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흡입형 항체치료제 상업화 중단 "사업 타당성 떨어져"
외산 치료제 시장 장악, 렉키로나 이은 제2호 국산 치료제 나올까

셀트리온이 개발중인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
셀트리온이 개발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접어들며 국산 치료제 개발 방향도 엇갈리고 있다. 개발을 계속해 '국산 2호 치료제'를 앞둔 곳도 있지만, 다수의 기업들은 사업성이 떨어지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중단하고 기존 파이프라인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29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자사 코로나19 흡입형 칵테일 항체치료제의 임상 및 상업화 준비를 잠정 중단했다. 임상 환자를 모집하기도 어렵고 글로벌 규제기관들이 패스트트랙 등의 절차도 지양하는 추세니만큼 사업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국산 1호 코로나19 치료제로 정맥형 주사제 형태 ‘렉키로나’를 개발해 주목받았다. 렉키로나는 코로나19 중증환자 발생률 감소를 돕고 유럽의약품청(EMA)이 선정한 코로나19 중요 의약품에 선정되는 등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는 중화능력을 입증하지 못해 국내 공급이 중단됐다. 이후 셀트리온은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이 가능한 후보물질 CT-P63을 렉키로나에 추가한 흡입형 칵테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섰으나 이마저 중단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임상을 승인받은 업체는 19곳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곳은 셀트리온뿐이며 GC녹십자, 대웅제약, 일양약품, 부광약품 등 다수 기업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중단하거나 임상 일부를 포기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치료제 개발 동력도 한풀 꺾였고, 만족할 만한 유효성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도 다수였다. 개발을 이어간다 해도 화이자 팍스로비드와 MSD 라게브리오 등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시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이어가는 기업도 있다. 현재로서는 일동제약이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 개발 중인 경구용 치료제 ‘조코바(S-217622)’가 국산 코로나19 2호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동제약에 따르면 조코바는 글로벌 임상 2b상 결과 위약군 대비 바이러스 양성값 비율이 치료 4일차 기준 90%까지 줄어드는 등 유효성을 입증했다. 시오노기가 진행한 전임상, 임상1상에서 오미크론을 비롯한 각종 변이에도 효과를 보인 바 있다.

당초 올해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했지만 최근 일본 후생노동성이 임상데이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긴급사용승인을 보류했다. 일본에서는 다음 달 승인 여부를 재심사하며 국내에서도 다음달 긴급사용승인 허가 절차가 개시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풍제약의 경우 기존 의약품에 새로운 적응증을 추가하는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신풍제약은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글로벌 임상3상의 심사와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

앞서 신풍제약은 피라맥스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상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고, 지난해 임상 비용이 늘면서 상장 후 적자로 전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오미크론에 대한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2상에 재돌입하는 등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주가 부양을 위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무리하게 뛰어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술력이나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기업들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을 과장하거나 지나치게 이르게 알리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능력이나 충분한 의지가 있는지, 효과가 없을 걸 알면서도 뛰어들었는지 ‘옥석가리기’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 다음 팬데믹에서도 빠르게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라도 임상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역시 정착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체 관계자는 “임상을 위해서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드는 만큼, 단순히 개발 여부보다는 자금력과 기술력이 충분한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단 신약 개발 자체가 성공률이 높지 않고 개발 과정에서 쌓이는 노하우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실패를 인정하기가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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