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숙 한마콤 대표·호텔관광경영학박사
한태숙 한마콤 대표·호텔관광경영학박사

코로나로 인해서 오랫동안 갇혀있었다고 생각했는지 여러 모임에서 여행가자는 움직임이 많아졌다. 필자가 활동하는 한 커리어 우먼 단체에서도 SNS와 뉴스를 통해서 뜨고 있는 퍼플섬에 가자는 이야기가 나와 며칠 전에 다녀왔다. 서울에서 목포까지는 SRT를 탔다. 목포에서 신안군에 위치한 퍼플섬으로는 차를 빌려 이동했다. 옷이나 액세서리가 보라색이면 입장료가 무료라고 해서 모두 출발하기 전에 어떻게 연출하나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집안에 있는 온갖 보라색을 찾아 코디를 한 결과, 보라색 스카프에 연보라색 블라우스를 입기로 했다 .이른 아침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면서 서로 어떻게 보라색을 연출했는지 이야기한다. 점퍼에 보라색이 있다고 소개하기도 하고, 보라색 모자, 가방, 티셔츠, 보라색 같지도 않고 밤색에 가까운데 약간 보라가 섞여 있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한참 웃기도 했다. 화장실에 들어가더니 보라색 원피스로 갈아입고 보라색 우산까지 들고 온 친구도 있었다. 여행이 시작하기도 전에 컬러 연출로 인해서 모두 즐거워졌다.

서울에서 퍼플섬에 도착하는 데 약 6시간 정도 걸렸다. 신안군에는 1004개의 섬이 있다고 하여 “천사섬”이라고 불린다. 안좌도, 박지도, 반월도와 같은 세개의 섬을 보라색 목조 다리로 연결했다. 집 지붕, 창틀, 가로등, 부두에서 쓰는 크레인, 재활용 쓰레기통에도 보라색을 칠했다. 도라지꽃, 접시꽃 등 보라색 꽃길을 만들고 라벤더 정원을 만들었다. 보라색은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빨강의 따뜻함과 파랑의 침착한 이미지가 섞여있는 색이다. 연한 톤의 보라는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가 있으며, 어두운 보라는 위엄있고, 권위적인 느낌이다. 퍼플섬은 예전에 워낙 낙후된 곳이었는데, 4년전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사업에 응모해서 이렇게 짧은 시간안에 변화시켰다고 한다. 조금씩 소문이 나면서 관광객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방문객이 2020년 9만2728명에서 지난해는 28만7197명으로 3배가 늘었다. 50여개의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졌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가 선정한 최우수 관광마을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동안 투숙할 호텔이 별로 없었는데 지난달에는 4성급 호텔이 새로이 오픈했다. 실제로 투숙해 보았는데 시설이나 서비스면에서 만족스러웠다. 전라남도는 개인 숙박 객실을 2026년까지 70%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직은 보라색으로 연출한 카페나 레스토랑이 부족해 보이는 데 관광객이 늘어나는 데로 이런 시설들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근처를 지나다 보니, 어떤 지역은 집 지붕을 모두 파란색으로 칠한 곳이 보였다. 아마 파란색 마을로 바꾸려는 것 같아 보였다. 전라남도의 장성군에서는 ‘옐로우시티’ 로 기대와 희망을 주는 이미지를 창출한다고 한다. 노란색은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행복, 낙관주의, 창의성, 햇빛, 따뜻함, 쾌활함, 재미와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좋은 반응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전남 신안군은 7월 중순부터 ‘공영버스 자유 이용권’을 발행하여 교통 편의를 도모할 예정이라고 한다. 목포와 신안 사이를 이용할 수 있으며 섬마다 고유의 색깔을 가지고 있어 저렴한 요금으로 천천히 섬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것도 가능해진다. 저자가 방문했을 때는 공영버스가 없어서 렌트비용이 많이 들었는데 훨씬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제주도의 가파도는 초록색 청보리와 주황색 지붕이 인기다. 크로아티아는 건축물을 흰색과 주황색으로 통일하여 아름다운 풍경으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그리스의 외딴섬 ‘산토리니’는 파란색 지중해 바다를 배경으로 산언덕에 있는 집들을 하얀색으로 하여 여러 광고나 영화 방송에 등장한다. 스페인의 작은 도시 ‘후스가프’는 스머프 마을이라고 곳곳에 스머프 캐릭터를 그리고 온 동네를 파란색으로 옷을 입혔다.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의 달동네 ‘파벨라’는 파스텔톤으로 유명하며,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노란색 도시 ‘이자말’은 마을을 대부분 노란색으로 채우고 해바라기꽃을 많이 심어 정원같은 이미지로 인기이다.

색상이 일반적으로 상품브랜드 인지도에 영향을 미치며, 소비자들은 제품의 기능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함께 시각적 요소로 중요하게 생각한다. 색상이 화려한 광고가 흑백 광고보다 더 눈에 뜨이고 이해력도 높이는 것처럼 관광 상품에서도 컬러 마케팅은 점차 중요한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화가들이 오래된 산동네에 그림을 그려 관광 요충지가 되었듯이 색상과 캐릭터,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관광상품은 무한대로 개발될 수 있을 것 같다. 컬러 마케팅을 통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에만 머물지 않고 전국을 돌아다니는 관광상품이 많이 개발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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