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한미 금리차 1.50%p 될수도…내달 빅스텝 가능성
"환율 상단 1450원 열어둬야, 당국 환율안정 의지 관건"

달러. 사진/연합뉴스
달러.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1일(현지시간) 3연속으로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한국은행의 '빅 스텝'(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연준이 고강도 긴축 기조를 재확인하자 원달러 환율은 10원 넘게 치솟으며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00원을 돌파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3.00∼3.25%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또다시 한국 기준금리(2.50%)을 넘어섰다.

연준은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수준을 4.4%로, 내년 말 금리 수준을 4.6%로 조정했다. 지난 6월 점도표의 3.4%, 3.8%에서 대폭 상향한 것이다.

FOMC 위원들이 올해 말 금리 수준을 4.4%로 전망하면서 앞으로 남은 두 번(11월·12월)의 FOMC에서도 '빅 스텝(0.5%포인트 인상)'과 '자이언트 스텝'이 각각 단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4.4%를 맞추려면 1.25% 포인트의 인상이 필요해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FOMC 정례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매우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다음 금리 인상 규모에 관해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나와 FOMC의 견해로는 가야 할 길이 멀다. (점도표상) 올해 말 중간값은 125bp(1bp=0.01%포인트)의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연준이 금리 전망치를 상향하고, 파월 의장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이어가면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11선을 넘어서며 20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8원 상승한 1398.0원에 개장한 뒤 바로 14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 6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당국의 개입 의지 등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최근 환율이 오르는 건 연준뿐 아니라 유럽 에너지 수급 문제, 중국 부동산 위기 심화와 코로나19 봉쇄,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이 다양하게 영향을 미쳤다"며 "이런 환경이 그대로라면 환율이 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백 연구원은 "상단을 1450원까지는 열어두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변수 중 하나라도 최악을 지났다는 심리가 생기면 하락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당국이 1400원에서 '레드라인'을 그었는데 지켜지는지가 관건"이라며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 상승 등으로 통화정책·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1400원이 일차적인 상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응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폭이 얼마나 될지도 관심거리다. 

한은 입장에선 0.75%포인트까지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장기간 방치할 경우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결국 물가 상승까지 부추길 수 있다.

예상보다 빠른 미국의 통화 긴축 기조에 따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올해 남은 10월, 11월 두 차례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일단 이 총재는 지난달 25일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뒤 "현 경제 상황이 지난 7월 예상했던 국내 물가, 성장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0.25%포인트의 점진적 인상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당분간 0.25%포인트씩 인상하겠다는 것이 기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9월 소비자물가 지표에서도 뚜렷하게 물가 정점 통과가 확인되지 않거나, 한미 기준금리 격차 확대로 외국인 자금이 증시·채권 시장에서 기조적으로 빠져나갈 경우, 또 원화 절하(가치 하락)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 7월에 이어 두 번째 빅 스텝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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