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포스텍 교수, HDI 정선포럼서 '실리콘밸리가 명상에 주목한 이유' 특강

이진우 포스텍 석좌교수가 24일 오후 강원도 정선 리조트 그랜드호텔 컨벤션 타워에서 '절대 리더의 능력, 교육의 힘'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혜준 기자
이진우 포스텍 석좌교수가 24일 오후 강원도 정선 리조트 그랜드호텔 컨벤션 타워에서 '절대 리더의 능력, 교육의 힘'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혜준 기자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외부적 폭발과 그로 인한 양극화인 내부적 파열에 처해지며, 두 가지 극단적 위험에 직면했습니다. 역설적으로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균형 없이 생존할 수 없습니다. 균형은 '삶의 문제'입니다."

이진우 포스텍 석좌교수(인문사회학부)의 말이다. 

이 교수는 24일 오후 강원도 정선 하이원 리조트 그랜드호텔 컨벤션타워에서 열린 '2022 HDI 정선 하계 포럼'에서 '절대 리더의 능력, 교육의 힘'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코로나19는 비대면(언택트) 시대를 앞당겨 정보마저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가속화시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서방국가 간의 '신냉전'은 물론 미중갈등 역시도 극단에 치달으며, 인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극단의 사전적 의미는 '중용을 잃고 한쪽으로 크게 치우침'이다. 독일의 유명 철학자 에릭 홉스봄도 현대사회를 '극단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코로나19는 그러한 극단을 더욱 촉발시켰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9위로 도약하기까지 극단적인 노력 끝에 발전했다"라며 "그 탓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윤리적 무력감이 사회를 휘감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 철학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과거 고대사회는 '어떻게 해야 잘 사는 것인가'에 답하기 위해 윤리적 문제에서 답을 찾았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경제적 문제로만 이를 한정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했듯, 극단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중심을 찾는 '중용'이 필요한 것이다.

스토아 철학은 고통이나 쾌락, 슬픔, 기쁨 등에 무관심하다. 그리고 이러한 '스토아 철학'은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5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부상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명상'이 발전하고 있는데, 명상을 통해 사람들이 종교적인 의미나 일의 신성화, 만족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실리콘밸리는 일이 곧 종교라는 믿음이 있다"라며 "삶의 만족과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물질과 쾌락을 추구하면서도 가장 종교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중용을 끄집어냈다. 무수한 정보와 자극이 쏟아질수록 오히려 그 자극에 둔감해져 '무감각 사회'가 되기도 했는데, 바로 이점에서 현대인들이 가장 큰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인들의 가장 큰 고통은 일, 관계에서 온다"라며 "일이 너무 많아 번아웃에 시달리고, 인간관계에 치여 고통받는 일이 흔하다"고 부연했다. 

대표적으로 일과 삶에서의 균형을 찾지 못해 결정 장애에 빠질 때가 부지기수다. 

실제로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908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87시간보다 200시간이나 더 많다. 하지만, 노동생산성은 OECD 38개국 중 27위에 그친다. 한국인들이 노동의 고통을 더 크게 느끼는 이유다. 

이 교수는 "번아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의 강도나 시간이 아닌,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중용의 가치를 되새기며, 자아를 분명히 해야 번아웃을 예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인들은 조기교육이 활발해 유치원 때부터 '초경쟁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극단적 경쟁으로 불안감이 증폭했고, 개인은 자아를 형성하기도 전에 미래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부터 찾는다. 즉, 서로 간에 기초적 신뢰조차 갖지 못한 채 모든 인간관계를 노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실리콘밸리가 명상에 주목하고 센터를 만드는 것도 단순한 유행이 아닌, 직장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움직임이다"라며 "자신의 감정을 주시하며 양극단을 유지하고 그 사이에서 중간을 찾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교수는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대학교에서 철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아우크스부르크 대학교에서 철학과 전임강사로 재직했으며, 계명대학교 철학과 교수·총장,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그는 국내 니체 철학 최고의 권위자라는 학계의 평판을 받고 있으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철학을 사유하는 힘'을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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