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섬유근육통은 눈에 보이는 특별한 원인이 없이 3개월 이상 몸 전체에 걸쳐 나타나는 만성적인 통증 질환이다. 몸이 뻣뻣하고 특정 부위를 눌렀을 때 통증을 느끼는 압통증이 곳곳에 있고 피로감과 수면장애, 인지기능 장애, 우울증과 같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섬유근육통은 만성적인 염증을 유발하는 장누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중추신경의 과감작이 원인이 돼 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섬유근육통은 자율신경실조와도 관련이 있다.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라면 장누수와 중추신경의 과감작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 알고 있겠지만 자율신경실조라는 단어는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자율신경실조라는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율신경이란 것이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우리가 누군가와 싸우거나 도망칠 때, 혹은 긴장할 때 심박수가 올라가면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이 든다. 반대로 우리가 잠을 자거나 맛있는 식사를 여유롭게 할 때는 어떨까. 심박수가 감소하면서 위장기관의 연동 운동이 촉진된다. 그런데 이런 변화를 우리가 생각하고 의도적으로 조절하고 있을까. 지금 무서우니까 심장을 빨리 뛰게 해야지 하면서 심박수를 올리는 게 아니다. 이런 변화는 알아서 몸이 자율적으로 조절해 준다.

이렇게 우리 몸을 조절해주는 신경을 자율신경이라고 부른다.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뉜다. 싸우거나 도망칠 때는 교감신경이 항진되는 상황이고 잠을 자거나 밥을 먹을 때는 부교감신경이 항진되는 상황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아주 미세하게 나의 자율신경을 서로 상보적으로 조절하고 있다. 이 조절이 자유자재로 적절하게 이루어져야지만 외부에서 오는 자극, 스트레스에 적절하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이런 자율신경의 조절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섬유근육통 환자들에게 운동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자율신경실조가 동반된 환자의 경우에는 10분 정도의 운동에도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고 하루종일 두들겨 맞은 듯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그 이유는 운동 중에 항진되었던 교감신경이 운동 후 회복하는 과정에서 다시 떨어지면서 조율되지 못하고 지속적인 항진 상태로 유지되면서 흥분성 신경 전달 물질들의 분비를 과도하게 촉진하기 때문이다. 이 경로는 중추신겨경의 과감작과도 연결될 수 있다.

섬유근육통 환자에서 자율신경실조는 통증 외에도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무기력함, 피로, 예민함, 불안함, 불면증,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같은 증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자율신경실조는 어떤 식으로 치료할 수 있을까? 사실 자율신경실조는 질병의 원인인 동시에 결과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치료하기 쉽지 않다. 먼저 자율신경검사를 통해 자율신경기능의 실조가 있는지 확인하고, 추가적인 기능 의학 검사를 통해서 근본적인 체내 불균형을 찾아내고 하나하나 교정하다 보면 차츰 스스로 자율신경기능이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신 피로, 신경 전달 물질의 불균형, 호르몬의 불균형, 불면증 등을 함께 치료할 때 시너지 효과를 보인다.

자율신경의실조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치료가 힘들어질 수 있으니 섬유근육통 환자라면 한 번쯤 기능의학검사를 통해 다양한 치료를 병행해 보길 추천한다.

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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