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편의점에서도 단순한 현금 인출 기능을 넘어 적금을 가입하거나 체크카드를 발급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은행 마감 뒤에도 간편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편의점이 그 기능을 대체한 것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4사는 최근 금융업계와 제휴를 맺고, 매장 내 은행 업무를 대행해 주는 '스마트금융'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국내 편의점 업체별 점포 수는 CU가 1만5855개, GS25가 1만5499개, 세븐일레븐이 1만1173개, 이마트24가 6028개로 조사됐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미니스톱을 인수하면서 1만3959개로 늘어났다. 

이처럼 국내 편의점 4사의 점포 수가 6만여 개를 넘기면서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고, 단순하게 물건을 파는 것에서 나아가 금융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사진/BGF리테일 CU
사진/BGF리테일 CU

◆CU, 하나은행과 제휴…금융사각지대 해소

먼저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지난해 10월 하나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미래형 혁신채널 구축 및 디지털 신사업 공동 추진'에 뜻을 모았다. 서울 송파구에 유통과 은행을 결합한 금융 특화매장('스마트셀프존')을 오픈한 것이다.

이곳은 인근 500m 내 은행이나 자동화기기가 없는 지역이다. 이에 CU와 하나은행은 매장 내 종합금융기기 STM(smart teller machine·스마트 텔러 머신)과 현금지급기(CD)를 1대씩 설치했다. STM은 자동화기기(ATM)에서 나아가 계좌 개설은 물론 통장이나 체크카드 재발급, 보안카드(OTP) 발급 등의 은행 역할을 대체한다. 

스마트셀프존은 화상상담 연결이 필요한 일부 업무를 제외하고,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수수료 또한 일반은행 365코너나 영업점에서 내는 것과 동일하다. 

실제로 해당 지점은 금융 서비스가 도입되기 전보다 3배 가까운 이용객이 찾았다. 아울러 하나카드를 이용한 결제 건수도 전년보다 15.4%나 증가했다. 편의점과 은행 모두 동반이익을 얻은 것이다. 

이에 CU는 지난달 안양 동안구에 스마트금융 편의점 2호점을 냈다. 기획 단계부터 하나은행과 금융 융합형 점포로 설계했다. 이곳 역시도 5000여 세대 아파트 단지와 1만1000여 명이 재학중인 대학교가 위치했으나, 반경 500m 내 은행이 없었다. 

◆GS25, 신한은행과 제휴…은행업무 80% 대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 역시도 스마트금융 편의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GS25는 작년 5월 신한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 같은 해 10월 강원 정선에 매장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뱅킹존'을 론칭했다. 이곳은 인공지능(AI) 은행 직원과 화상상담이 가능할뿐만 아니라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스마트 키오스크가 설치됐다.

뱅킹존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신한은행 직원과 화상상담을 하며, 펀드나 신탁·대출 등을 할 수 있다. 체크카드 즉시발급부터 공과금 납부, 현금 입·출금, 통장 정리 등 일반 영업점 창구의 80% 수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점포는 오픈 6개월 만에 매장을 찾는 방문객 수가 20.8%나 늘었다.

여기에 GS25는 이달 신한은행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에 편의점을 입점시키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시나몬 내 GS25 편의점에서는 진열대에 50여 종의 기프티콘이 있어 이를 누르면 GS리테일 퀵커머스인 '우리동네딜리버리'로 연동된다. 메타버스로 상품을 구매하고 오프라인에 적용해 결제할 수 있는 것이다. 

GS25는 도서나 산간지역 등 금융사각지대를 중심으로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편의점을 계속해서 늘릴 계획이다. 

◆세븐일레븐, 카페·지방은행과 제휴…결합상품 출시 

세븐일레븐은 온라인 금융 플랫폼 카카오뱅크와 DGB대구은행 등과 손을 잡았다.  

먼저 금융앱 카카오뱅크와 함께 '저금통with(위드)세븐일레븐' 상품을 출시해 이달간 운영했다. '저금통'은 잔돈을 자동으로 모아 최대 10만원으로 만드는 카카오뱅크의 소액저축상품이다. 이를 통해 편의점 할인쿠폰과 굿즈 등 은행과 편의점이 마련하는 혜택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세븐일레븐은 또 이달 20일 DGB대구은행과 함께 대구 달서구에 스마트금융 매장을 마련했다. 이곳 '디지털 셀프코너'에는 DGB대구은행의 디지털 키오스크 1대와 ATM 2대를 갖춰 역시나 기본적인 은행 업무를 대행해 준다.

입출금 통장과 체크카드, 카드형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 등의 발급이 가능하다. 화상상담사와 연결이 필요한 업무를 제외하고, 모두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지방은행 최초로 편의점과 협업한 곳이다.

세븐일레븐은 앞으로도 DGB대구은행과 협업해 연내 스마트금융 특화매장을 추가로 개장하기로 했다. 아울러 ATM 수수료 제휴 등도 협의할 방침이다. 

사진/이마트24
사진/이마트24

◆이마트24, KB국민은행과 제휴…신용대출도

이마트가 운영하는 이마트24는 지난달 KB국민은행과 충북 청주에 스마트금융 편의점을 개장했다. 이 역시도 편의점에서 '디지털뱅크' 공간이 마련돼 은행업무를 볼 수 있다.

STM에서는 통장 발행부터 현금 및 수표 입출금과 체크카드 발급 등 기본적인 은행 업무를 수행한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공휴일·주말은 오후 6시)다. 은행이 영업을 종료하거나 휴일일 경우에도 간단한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KB화상상담전용창구도 마련됐다. 이 역시 기본적인 입출금 통장 개설과 예·적금 신규, 인터넷뱅킹 신규·해지, 신용대출 등 은행에서 상당 부분을 대신 해결한다.

이마트24는 향후 KB국민은행과 고객 반응을 토대로 2~3호점을 더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 스마트금융 편의점 지원…금융대동여지도 앱 제작

정부도 스마트금융 편의점 보급에 더욱 앞장서겠다는 방침이다. 편의점이 은행의 오프라인 채널 확보를 대신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달 16일 "일정 자격을 갖춘 기관들이 은행 업무를 일부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은행대리업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부위원장은 "단순한 은행업무는 반드시 은행 지점을 찾지 않아도 가까운 우체국이나 편의점, 은행대리기관에서 간편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며 "은행 지점·ATM 위치와 이용정보를 핸드폰으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금융대동여지도 앱' 서비스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대동여지도 앱'은 고령층 등을 위해 회원가입이 필요 없는 앱이다. 올해 4월에 출시했다. 금융위는 캐시백이나 거스름돈 입금 서비스 기관 및 우체국 제휴현황, 정책서민금융기관 지점정보 및 방문예약 서비스, 지점별 특판상품, 이벤트 정보 등을 추가로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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