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복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국경복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중견 벤처기업의 임원인 A씨의 꿈 이야기다. 40대 초반인 그는 어린시절 어머니로부터 칭찬보다는 야단을 더 많이 맞고 자랐다. 어머니가 매사에 과민했고 신경질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인정을 받기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이 늘 따라 다녔다. A씨는 친구들보다 일찍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중년의 위기(mid life crisis)를 맞는다. 40대가 되면서 꿈을 꾸는 횟수가 늘어났다. A씨의 꿈은 조헌윤의 「꿈 분석을 통한 중년남성의 개성화 연구(2019)」에서 인용했다.

<꿈1> 물이 얕아 바닥이 드러난 작은 수영장이 보인다. 30층 아파트만한 거대 물고기 두 마리가 비좁은 수영장에서 벗어나려고 서로 옥신각신 싸우고 있다. 뒤엉킨 두 물고기는 하늘로 치솟았다가 다시 수영장 속으로 곤두박질치기를 반복하고 있다. 서로 괴로운 괴성을 내면서 격투를 벌인다. 두 거대 물고기엔 작은 날개가 달려있다. 두 물고기의 용호상박 같은 전투를 천지를 뒤흔들고 있다. 물고기 표면은 금속재질이이고 색상은 갈치와 유사한 은빛이다. 햇빛을 받은 물고기 몸체는 눈부신 밝은 빛을 주변에 반사시키고 있다. 거대 물고기 두 마리가 서로 부딪힐 때마가 선혈 같은 새빨간 피가 분출된다. A씨는 그러한 모습에 대경실색하며 공중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거대 물고기 두 마리가 롤러코스터처럼 급강하, 급상승을 반복할 때마가 A씨는 흥분과 경이로운 감정을 감출 수 없다.

꿈을 꿀 당시에 A씨는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풍요로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삶에 대한 회의, 권태, 무력감 등으로 정신적인 혼란을 심하게 겪고 있었다. 그는 내면의 갈등으로 마음의 전쟁을 치루고 있었다. 두 물고기는 현실에서 억압된 자신의 서로 다른 감정이나 욕망의 충돌이  드러난 것이다. 두 물고기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행위는 그의 두 개의 대립하는 억압된 욕망이 꿈 의식으로 발현된다. 두 물고기는 부딪치면서 새빨간 피를 분출한다. 그의 대립하는 두 개의 마음의 갈등이 극에 달한다. 현재까지 성취한 안정적인 삶을 계속 살아갈까? 아니면, 현재의 삶을 과감히 포기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가? 갈등이다. 물은 그의 정신적인 잠재력이나 심적인 에너지를 상징하는데 그게 바닥이 드러날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로부터 1년여 후 다음 꿈을 꾼다.

<꿈2>  어린시절 A씨가 살던 단층 주택이 눈에 들어온다.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걸어가며 주변을 둘러보지만 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번엔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하얀 대저택이 보인다. 대저택 테라스 중앙에 식탁이 놓여있다. 넓고 기다란 하얀 식탁 위에 지중해 열대 과일들이 풍성히 싸여있다. 빨강, 파랑, 노랑, 녹색, 보라 등의 천연색 컬러과일들은 시각을 상쾌하게 자극하고 있다. 사각 테이블 모퉁이 선을 따라 십 여 개의 하얀접시들이 가지런이 놓여있다. A씨는 자신의 접시 위에 어떤 과일들을 담을지 한참을 고민하며 우두커니 서 있다. 얼마 후 남자 노인의 음성이 뒤에서 들려온다. 노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노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 가지만 담으면 될 텐데....” 그 후 A씨는 꿈에서 깬다.

꿈을 꿀 A씨는 당시에 본인의 진로와 미래 설계로 오랫동안 고심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일궈 온 사업을 모두 내려놓고 새로운 준비를 위해 대학원을 진학할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일을 계속할 것인지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부사장으로 근무하면서 과중한 업무량과 책임감, 스트레스, 내적 갈등을 겪으며 초조와 무력감을 자주 경험하고 있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 지금까지 준비해 온 여러 가지 일들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  

심리적인 꿈에서 집은 흔히 생활의 터전이나 자신의 활동영역을 상징한다. 그 영역에 들어가자 대저택과 식탁이 있다. 지금보다도 더 나은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여기에 각종 열대과일이 있다. 과일은 자신이 새롭게 추구할 일, 업무 혹은 분야를 상징한다. 이들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여기에 지혜의 노인(Wise Old Man)이 등장해서 조언을 해준다. ‘한가지만 담아라.’ 그 노인은 말한다. 꿈 속에서 나타난 노인은 그의 잠재적 무의식이 의인화되어 꿈 의식으로 드러난 것이다.

<필자: 국경복, 경제학 박사. 저서: ‘꿈, 심리의 비밀’(2019년), 이야기 꿈의 해석(블로그),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홈페이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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