 주셨다. 이 문태사는 중국의 은나라, 즉 상(商)나라의 국사였다고 전해진다. 주(周)나라가 은나라에 반기를 들고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멸망해 가던 은나라의 태사가 바로 문태사였다는 것이다. 반란군 주나라의 장자방이 바로 강태공이었고, 이 강태공 파가 오양붕 국가의 국사였던 문태사를 신으로 모셨다. 봉신(封神)을 하였다. 신으로 봉(封)하였다는 뜻이다. 

중국의 16세기 환타지 소설 ‘봉신연의(封神演義)’에도 문태사가 비중있게 등장한다. 하여간 문태사를 지존으로 모시는 경전이 옥추경이다. 이 옥추경은 불가의 경전이 아니다. 도가의 경전으로 내려왔다. 도가는 고려때까지는 그래도 명맥을 유지하다가 조선조의 유교숭배에 밀려 지하로 잠류하였다. 민간신앙. 내지는 산 속에 숨어 사는 도사들에게 비밀리에 전승되어 왔다. 민간신앙은 무당, 박수를 가리킨다. 무당, 박수 직업군은 주류사회로부터 끊임없는 멸시와 천대는 받지만 그렇다고 해서 멸종되지는 않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불가사리 같은 생명력이다. 가장 밑바닥이 원래 생명력이 강한 법이다. 예외적으로는 조선후기 당대의 지성이었던 추사 김정희도 이 옥추경의 서문을 쓴바가 있다. 서문을 썼다는 것은 본인도 이 옥추경의 신비와 위력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추사도 간단한 인물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단서에 대해서 비난을 감수하고 서문을 썼으니까 말이다. 필자는 추사 서문글씨가 있는 옥추경 판본을 가지고 있다. 박도사는 이 옥추경의 비전과 접속이 되었고, 그 예언력을 얻게 되었다. 공식 무대에서는 금서(禁書)로 지정되고, 무당으로 탄압을 받으면서 지하로 잠류(潛流)하게 된다. 박도사는 한국 사회 밑바닥에서 잠수타고 내려오던 옥추경의 비법과 어떤 인연으로 접속하게 되었다. 그리고 박도사의 옥추경 주문 수련법을 계승한 인물 가운데 도사열전 서두에서 말한 토르 선생이 있는 셈이다. 

나는 오랫동안 이 옥추경의 수련법과 그 유통경로, 그리고 수행도량이 어디에 있는지를 추적해 왔다. 근래에 들어서 지리산 법계사가 그 옥추경의 헤드쿼터 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게 드러나지 않고 오랜 세월동안 숨겨져 왔던 것이다. 법계사는 해발 1,450미터에 자리잡은 도량이다. 아마 남한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자리잡은 절터가 아닌가 싶다. 이름도 법계(法界)가 아닌가. 법계는 인간계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바로 토르신의 영역이라는 이야기이다. 지리산의 도꾼들과 비결파(祕訣派)들 사이에서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벼락이다. 지리산 천왕봉에 벼락이 떨어지면 그 전류가 문창대(文昌臺)로 이어진다는 구전이다. 최치원의 시호가 문창(文昌)이다. 학문의 별을 가리킨다. 이 법계사에서 최치원이 공부를 했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천왕봉으로 번개가 치면 그 전류가 문창대 바위로 와서, 다시 쓰리쿠션으로 문창대에서 법계사로 들어간다는 이야기 구조이다. 벼락을 바로 맞으면 사망이지만 이렇게 문창대라는 한 단계를 거쳐서 독기를 제거하면 사람이 쓸수 있는 셈이다. 법제(法製)의 과정이기도 하다. 

생지황을 여러번 솥단지에다 찌면 숙지황이 된다. 인삼도 한번 솥에서 찌면 홍삼이 되지 않던가. 이게 법제의 묘미이다. 문창대가 벼락을 법제 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 결과로 법계사는 벼락신의 에너지를 받아 먹는 도량이 되었다. 입지 조건이 탁월하였다. 또 하나 법계사 절의 뒤쪽에 있는 바위 봉우리를 도사들은 옥추봉이라 불렀다. 여기가 옥추경 도량임을 암시한다. 지리산 천왕봉이 내포하고 있는 벼락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인물이 조선 중기의 남명 조식 선생이 아닌가 싶다. 남명은 유학자였지만 도교와 노장사상에 대해서도 포용적 태도를 유지하는 가풍을 지니고 있었다. 퇴계와 율곡 학파는 주자학, 성리학에 몰두하는 학풍이었다. 그러나 개성을 중심으로 활동하였던 화담 서경덕 학파와 지리산 밑의 남명학파는 주자학 이외에도 상수역학과 도교. 그리고 단학(丹學)에도 포용적 태도였다는 특징이 있다. 남명이 지리산 천왕봉 밑에 60세 쯤 이사를 와서 자리를 잡고 산천재를 지었다. 순전히 천왕봉을 바라다 보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천왕봉이 잘 보이는 자리이다. 그리고 여기서 시를 지은 게 남아 있다. 

‘請看千石鍾(청간천석종) 非大扣無聲(비대구무성) 爭似頭流山(쟁사두류산) 天鳴猶不鳴(천명유불명)’ 

‘천석이 들어가는 큰 종을 보시오. 크게 치지 않으면 울리지 않네. 어찌하면 두류산처럼 하늘이 울어도 오히려 울지 않을수 있을까!’ 

남명의 이 시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첫째 줄이다. ‘청간천석종’. 천왕봉을 쌀 천석이 들어갈만큼 큰 종으로 보았다는 점이다. 다른 형상에 비유할수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종(鍾)에다 비유하였을까? 천왕봉을 그 정상이 바위로 돌출되어 있는 형국이다. 지리산 다른 봉우리에 비해서 정상의 바위 봉우리가 뚜렷하다. 이걸 종으로 보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 의미는 벼락을 대입해야 풀린다. 벼락이 천왕봉을 때리면 천왕봉이 울린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천왕봉이 소리를 내는 종이 될 때는 바로 천둥벼락이 때릴 때이다. 천왕봉을 천둥 벼락이 때리면 울리는 종으로 보았다는 사실을 짐작할수 있는 대목이다. 남명은 천왕봉의 핵심을 천둥벼락으로 보지 않았을까. 이러한 관점은 유가의 주자학자들은 생각할수 없는 부분이다. 도가적 맥락에서 가능한 사고이다. 남명은 당시 지리산에서 도를 닦고 있던 여러 도인들과 교류도 했을 것이고, 이러한 도가의 방외지사들로부터 입수한 정보도 있었다고 추측된다. 옥추경의 뇌성보화천존이 강림하는 산 봉우리로서의 천왕봉. 그 비밀을 알고 있었던 인물이 남명이다. 남명의 시는 그 비밀을 살짝 드러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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