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복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국경복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지난 6월 27일, 전인지 선수가 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대회인 KPMG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녀는 우승 상금으로 135만 달러(약 17억5000만원)를 받았다.

전인지 선수는 1라운드에서 8언더파를 몰아쳐 2위와 5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선 뒤 2라운드에서 6타 차로 달아났다. 3라운드에서도 3타로 선두를 놓치지 않았지만, 4라운드에서는 한때 렉시 톰프슨에게 선두를 내주기도 했다가 막판에 역전승을 했다.

전인지 선수의 스윙코치인 박원 JTBC골프 해설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스포츠 경향, 6월 28일자)에서 최종라운드 전날 밤 그가 꾼 꿈을 이야기 했다. “이건 여담인데요, 마지막날 이상한 꿈을 꾸었어요. 커다란 호랑이가 백구를 물고 다니는… .”  “호랑이가 겁에 질린 개를 물고 어슬렁거리다가 갑자기 방으로 들어갔어요. 호랑이가 뒷발로 문을 쾅 닫는데, 살짝 다시 열리는 겁니다. 그 때 개가 얼른 뛰어나와서 문을 닫아버리는 거에요.”

박원 코치는 이 꿈이 전인지 선수의 승리를 예지한 꿈이라고 확신한 듯 했다.  그는 최종라운드 시작 전에 전인지 선수에게 꿈 이야기를 하며 “초반 몇홀에서 톰프슨이 강한데,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신경쓰지 마라. 고생하다가 우승한다는 의미이니 끝까지 웃음을 잃지 말고 너의 골프를 즐기면 된다”고 당부했다.

경기는 꿈대로 전개되었다. 전인지 선수는 3번홀에서 공동선두를 내줬고 전반에 2타차로 뒤집힌 뒤 15번홀까지 끌려갔다. 하지만, 16번홀(파5)에서 전인지가 버디, 톰프슨이 보기를 기록해 공동선두가 됐고 17번홀(파4)에서는 톰프슨이 3퍼트 보기를 범해 2위로 내려갔다. 18번홀 파세이브는 전인지 선수가 문을 닫는 순간이었다.

이 꿈은 전인지 선수의 우승을 암시한 예지몽이다. 여기서 호랑이는 전인지, 백구는 톰프슨을 상징한다. 한 선수는 호랑이로, 다른 선수는 백구로 드러난 이유가 뭘까? 그것은 이 대회에서 전인지는 1-3라운드에서 계속 선두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간 전인지는 커다란 호랑이, 뒤따르던 톰프슨은 개로 상징화된 것이다.

예지몽에서는 사람이 종종 동물로 은유화해서 등장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태몽이다. 태아가 때로는 호랑이, 곰, 소, 개, 닭 등 동물로 나타난다. 그 호랑이가 겁에 질린 개를 물고 어슬렁거린다. 현실에서 전인지 선수가 우위를 점한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호랑이가 방으로 들어가는데, 개는 뛰처나와서 문을 닫는다. 여기서 방은 우승, 문은 우승을 향하여 가는 과정을 상징하고 있다. 그런데, 개도 호랑이를 뒤따라 들어갔다가 나중에는 뛰어나와 스스로 문을 닫는다. 우승으로 가는 과정이 닫히게 됨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현실에서 톰프슨은 17번 홀에서 보기를 범한 후,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예지적인 꿈은 대체로 본인이 직접 꾸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신과 가까운 부모, 친척이나 지인도 종종 꿈을 대신 꾸어준다. 2021년 실시한 필자의 태몽연구에서 임산부가 직접 태몽을 꾸는 확률은 60%, 부모, 남편, 친척이나 지인 등이 대신 꾸는 경우는 40%였다. 여기서는 전인지 선수 자신이 아닌 그녀의 코치가 꿈을 꾸었다. 박 코치는 이 경기결과의 목격자가 되었다.    

전인지 선수는 3년 8개월의 긴 공백 끝에 승리한 우승 인터뷰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골프를 그만두고 싶었다". 그러면서 “원래 팬들과 소통을 많이 했는데, 응원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내가 부족해도 끝까지 포기 안 하고 응원해준 팬들께 너무 감사하다"고 환한 미소로 소감을 밝혔다.

<필자: 국경복, 경제학 박사. 저서: ‘꿈, 심리의 비밀’(2019년), 이야기 꿈의 해석(블로그),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홈페이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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