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복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국경복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오체투지’라는 책에 소개된 한경혜 씨의 꿈 이야기다. 그녀는 돌이 갓 지나 뇌성마비로 죽음을 선고 받는다. 어느 날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어머니와 함께 성철 스님을 찾아간다. 그녀는 성철 스님으로 부터 ‘네 몸을 건사하려거든 매일 천 배하라.’는 말씀을 들었다. 그녀는 일곱 살부터 천배를 시작했다.

그녀가 성인이 된 후에는 그녀의 어머니는 다시 ‘만 배 백일기도’를 권유했다. 그녀는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1996년 1월 30일 대학을 졸업하고 2월 1일 0시부터 만 배 백일기도에 들어간다. 시작하기 전날 그녀는 식은 땀이 날 정도로 생생한 꿈을 꾼다.

꿈 속에서 그녀는 세상에서 제일 높은 산, 웅장하고 장엄하게 펼쳐진 엄숙하고도 아름다운 산, 도저히 인간계의 산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산, 산 아래엔 절벽이 아득하게 펼쳐져 있고 층층이, 겹겹이 쌓인 안개구름 위로 최고의 정상 봉우리에 올라갔다.

맞은편에는 비슷하게 생긴 산의 봉우리 정상에 엄마가 서 있었다. 엄마는 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어서 건너 오라고 손짓을 했다. 산의 정상과 정상 사이에 가냘픈 외나무다리가 연결되어 있고, 외나무다리 밑에는 절벽이 가파르게 깎아내려간 소름 끼치고 무서울 정도의 까마득한 낭떠러지였다. 계속 오라고 손짓하는 엄마를 향해 나는 한 발자국씩 한 발자국씩 조심스럽게 옮겨가고 있었는데 중간 쯤 다다르는 순간, 다리가 부서지면서 난 비명소리와 함께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도 잠시, 아주 고운 흰옷을 입은 청아한 여자 한분이 떨어지는 나를 끌어안고 다시 외나무다리로 올라와 나를 내려 놓았다. 그리고 부러진 외나무 다리에 부목을 붙여 끈을 매어 다시 연결해 주고는 어디론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엄마한테 다가가고 있었다.

그녀는 말한다. 너무나 생생한 꿈이었다. 꿈을 깨고도 잠시 멍하게 앉아 있었다. 백일기도 전날 꾼 꿈이라 불안하지만 알 수 없는 그리고 다시 안정된 느낌이었다고.

결론부터 말하면, 이 꿈은 한경혜씨 본인의 불안감, 의지력과 무의식적 예지력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뇌성마비 극복에 관한 예지몽이다. 꿈 해석의 전제가 되는 그녀의 상황은 앞에서 소개했으니 생략한다.

다음은 꿈 속에서 등장하는 그녀의 어머니다. 현실에서 어머니는 그녀가 장애를 극복하고 화가의 꿈을 키워가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은혜로운 멘토다. 한경혜씨는 어머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를 장애인으로 인정하지 않은 엄마가 계셨기에 오늘날 내가 있는 것이다. 그러한 어머니가 꿈에서 자신이 있는 봉우리로 오라고 손짓을 한다. 현실에서 만배를 권유한 어머니의 행동과 자신이 서있는 봉우리로 오라고 손짓을 한 꿈의 은유적 표현이 의미상 일치를 이룬다.  

건너편 산봉우리는 자신의 삶의 최고봉일 수 있는 건강한 신체를 상징한다. 그리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 그녀는 천길만길 낭떠러지를 연결시키는 소름끼치고 가냘픈 외나무나리를 건너야 한다. 아슬아슬 한 외나무 다리는 몸을 쉽게 가누지 못하는 자신의 육체를 상징한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무섭고 힘든 다리를 건너기를 시도한다. 꿈 속에서 ‘다리 건너기’는 그녀가 행동에 옮긴 ‘만배의 백일기도’가 은유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그녀는 만 배의 백일 기도를 하는 동안에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극심한 고통을 체험한다. 한번은 너무 고통스러워 약을 먹고 죽으려고 자살 시도를 하였다. 두려움과 고통의 극치가 꿈에서는 다리가 부서지고 낭떨어지로 떨어지는 은유적 행위로 드러난다. 절체절명의 순간, 청아한 여자 한분이 그녀를 도와준다. 한경혜씨는 꿈속에서 자신을 구해 준 그 여성이 부처님이나 보살님의 현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현실에서는 자살을 시도한 그녀를 살려 놓는 분은 그녀의 어머니이다. 이제 꿈속에서 등장한 청아한 한 여성이 누구를 상징하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꿈에서는 간혹 한 인물의 여러 인격적 특성들이 서로 다른 여러 인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장자의 꿈에서 스스로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는 모습도 그러한 소망을 바라는 자신의 인격적 한 특성이 상징화 된 것이다.

<필자: 국경복, 경제학 박사. 저서: ‘꿈, 심리의 비밀’(2019년), 이야기 꿈의 해석(블로그),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홈페이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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