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트랜스지방은 액체 상태의 불포화 지방을 고체 상태로 가공하기 위해 수소를 첨가해서 만든다. 따라서 트랜스지방은 정상적으로는 자연계에 존재할 수 없다. 그렇다면 트랜스지방은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우리 몸에는 약 30조개의 세포가 존재한다. 이 세포들은 모두 세포막을 가지고 있다. 세포막은 인지질이라고 하는 기름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트랜스지방은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으로만 이루어져야 하는 세포막 사이에 끼어들어가 기생한다. 트랜스지방은 불포화지방산에 억지로 수소를 첨가해 고체화시킨 구조이기 때문에 불포화지방 대신 세포막의 인지질에 들어갔을 때 세포막의 유동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트랜스지방은 몸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세포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 불포화지방은 우리 몸에서 염증을 예방하고 세포에 산소를 원활하게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데, 트랜스지방이 불포화지방 대신 자리를 차지하면서 이런 기능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마가린은 트랜스지방을 함유한 가장 대표적인 식품이다. 실제로 마가린을 개봉해서 상온에 1년을 놔두어도 곰팡이가 슬지 않는다. 트랜스지방이 갖고 있는 산소 전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반증한다. 암을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세포에 산소 전달이 결핍되기 때문이다. 트랜스지방은 세포에 산소 전달을 가로막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소량을 섭취해도 암을 유발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혈중 트랜스지방 수치가 높은 여성은 낮은 여성에 비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2배 가량 높았다. 트랜스지방 수치가 높은 남성은 전립선 암이 증가했다. 암 뿐만 아니라, 하루 5g의 트랜스지방을 섭취하면 심장병 발병률이 23% 증가했다. 다른 연구에서는 트랜스지방이 인지기능을 감소시켜 기억력을 떨어뜨린다고는 결과도 나왔다.

유럽에서는 일찌감치 이런 트랜스지방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식탁에서 트랜스지방을 퇴출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2021년에는 EU와 WHO에서는 트랜스지방의 하루 섭취량이 전체 지방량의 2% 이내이면서 하루 2.2g을 넘어서는 안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러한 기준에 맞춰 생산된 식품이라할지라도 그 식품을 여러끼 섭취한다는 것이다. 아주 소량의 트랜스지방이 함유된 식품을 섭취한다고 해도 식품 섭취가 반복되기 때문에 우리 몸에서는 수많은 트랜스지방 분자가 퍼져나가 세포 사이사이로 침투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트랜스지방에 노출되는 현대인들은 좀 더 혈중 트랜스지방 관리에 힘써야 한다. 당장 냉장고에 마가린을 비롯한 트랜스지방이 들어있는 식품들을 버리고 세포막의 유동성을 강화하고 산소를 풍부하게 공급해주는 불포화지방산을 더 많이 섭취하기 위한 식단을 구성해야 한다.

이와함께 세포막의 탄력성과 유동성을 측정할 수 있는 검사나 혈액 내 지방산 구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 의학 검사를 시행하여 이상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체내 산소 전달을 높일 수 있는 치료와 보조 식품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겠다.

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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