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강호동양학자·작가
조용헌 강호동양학자·작가

명기 천녀화로부터 ‘사람의 번개’를 맞은 뒤에는 다음 순서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땅에서 맞는 번개였다. 하늘의 번개, 사람의 번개, 그 다음에는 땅에서 맞는 번개. 땅의 번개는 어떤 번개인가. 번개가 잘 때리는 지역에서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번개가 잘 때리는 장소는 어떤 곳이란 말인가? 바위가 많은 곳이다. 바위 속에는 광물질이 함유되어 있기 마련이다. 광물질은 전기가 잘 통한다. 광물질 중에서도 특히 철분이 많이 작용한다. 즉 바위 속에 철분이 많은 지점에서 기도를 드리면 기도발이 잘 받고, 번개도 잘 때린다. 미국 애리조나 주의 세도나(Sedona). 인디언 추장들이 기도를 드릴때마다 찾았던 명소이다. 한마디로 인디언 기도발의 짱이다. 그 세도나에서도 유명한 산이 하나 있다. 바로 ‘썬더 마운틴’이다. 썬더(thunder)는 천둥번개라는 뜻이다. 

썬더 마운틴은 유난히 천둥 번개가 많이 치는 산이다. 왜 많이 치는가? 이 산의 바위 속에 철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도나의 여러 산 봉우리 가운데서도 유독 이 썬더마운틴에만 번쪽 하는 불꽃과 함께 천둥 벼락이 많이 때렸다. 그래서 인디언들도 이 산을 주목하였던 것이다. 주목을 한다는 것은 영험하다는 뜻이다. 영험이 없으면 별 볼일 없다. 산이라고 다 같은 산이 아니다. 영험의 강도에서 각기 다르다. 인디인 추장들이 특히 영험하다고 여겼던 산이 천둥번개가 자주 치는 썬더 마운틴이었다. 알프스에도 이런 산이 있다. 바로 마테호른(Matterhorn)이다. 4,478m이다. 알프스에서도 고봉인 마테호른이 특별한 이유는 바위 봉우리가 삼각형처럼 뾰쪽하게 생겼다. 동양의 풍수가 입장에서 보면 문필봉 형상이다. 문필봉이 바라다 보이는 지역에서는 문필가, 학자, 예술가가 많이 배출된다고 본다. 내가 다 확인해보지는 못했지만 마테호른 바라다 보이는 지역에서 여러 명의 인물들이 배출되었을 것이다. 

문제는 번개이다. 마테호른을 올라가본 등산가들에 의하면 정상 부근의 바위에는 엄청 많은 번개가 때린다고 한다. 날씨가 약간 흐리면 십분 간격으로 번개가 정상 부근에서 친다. 푸른 불빛이 번쩍 하면서 등산가 주변의 암벽에 번개가 떨어지는 광경을 보면 공포심이 생긴다. 번개 치는데 공포가 생기지 안 생기겠는가? 경남 남지에서 철교국밥집을 운영하는 사장이 30대 시절에 마테호른에 올라갔다가 이 번개를 맞았다. 번개를 맞는 순간 정신을 잃었다. 몸이 쓰러졌지만 쟈일에 묶여 있어서 절벽으로 추락은 면했다. 20분쯤 후에 다시 깨어났다. 번개 맞는다고 다 죽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번개를 맞은 뒤에 몸에 어떤 변화는 없는가?” “몸의 변화는 특별하게 없다. 꿈에 변화가 있다. 꿈을 한번씩 꾸면 정확하게 앞 일을 예지하는 꿈을 꾼다” 번개 맞고 예지몽을 꾸는 능력이 생긴 셈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마테호른에는 철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었다. 바위 산이 안테나처럼 높게 솟아있는데다가 철분까지 많으니까 번개가 많이 때릴 수밖에 없다.

천녀화로부터 맞은 번개 기운이 아직 빠지지 않고 얼얼하게 남아 있는 상태에서 김병태는 지리산 영신대로 올라갔다. 영신대는 해발 1,500m. 이름도 하필 영신대(靈神臺)이다. 靈과 神이 들어가는 바위 언덕이다. 높이도 보통 높이가 아니다. 지리산 일대에서 가장 영험한 바위 언덕인 대(臺)를 꼽으라면 이 영신대를 빼 놓을 수 없다. 고래로부터 지리산을 찾았던 무당, 도사, 승려들이 승부를 보려고 기도를 드릴 때 반드시 찾았던 장소가 영신대이다. 삼면이 바위 절벽으로 둘러쌓여 있다. 뒤로는 대략 200여 미터의 바위 언덕이 계단처럼 꺾어지며 뒤를 받쳐 주고 있다. 뒤쪽의 바위 언덕이 어느 정도 힘이 있느냐에 따라 기도발의 강도가 비례하기 마련이다. 크고 길수록 힘이 있다. 더군다나 지리산 바위들은 붉으스름한 녹물이 나오는 수가 많다. 이건 철분이 함유된 물이다. 

지리산 바위들은 철분이 많다. 인체의 피 속에 흐르는 헤모글로빈도 다 철분이다. 이 바위속의 철분이 인체 피 속의 헤모글로빈으로 연결되면 기도발이 나타난다. 바위 속에서 산신령이 나오고, 부처님이 나온다. 바위에 마애불이나 산신령 조각을 해 놓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영신대 뒤는 거대한 바위절벽이 버티고 있고, 좌측과 우측에도 역시 바위 맥이 감싸고 있다. 기운이 밖으로 새지 않고 감싸 안는 역할을 한다. 거기에다가 또 하나의 장점이 영신대에서 봤을 때 약간 오른쪽으로 반야봉이 바라다 보인다는 점이다. 반야봉은 둥그스럼 한다. 여기에서 지혜가 나온다는 것 아닌가! 반야봉 9부 능선쯤에는 묘향대(妙香臺)가 있다. 묘향대의 높이도 1,500미터에 해당한다. 이 묘향대와 영신대가 거의 같은 높이에서 짝을 이루고 있다. 묘향대는 200살이 넘는 신선인 개운조사가 도를 닦았다는 터로 유명하다. 

묘향대는 상대적으로 암자가 자리 잡아도 무방할만큼 부드러운 터지만 이 영신대는 암자터로 삼기에는 매우 강하고 쎈 터이다. 단기간에 쇼부를 볼때는 영신대가 더 적합하다. 그래서 수많은 도꾼들이 진도가 안 나가고 뭔가 답답하다고 여겼을 때 이 영신대에 들어와서 기도를 하였다. 조선조까지만 하더라도 불교 사찰인 영신사(靈神寺)가 자리잡고 있었다. 가야시대의 가야 불교 사찰부터 시작해서 조선후기까지 이 터에는 절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난리통에 불에 타서 지금은 폐사지로 남아 있다. 공부가 부족한 수행자가 영신대에 들어오면 배겨 내질 못한다. 2-3일 만에 보따리를 싸서 철수한다. 밤에 잠을 잘 때 무서운 형상의 신장들이 나타나 기도객에게 겁을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천개의 화살과 칼이 자기 몸을 관통하는 꿈을 꾸거나, 키가 10여미터 이상 되는 거인이 나타나 몽둥이로 자신을 강타하는 장면이라든가, 아니면 깜깜한 검은 구름이 몰려오는데, 그 검은 구름 속에서 하나의 커다란 눈동자가 자기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장면 같은 것이다. 

이런 꿈을 꾸면 담력 약한 기도객은 버티지를 못한다. 그래도 용을 쓰고 버티면 밤에 오줌 누러 바위 계단 길에 내려가다가 쭐떡 미끄러져서 허리가 다치거나, 영신대 앞의 바위 절벽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수도 있다. 추락하면 병신되거나 죽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터가 쎈데서 그릇이 안되는 사람이 기도하다가 절벽에 떨어져서 죽는 경우도 필자는 목격한바 있다. 터가 쎄다는 것은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병태는 이 영신대로 올라갔다. 그것도 한 여름인 8월달이었다. 억수 같이 비가 올 때 이 영신대로 천둥번개가 수없이 때렸다. 7일동안 천막을 치고 기도를 하였는데, 이 기간 동안 비가 계속 오면서 하늘에서 영신대 바위들을 향하여 천둥벼락이 쉼없이 떨어졌다. 벼락이 천막 주위로 떨어질때는 땅이 ‘웅-웅’ 하면서 울렸다. 인적하나 없는 심산의 고봉에서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데 번쩍 번쩍 하면서 천둥이 치면 이건 엄청난 공포 영화 장면이다. 병태가 이 기간동안 영신대 주변으로 떨어진 벼락의 숫자를 세어보니 대략 300번이었다. 이걸 버티느라 죽을 힘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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