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진 공차코리아 대표, HDI 정선 하계 포럼서 기업 변화 전략 소개

이봉진 공차코리아 대표가 26일 강원도 정선 리조트에서 열린 HDI 정선 하계 포럼 경영 특강 ‘AI, 메타버스가 바꾸는 소비 산업 트렌드, 라이프스타일’을 진행하고 있다. 
이봉진 공차코리아 대표가 26일 강원도 정선 리조트에서 열린 HDI 정선 하계 포럼 경영 특강 ‘AI, 메타버스가 바꾸는 소비 산업 트렌드, 라이프스타일’을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한 번도 멈춰있던 적이 없습니다. 자동차만 해도 처음에는 A지점에서 B지점으로 갈 수 있는 이동수단이란 것만으로 가치가 있었는데, 점차 차종별로 성능을 따지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자동차를 팔기 위해서는 브랜드만의 고유한 감성까지 필요해졌고요. 소비자와 기업은 끝없이 변화를 주고받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린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라는 어느 때보다 큰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봉진 공차코리아 대표의 발언이다. 그는 AI와 메타버스의 도래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기업이 왜 변화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그 실천 사례까지 제시했다.

이 대표는 26일 오전 강원도 정선 리조트 그랜드호텔 컨벤션 타워에서 열린 HDI 정선 하계포럼에서 경영 특강 ‘AI, 메타버스가 바꾸는 소비 산업 트렌드, 라이프스타일’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살아남는 종은 강한 종이나 똑똑한 종이 아닌 변화에 가장 잘 대응하는 종”이라는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말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이는 다윈 이전에도 알려져 있던 사실이나 경직된 기존 가치관에 의해 부정당했다”이라며 “다윈의 최대 업적은 없던 것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알고 있었던 것을 널리 퍼뜨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도 마찬가지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뭔지 알고 있더라도 기존 방식에 지나치게 집착하느라 변화의 흐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AI와 메타버스가 찾아온 지금 소비자들의 변화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빨라질 것이며, 그 변화 규모 또한 기원전과 기원후와 비견될 정도로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실제로 인공지능과 메타버스의 출현에 따라 기존 제조기업의 주가는 대부분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이를 과감하게 도입한 제조기업의 경우는 하락 폭을 줄이거나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라며 “이는 역사에서도 여러번 나타난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과거에도 있었던 ‘대변화’의 사례로 포경산업을 제시했다. 고래기름 산업은 과거에 연료와 윤활유, 양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지만, 획기적인 에너지원인 석유가 등장하자 10~15년 만에 사라졌다.

이어 이 대표는 “고래기름의 뒤를 이어 꽃을 피운 석유 산업에서도 1등을 차지한 것은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주도할 수 있었던 기업”이라며 미국의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를 지목했다.

록펠러는 석유산업에서는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였으나, 선발 기업들이 사용하던 원통형의 대형 석유용기 대신 직육면체 형태의 소형 석유용기를 도입한다는 간단한 변화 만으로 막대한 운송비 절감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소형 직육면체 용기는 자체적인 무게가 가벼워 같은 수송수단에 더 많은 양을 실을 수 있고, 힘이 약한 여성과 노년층도 들 수 있어 수요층도 확대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작은 변화를 대담하게 도입한 것만으로 록펠러는 선발주자들을 제치고 석유산업계를 장악할 수 있었다”며 “고래기름이 석유로 완전히 대체됐던 것처럼 AI와 메타버스도 중요산업 대부분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가장 빠르게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있는 분야로 명품과 자동차, 패션업계를 제시했다.

우선 이 대표는 “구찌와 루이비통 등 명품 회사들은 인공지능과 메타버스에 가장 빨리 진출하고 있는 기업들”이라며 “과거의 명품은 돈이 많고 성숙한 이들이 신분과 지위를 알리는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젊은 층에서 명품을 선호하는 현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구매층인 젊은 세대와 자주 활동하는 공간인 메타버스에 진출하고, 그곳에서 모인 정보를 AI로 분석하면서 구매수요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동차 시장 또한 수요자에게 파고들기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시장의 ‘기술 상향평준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990년대까지의 자동차 판매 전략은 ‘성능 과시’였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향상된 기술이 산업계 전반에 보급되면서 빛을 잃었다.

이 대표는 “2000년대부터 자동차의 판매전략은 철저하게 ‘감성 터치’로 바뀌었고, 그리고 이 감성을 가장 잘 분석해내는 것은 이젠 디렉터가 아닌 발달된 AI”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소수 전문가의 경험을 토대로 감성을 자극하는 광고를 만들었다면, 이젠 전세계에서 모은 정보를 분석하는 AI로 그 역할이 옮겨갔다는 것이다.

끝으로 이 대표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 자라가 변화하는 기업의 선두에 서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공지능의 전제조건은 디지털화”라며 “자라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오프라인에서만 전량 제품을 취급했으나, 2012년부터 온라인화를 선언하고 8년간 4조원을 투인해 2020년 디지털화를 마쳤다”고 말했다.

자라의 디지털화의 성과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유연한 대응으로 증명됐다. 산업계가 전반적으로 큰 타격을 입는 와중에도 자라는 매출 손실을 최소화하고 빠른 속도로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 생긴 위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대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자라의 구호인 ‘경험하고, 실패하고, 배우고, 다시 반복한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반복’이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꾸준히 변화해 갈 것을 당부하며 강의를 마쳤다.

이날 강연을 진행한 이봉진 공차코리아 대표는 한양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SK네트웍스에 공채로 입사했다. 이후 한국까르푸 부사장직을 거쳐 자라코리아 대표이사 직을 맡았으며, 2006년부터 15년간 역임해 자라의 국내 최장수 지사장 경력의 타이틀을 따기도 했다. 현재 이 대표는 글로벌 티음료 브랜드 공차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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