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삼성전자 목표가 줄하향, 하이닉스도 눈높이↓
"반도체 수급 악화·거시경제 불안…더 떨어질수도"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국내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에 주가가 가파르게 떨어진 이들 반도체주의 올해 실적이 작년보다는 개선될 여지가 크지만, 거시경제 환경 악화 탓에 주가 눈높이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재 이들 종목이 저점에 가까운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이지만,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증권과 현대차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각각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7만5000원, 8만2500원으로 낮췄다. 종전 목표주가는 각각 9만8000원, 9만1000원이었다. 다만 두 증권사 모두 삼성전자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김영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 매출은 76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14조9600억원으로 양호한 수준을 보일 것"이라며 "다만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DX(디바이스 경험) 부문 실적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김 센터장은 "작년 하반기 발표 예정이던 인텔의 DDR5 지원용 서버 CPU '사파이어 래피즈'는 여전히 출시 일정이 미확정 상태"라며 "전반적인 세트 수요 부진으로 반도체 수급도 당초 전망 대비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매크로 우려와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 지연으로 인해 3분기와 4분기 D램 고정 가격은 전 분기 대비 각각 3.9%, 0.9%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58조7천억원으로 기존 대비 7.3% 하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09년 금융위기와 D램 가격이 급락하던 2019년 수준이어서 하방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며 "주가는 회사의 위기관리 능력과 산업 성장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과매도 상태로 진입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DB금융투자(10만원→8만7000원), BNK투자증권(8만7000원→7만7000원), 유진투자증권(8만8000원→7만9000원), 신한금융투자(8만7000원→8만3000원) 등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SK증권은 이날 SK하이닉스에 대해서도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지만, 목표주가를 13만원으로 내렸다.

김영우 센터장은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41.4% 증가한 14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29.2% 늘어난 3조5200억원으로 양호한 실적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는 "DRAM 부문의 영업이익 기여도가 절대적인 것은 여전하지만, NAND부문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며 "HMB3 양산은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시작됐고, NVIDIA에 공급을 시작하며 뛰어난 성능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SK하이닉스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DRAM과 낸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설비 투자 확대이나, 반도체 웨이퍼와 희귀가스가 부족한 상황을 고려하면 인프라 투자 대비 설비 투자는 공격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를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로 거시 환경을 꼽으며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긴축 움직임으로 우리나라 증시에서 유동성이 빠져나가고 있어 추가적인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저점에 가까운 수준까지 하락했으나 아직 바닥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 달 전만 해도 미국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8%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도 40년 만에 상황"이라며 "금리도 인플레이션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어서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 주가가 계속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거시 경제 상황을 고려한 실적 추정치 하향 조정이 주가에 더 반영돼야 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세로 전환하기는 어려운 국면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하려면 중국 수요 개선이나 전쟁이 마무리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경기 침체 우려가 잦아든 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승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를 완전히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주가는 더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중국 소비가 증가하는 게 보이면 기술주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유럽, 미국 경제까지 돌아서면 반등이 확실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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