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복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국경복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아우구스트 케쿨레(August Kekulé; 1829-1896)는 구조유기화학(structual organic chemistry) 창시자 중 한사람이다. 그는 꿈을 통하여 중요한 발견을 하게 된다. 케큘레는 1865년 뱀이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꿈을 꾼 후, 현대의 산업계에서 많이 이용하는 화합물인 벤젠 분자의 구조가 고리모양이라고 상상할 수 있었다. 그의 발견 전에는 원형인 분자구조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이들 ‘꿈 사건’은 두 번 있었는데, 그 첫 번째는 케쿨레가 런던에 있을 당시에 일어났다. 케쿨레는 클래펌 숙소에서 기거했고 또 다른 독일 화학자이자 친구인 휴고 뮐러와 저녁을 같이 할 때가 많았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둘은 화학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었고, 무엇보다도 분자의 구조에 대해 토론했다. 분자구조 문제는 케쿨레의 특별 관심사였다. 원자들이 분자내에서 어떻게 배열되는지, 그리고 동일한 원자로 구성된 두 개의 분자 - 가령, 5개 탄소와 12개 수소원자로 구성된 - 가 어떻게 다른 물질이 되는지에 대한 토론은 아무리 해도 질리지 않는 화재였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이처럼 즐거운 저녁 식사를 마친 어느날, 케쿨레는 마지막 마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때는 화창한 여름날 저녁이었고, 그는 말이 끄는 지붕위에 자리를 잡았다. 다음은 그가 쓴 글이다.

「나는 몽상(꿈)에 빠져 들었는데, 보니까 원자들이 내 눈앞에서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이 작은 녀석들은 내 앞에 나타날 때마다 항상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두 개의 작은 원자들이 더해져서 하나의 짝을 이루는 모습이, 하나의 큰 원자가 두 개의 작은 원자를 감싸는 모습이, 그리고 더 큰 원자가 서너개의 작은 원자를 붙잡고서 전체가 계속해서 어지럽게 빙글빙글 도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큰 원자들이 사슬을 이루면서 작은 원자들을 사슬 끝에 달고 다니는 모습을 보았다.」

케쿨레는 차장이 “클래펌 가(街)요”라고 외치는 소리에 깨어나 자기방으로 들어갔고, 밤새도록 구조 이론의 기반이 될 공식을 그려 보았다. 그 후 케쿨레는 겐트(대학)에서도 이와 흡사한 직관(꿈)을 경험했다. 이번 꿈은 대상이 된 것은 구조식이 C6H6인 벤젠(benzen) 분자였다. 벤젠은 방향족 화합물(aromatic compounds)의 전형으로서 여기에는 가장 흥미로운 합성물질과 자연물질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다시 케쿨레의 회상을 들어보자.

‘앉아서 교과서에 글을 끄적이고 있었지만 일에 진전이 없었다. 생각이 다른데 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의자를 화로 쪽으로 돌린 뒤 졸았다. 다시금 원자들이 내 눈앞에서 깡충깡충 뛰어 다녔다. 이번에는 작은 원자의 무리가 뒤편에서 얌전하게 있었다. 비슷한 상황을 반복해 겪은 탓에 더욱 날카로워진 내 심안은 이제 다양한 배치를 띠는, 더 큰 구조를 식별할 수 있었다. 긴 줄은 때로는 더욱 가까이 배치되면서 모두 얽히고 꼬여 마치 뱀처럼 움직였다. ‘아니 근데! 그게 뭐였지?’ 뱀 한 마리가 자기 꼬리를 문 형상이 되더니 내 눈앞에서 나를 조롱이라도 하듯 빙빙 도는 것이었다.‘ 나는 마치 번개에 맞은 것처럼 깨여났다. 그리고 이번에도 밤새도록 가설의 결과를 정리하느라 바빴다.

그 가설이란 벤젠이 환식 분자(cyclic molecule)라는 것으로, 여섯 개의 탄소원자가 6각형을 이루고 각 모퉁이에는 수소 원자가 하나씩 붙어 있는 모양이다. 위대한 유기화학자 아돌프 바이어는 일생동안 자신이 이룬 업적을 케쿨레의 이 발견과 바꾸라면 그렇게 하겠다고 할 정도로 이 발견은 대단한 것이었다. 꿈에 대한 프로이드의 해석이 전성기를 이루던 당시에 케쿨레가 뱀의 환상을 보았다는 사실을 성적인 의미로 해석했던 것은 놀란 만한 일도 아니었다. 케쿨레는 독신자 방에 살면서 부인과 따로 떨어져 지내며 거의 만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아서 케스틀러는 케쿨레의 꿈을 “요셉의 살찐 소 일곱 마리와 야윈 소 일곱 마리‘이래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꿈이라고 했다.

1890년 케쿨레의 이 위대한 발견 2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케쿨레는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신사 여러분, 우리가 꿈꾸는 법을 배운다면 어쩌면 진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필자: 국경복, 경제학 박사. 저서: ‘꿈, 심리의 비밀’(2019년), 이야기 꿈의 해석(블로그),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홈페이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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