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복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국경복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

지금 영화관에는 이순신이 화두다.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 승리를 그린 영화 ‘한산:용의 출현’이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23전 23승. 전투에 나가면 무조건 승리했던 이순신 장군은 전장에 나가기 전에 승리를 예견하는 꿈을 꾸었을까. ‘난중일기’를 읽다보면 예지적인 꿈 이야기들이 나온다. 1397년 정유재란이 발발한 해에 꾼 꿈들이다. 첫째 꿈은 장군의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효심, 둘째 꿈은 무너저 가는 조선과 백성에 대한 걱정, 셋째 꿈은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을 예지한 꿈이다.

<첫째 꿈> 4월 11일, ‘새벽꿈이 매우 심란하여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마음이 몹시 침울하여 취한 듯 미친 듯 마음을 가눌 수 없으니, 이것이 무슨 징조인가. 병드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장군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에 이 꿈을 꾸었다. 이틀 후인 4월 13일, 장군은 이 꿈의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하고, 어머니를 맞이하기 위해 바닷가 길에 오른다. ‘얼마 후 종 순화가 배에서 와서 어머니의 부고를 고했다. 달려 나가 가슴을 치고 발을 구르니 하늘의 해조차 캄캄해 보였다.’ 난중일기에 꿈의 내용을 자세히 쓰지는 않았으나 어머니의 죽음을 예고하는 흉몽이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장군과 어머니와의 깊은 정서적 유대감이 이 예지몽을 꾸게 된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둘째 꿈> 5월 6일, ‘꿈에 돌아가신 두 형님을 만났는데, 서로 붙들고 통곡하면서 말씀하시기를, “장사를 지내지도 못하고 천리 밖에서 종군하고 있으니, 누가 그것을 주관한단 말인가. 통곡한들 어찌하리오.”라고 하셨다.’ 장군은 이 꿈을 이렇게 해석한다. 이것은 두 형님의 혼령이 천리 밖까지 따라와서 이토록 걱정한 것이니 비통함이 그치지 않는다. 또 형님들이 ‘남원의 감독하는 일을 걱정하시는데,’ 그것은 모르겠다고 했다. 이 꿈은 두 부분으로 되어있다. 앞부분은 현실에서 돌아가신 장군께서 어머님의 상을 제대로 치루지 못한 것에 대한 비통한 감정을 형님들과 장군이 함께하고 있다. 꿈의 이 전반부는 자신의 원통한 감정이 만들어낸 심리몽이다.  

꿈의 후반부는 예지몽이다. 꿈 속의 형님들은 남원에서 일어날 일을 걱정하면서 미리 예고해준다. 이 꿈에서 형님들은 앞으로 발생할 불행에 대한 전달자 역할을 한다. 도대체 남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칠전량 해전(7월 16일)에서 원균의 조선 수군이 괴멸되자 해상보급에 자신감이 생긴 왜군은 임진왜란 이후 5년간 발을 들여 놓지 못한 호남을 철저히 유린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휘하 장군들에게 조선인을 많이 죽이도록 경쟁을 시켰다. 8월 16일, 남원성이 왜군에 의해 점령당하자 이들은 조선의 백성들을 무참히 살륙하고 잔혹하게 조선인들의 코를 베었다. 비극적인 사건은 이 예지몽은 꿈을 꾼지 3개월 10일후에 남원에서 실제로 발생하였다.  

<셋째 꿈> 10월 14일, ‘사경(四更, 새벽 1시~3시)에 꿈을 꾸니 내가 말을 타고 언덕 위로 가다가 말이 발을 헛디뎌 냇물 한가운데 떨어졌으나 거꾸러지지는 않았다. 막내 아들 면(葂)을 붙잡고 안은 형상이 있는 듯하다가 깨었다. 이것은 무슨 징조인지 모르겠다.’ 이 꿈을 제대로 해석하려면 당시 장군을 둘러싼 상황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 보다 한달여 전인 9월초, 임금선조는 장군에게 수군을 해체하고 육지에서 싸우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장군은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있으니 죽을 힘을 내어 싸우겠다”는 장계를 올린다. 9월 16일, 장군은 13척의 배로 적선 133척을 격퇴하는 기적같은 승리를 거둔다. 이 전투가 명량해전이다. 10월 13일 왜군은 명량해전의 패배에 대한 보복으로 장군의 집이 있는 충남 아산에 방화하고 이에  맞서 싸우던 셋째 아들 면(葂)은 전사하였다. 아들 면이 사망한 날짜는 10월 13일로 추정된다.

꿈에 장군은 말을 타고 언덕위로 간다. 말은 영리하고 민첩하여 인간에게 매우 친근한 동물이다. 예지몽에서 말은 동반자, 집안 식구, 협조자, 협조기관 등을 상징한다. 그런데 발을 헛디뎌 냇물에 떨어진다. 추진하는 일이나 동반자가 낭패를 당한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그런데, 거꾸러지지는 않아서, 장군은 다치지 않는다. 하지만, 상황의 반전되어 그 말은 사라지고 막내 아들로 변환된다. 장군은 쓰러져 넘어진 아들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아들이 심하게 다치거나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암시이다.  

장군은 이 꿈을 꾸고 난 바로 그 날 저녁에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편지 겉면에 ‘통곡(慟哭)’ 두 글자가 씌어 있었다. ‘마음으로 면(葂)이 전사했음을 알게 되어 나도 모르게 간담이 떨어져 목 놓아 통곡하였다.... 간담이 타고 찢어지는 듯하다. ...천지가 어둡고 밝은해 조차도 빛이 바랬구나. 슬프다. 내 아들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간 것이냐.... 너를 따라 죽어 지하에서 함께 지내고 함께 울고 싶건만, 네 형, 네 누이, 내 어미도 역시 의지할 곳이 없어 아직은 참고 연명한다마는 마음이 죽고 형상만남은 채 부르짖어 통곡할 따름이다. 하룻밤 지내기가 일 년 같다.’

<필자: 국경복, 경제학 박사. 저서: ‘꿈, 심리의 비밀’(2019년), 이야기 꿈의 해석(블로그), 꿈사랑 심리상담연구소(홈페이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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