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대상포진은 작게는 인구의 3분의 1, 많게는 절반 정도가 평생 동안 한 번은 앓게 된다는 비교적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질환이다. 환자는 1년 중 무더위가 한 창인 8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여름휴가를 다녀온 뒤에 병원을 찾는 환자가 특히 많다.

대상포진은 바리셀라 조스터라는 수두 바이러스의 재활성으로 생기는 질환이다. 대상포진을 앓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려서 앓았던 수두, 혹은 수두 예방접종, 알지도 못하고 스쳐 지나간 수두 등 어린 시절 노출된 수두 바이러스가 체내에 있다. 이 수두 바이러스에 대한 세포 면역력이 질병을 일으키는 것을 막고 있는데, 나이가 들거나 특정 질환에 걸리거나 육체, 정신적인 피로도로 인해 면역력이 감소하여 수두 바이러스의 재활성을 막을 수 없을 정도가 되면 그 때 대상포진이 발생하는 것이다.

나이 50을 넘기면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권장하는 이유다.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작년 9월 싱그릭스라는 사백신이 허가되기 전까지는 모두 약독화된 바이러스를 넣어주는 생백신으로서 떨어진 수두 바이러스의 면역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방식이었다.

이런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대상포진 발병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을까? 사실 우리나라에 유통되고 있는 대상포진 생백신이 대상포진의 발병 자체를 예방하는 비율은 60세 이상에서 약 51% 정도에 불과하다. 기대보다 적은 수치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대상포진 예방접종이 발병 뒤에 일어나는 신경통과 입원율, 치명률을 현저히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면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언제 해야하나? 50세 이상에서 접종하기를 추천한다. 노화로 인해 어린 시절 증가했던 수두 바이러스 특이 면역이 감소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대상포진에 한번 걸렸던 사람은 접종이 필요 없을까? 아니다. 대상포진에 이미 걸렸다면 치료가 종결된 후 최소 6개월 후에 예방접종을 하기를 권한다. 대상포진에 걸리면 자연적으로 대상포진 특이 세포 면역이 증가하지만, 이후 다시 면역력이 감소하면서 약 1년 후부터는 재발할 확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대상포진에 한번 걸린 사람이더라도 치료가 종결된 후 6개월 이후에는 접종하는 것이 좋다.

면역억제자의 경우에는 의사와 상담해서 생백신 접종은 피하는 게 좋다. 면역력이 감소된 상태에서는 약독화된 바이러스라고 해도 질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암치료를 하거나 자가면역질환 등으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은 대상포진에 취약하기 때문에 가장 예방접종이 필요하지만, 백신 자체의 위험성 때문에 접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능성 때문에 사백신이 5년 전에 개발되었다.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싱그릭스’라는 대상포진 사백신은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으로 사용 중인 생백신에 비해 효과가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유통이 안되고 있다. 면역억제자가 아닌 이상 이 백신을 굳이 기다리기 위해 지금 맞을 예방접종을 미룰 필요는 없다. 특히 대상포진에 이미 걸렸던 사람이나 50세 이상의 경우, 혹은 기저질환이 있고 면역력이 취약한 사람들은 기다릴 필요 없이 지금 생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낫겠다.

대상포진은 발병 시 통증이 극심하고 후유증이 발생하면 삶의 질이 추락하는 고통스러운 면역력 저하 질환이다. 예방접종을 반드시 하도록 하고, 평소 면역력 관리에 힘써 병에 걸리지 않도록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재철 대한기능의학회 회장·반에이치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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